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교육열이 출산시기 늦춰…日 대학진학률 50%지만 취업 문제없다”

공성윤 기자 2024. 3. 1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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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30년 이상 인구문제 연구해온 하야시 레이코 일본 인구문제연구소 부소장
‘의대 쏠림’ 뚜렷한 한국과 ‘요리사’가 인기 직업인 일본...“출산율 제고 위해 가치 전환 필요“

(시사저널=공성윤 기자)

"한국의 심각한 저출산의 원인은 무엇인가"란 질문에 하야시 레이코(林玲子)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IPSS) 부소장은 마치 서류를 보고 읽는 듯 술술 답변을 이어갔다. '첫째' '둘째' '셋째' 등 열거식으로 나열한 답변 속에는 한국의 고질적 병폐로 꼽히는 사회현상이 담겨있었다.

인구학의 석학으로 통하는 하야시 부소장은 30년 넘게 인구와 보건 문제에 천착해온 정통파이자 지한파(知韓派) 학자다. 1991년 일본인구학회에 몸담은 후로 일본국제보건협회 이사 등을 역임했다. 현재 부소장을 맡고 있는 IPSS는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 연구기관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정부서울청사를 방문해 장관급인 김영미 당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면담을 하기도 했다.

2023년 3월9일 도쿄에서 한 여성이 아이에게 이유식을 먹이는 모습을 노인들이 보고 있다. ⓒ연합뉴스

저출산에 필요한 건 돈보다 '시간'

시사저널은 하야시 부소장을 3월4일 화상대화 프로그램을 통해 40분간 인터뷰했다. 그는 한국의 저출산 문제와 그 배경에 관해 정확한 수치를 인용하며 설명했다. "한국의 연간 합계출산율이 0.78명까지 떨어졌다"는 기자의 말에 "최근 통계인 2023년 수치는 0.72명"이라고 바로잡아 주기도 했다. 일본의 합계출산율도 매년 떨어지고 있지만 2022년 수치는 1.26명으로 한국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다.

하야시 부소장은 저출산의 가장 첫 번째 원인으로 교육 문제를 꼽았다. 그는 "한국의 높은 교육열로 인해 젊은 사람들은 명문대학에 가서 좋은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압박감을 갖게 됐다"며 "그 결과 대학 졸업과 취업 이후 결혼이 늦어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2022년 한국의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33.7세, 여성 31.3세로 집계됐다. 또 산모의 평균 출산연령은 33.5세인데, 35세 이상 고령 산모가 낳은 출생아 비중은 35%를 차지했다. 연령과 비중 모두 증가하는 추세다. 하야시 부소장은 "교육 문제는 일본과의 두드러진 차이점"이라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일본의 대학 진학률은 50~60%에 그친다. 절반 가까운 고등학생이 전문화 학교에 들어가거나 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든다. 그래도 직업을 구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하야시 부소장은 "요즘 젊은 사람들의 희망 직업 상위권에는 전문화 학교만 졸업해도 할 수 있는 파티시에나 요리사가 포함돼 있다"며 "학생들의 목표가 다양한 만큼 진로도 세분화돼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작년 기준 72.8%를 기록했다. 게다가 자연계열 상위 학과를 모두 의예과가 휩쓸었을 만큼 '의대 쏠림' 현상이 심하다.

하야시 레이코 일본 IPSS 부소장 ⓒ히야시 레이코 부소장 제공

"출산 위한 전제조건으로 여겨지는 결혼"

또 하야시 부소장은 "결혼이 출산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여겨지는 것도 저출산 원인"이라고 했다. 그는 "유럽이나 미국에선 아이의 50% 이상, 때로는 80% 넘는 경우가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커플 사이에서 태어난다"며 "반면 일본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결혼 제도는 오랫동안 일관적으로 유지됐고, 이러한 현실에서 출산율의 빠른 반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군다나 국내 혼인 건수마저 최근 10년 새 40% 줄어든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결혼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의지가 약해진 점도 간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결혼 제도로 인한 저출산 현상은 문화적 차이에 따른 불가피한 한계일 뿐, 서양처럼 바뀌어야 한다는 건 아니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그럼 해결책이 뭘까. 하야시 부소장은 한참 뜸을 들인 후에 말했다. 그는 "교육 문제를 비롯해 대다수 저출산 요인은 한국인의 심리적·문화적 측면과 직결된 사안"이라며 "정부가 즉각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는 접근 방식은 마치 2차 세계대전 때 독일과 일본에서 시행된 출산율 제고 정책처럼 강압적이고 전체주의적인 사고"라며 우려했다.

그렇다고 일본 정부가 인구문제에 손 놓고 있던 건 아니다. 일본 정부의 노력에 대한 평가를 묻자 하야시 부소장이 말했다. "물론 일본도 1995년부터 본격적으로 다양한 대책을 시도했다. 그 결과 2005년부터 2015년까지 합계출산율이 점차 상승했다(2005년 1.26명으로 최저점을 찍은 후 2015년 1.45명까지 올랐다). 하지만 이후 다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정부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걸 보여준다. 결국 마지막 순간에는 젊은 사람들의 가치 전환이 가장 중요하다."

3월4일 시사저널과 화상대화 프로그램으로 인터뷰 중인 하야시 부소장

"한국, 2030년에는 출산율 반등할 것"

다만 하야시 부소장은 "출산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준다는 측면에서 정부의 노력이 무의미한 건 아니다"고 했다. 저출산 대책을 계속 이어가되, 대책의 효과와 인식 변화가 나타날 때까지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럼 그 '시간'은 정확히 얼마나 걸릴까. 하야시 부소장은 즉답 대신 최근 발표된 IPSS의 동향조사를 언급했다.

해당 조사는 가임기가 끝나가는 45~49세 여성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그 결과 2021년 대졸 이상인 부부의 자녀 수가 평균 1.74명으로 20여 년 만에 처음 상승했다. 이는 정부의 대응이 계속되는 가운데 '고학력일수록 아이를 적게 낳는다'는 통념이 깨졌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하야시 부소장은 "일본의 사례를 똑같이 적용하긴 어렵겠지만, 한국의 저출산 대책 시행시기를 고려하면 2030년에는 출산율이 반등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추가로 그는 "일본에는 없는 한국만의 잠재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통일이다. 하야시 부소장은 "통일이 되면 젊은 사람들의 희망도 되살아나고 수요도 창출될 것"이라며 "통일이야말로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또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인공수정(ART) 등의 기술이 저출산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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