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필버그가 시상한 ‘오펜하이머’, 어떻게 오스카 7관왕에 올랐나…美영웅 서사 주력 [96회 아카데미]

함상범 2024. 3. 11.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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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사진 | 로이터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이변은 없었다.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가 11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포함해 7관왕을 차지했다. 기대를 모았던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 수상은 불발됐다.

‘오펜하이머’는 작품상을 비롯, 남우조연상, 남우주연상, 편집상, 촬영상, 음악상, 감독상, 작품상까지 총 7개 부문에서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가여운 것들’에 출연한 엠마 스톤이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을 제외하면 주요 상을 싹쓸이했다.

여타 작품상 후보들도 쟁쟁했다.‘아메리칸 픽션’(코드 제퍼슨), ‘추락의 해부’(쥐스틴 트리에), ‘바비’(그레타 거윅), ‘바튼 아카데미’(알렉산더 페인), ‘플라워 킬링 문’(마틴 스코세이지), ‘마에스트로 번스타인’(브래들리 쿠퍼), ‘오펜하이머’(크리스토퍼 놀란), ‘패스트 라이브즈’(셀린 송), ‘가여운 것들’(요르고스 란티모스), ‘존 오브 인터레스트’(조나단 글래이저)가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럼에도 ‘오펜하이머’가 유력한 후보로 꼽혔던건 할리우드가 그동안 열광했던 미국 영웅 서사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오펜하이머’는 ‘아메리카 프로메테우스’라 불리는 원자폭탄의 아버지 오펜하이머를 조명한 작품이다.

영화는 과학자 오펜하이머가 청년 시절 느낀 결핍에 이어 누구를 만나 성장했고 어떤 과정을 거쳐 2차 세계 대전을 종식하는 핵개발 프로젝트를 완성했는지, 그리고 어떤 정치적 이슈에 휘말렸는지를 그렸다. 개성 강한 과학자들을 일일이 설득하고 포용하며 끝내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전쟁을 끝낸 오펜하이머의 모습은 미국인에겐 큰 감동일 수밖에 없다.

살을 한껏 뺀 킬리언 머피는 물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에밀리 블런트, 플로렌스 퓨 등의 연기력도 빛났으며, 후반부 원작폭탄이 터지는 장면에선 영화적 쾌감이 밀려왔다. 서사적으로 할리우드 영화 관계자들의 마음을 훔칠 뿐 아니라 작품성도 훌륭했기 때문에 ‘오펜하이머’의 수상이 가장 유력했다.

유력한 작품상 후보로 거론된 ‘가여운 것들’이나 ‘바톤 아카데미’는 예술성이 짙었고, 마틴 스코세이지감독의 ‘플라워 킬링 문’은 미국인들에게 반성을 종용하는 방식의 서사라는 점에서 수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됐다. 결과적으로 평론가들의 예상이 적중한 셈이다.

라이너 영화평론가는 “‘오펜하이머’가 오스카 상을 거머쥘 것이라는 건 충분히 예상됐다. 할리우드는 오랫동안 미국 영웅 서사에 상을 부여해왔다. 이번에도 이변 없이 기존의 패턴을 유지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감독상을 받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최고의 배우들과 함께 했고 스태프분들, 촬영팀 또한 훌륭했다. 영광이다”며 “영화를 같이 제작해주고 아이도 함께 기른 아내 엠마 토마스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할리우드 영웅 스필버그가 트로피를 시상해 의미를 더했다.

배우 킬리언 머피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도 각각 남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을 받아 첫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킬리언 머피는 “정말 압도되는 느낌이다. 아카데미 고맙다. 크리스토퍼 놀란, 정말 가장 흥분되고 창의적이고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국내에선 기대를 모았던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는 각본상과 작품상 모두 수상이 불발됐다. 하지만 아시아계 여성 감독이 데뷔작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에 노미네이트 된 것만으로 의미 있는 족적이라는 평이다.

예술영화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가여운 것들’은 분장상과 미술상, 의상상,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4관왕에 올랐다. ‘오펜하이머’에 이어 가장 좋은 성적이다.

한 해 동안 하늘로 간 스타들의 이름을 기리는 무대에는 영화 ‘기생충’에 출연한 배우 고(故) 이선균의 추모가 이뤄져 눈길을 끌었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주관하는 미국 최대의 영화상으로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이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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