‘피의자’ 이종섭 ‘도피 부임’…“호주 정부가 비웃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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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 10일 대통령 신임장 수여식도 하지 않은 채 오스트레일리아(호주)로 출국했다.
지난 4일 호주 대사 임명부터 10일 밤 '몰래 출국'까지 1주일 동안 특급작전이라도 벌이듯 대사를 내보낸 외교부 분위기도 한없이 뒤숭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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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뒤숭숭…“국가 위신 떨어져”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 10일 대통령 신임장 수여식도 하지 않은 채 오스트레일리아(호주)로 출국했다. 지난 4일 호주 대사 임명부터 10일 밤 ‘몰래 출국’까지 1주일 동안 특급작전이라도 벌이듯 대사를 내보낸 외교부 분위기도 한없이 뒤숭숭했다.
기자들은 계속 이종섭 대사의 출국 여부를 확인하려 했고 외교부 당국자들은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 대사 임명부터 출국까지 외교 관례와 상식은 제대로 지켜진 것이 없다. 피의자를 대사로 임명하는 것부터가 외교의 상식을 어긴 것임을 말할 필요도 없다.
이 대사가 대통령의 신임장 수여식도 하지 않은 채 부임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일자, 외교부 당국자는 11일 “새로 임명된 공관장이 소수일 때는 신임장 수여식 없이 부임한 뒤 신임장은 외교행낭을 통해 보내고, 나중에 한꺼번에 신임장 수여식을 한다”고 해명했다.
이 대사의 신임장 원본은 파우치(외교행낭)로 보낸다고 한다. 하지만, 한 외교 소식통은 “원칙적으로 새로 임명되는 대사는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장을 받는 수여식을 하고 부임한다. 이번에 신임장 수여식도 안 하고 간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고 부적절한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다음달께 열릴 것으로 알려진 공관장회의 때 대사들이 모두 참석하기 때문에, 이종섭 대사와 함께 임명된 주나이지리아 대사 등에 대한 신임장 수여식을 한꺼번에 할 것이라고 했다. 취재진을 피해 출국한 이 대사가 어떤 모습으로 회의에 참석할지 주목된다.
호주 대사는 외교부 차관보나 국장급이 가는 자리다. 국방장관을 지낸 인사가 호주 대사에 임명된 것은 이례적이다. 호주가 떠오르는 방위산업 파트너 국가이고, 미국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한국과 외교·국방장관회의를 진행할 정도로 안보상 중요한 협력 국가라서 국방장관 출신을 임명했다는 것이 외교부의 공식 설명이다. 하지만, 피의자 신분으로 도피하다시피 출국한 대사가 그런 중요한 외교의 적임자인지 의문은 더욱 커진다.
외교부 내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공식적으로는 말하지 못하지만, 외교관들도 어이가 없다는 분위기다. 한 전직 외교관은 “호주는 외교를 대단히 잘하는 나라이고,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들도 잘 알고 있다. 호주 정부가 공식적으로는 입장 표명을 하지 않겠지만, 속으로는 당연히 비웃을 것이다. 국가의 위신을 떨어뜨리는 대사 임명”이라고 했다.
교민단체 ‘촛불행동 시드니’ 회원들은 9일(현지시각)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이 전 장관의 대사 임명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고, 오는 13일 주호주 한국대사관 앞에서도 집회를 열 예정이다. 호주 정부와 언론도 이 대사와 관련된 일들을 당연히 주시할 것이다.
10일 밤 취재진들을 피해 몰래 탑승하려던 이 전 장관은 문화방송(MBC) 기자와 마주치자 당황하는 모습으로 “왜 이렇게까지 해야 돼…”라고 했다. 국민들이야말로 이 대사를 임명한 윤석열 대통령과 이 전 장관을 향해 묻고 싶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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