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중 입퇴장 자유"…열린 객석으로 돌아오는 '스카팽'
'스카팽'은 프랑스 극작가 몰리에르의 희곡 '스카팽의 간계'가 원작으로 2019년 국립극단에서 제작·초연했다. 당시 평단과 관객의 호평으로 2020년, 2022년 재연을 거쳐 올해 관객과 네 번째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시즌은 릴랙스드 퍼포먼스(Relaxed Performance)를 지향하는 '열린 객석'으로 공연 전 회차를 진행한다. 릴랙스드 퍼포먼스는 자폐나 발달 장애인, 노약자나 어린이 등 감각 자극에 민감하거나 경직된 여건에서 공연 관람이 어려운 모든 사람을 위해 극장의 환경을 조절한 공연을 뜻한다.
열린 객석 '스카팽'은 일반적인 공연과 달리 공연 중간에도 자유로운 입퇴장이 가능하고 관객이 소리를 내거나 좌석 내에서 몸을 뒤척여 움직일 경우에도 제지를 최소화한다. 극장 환경에 관객이 편안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객석 입장 시간을 앞당기고 공연 중에도 객석 조명을 어둡지 않게 유지한다. 관객의 심리적 안정감을 위해 애착 인형 등도 소지 가능하다.
극장 로비도 관객에게 더욱 친근하게 손 내민다. 명동예술극장 4층 로비에 마련된 관객 휴식 공간은 공연 전후뿐 아니라 공연 중에도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다. 극의 내용이나 대사의 즉각적인 인지와 소화가 어려운 관객은 1층 로비에서 먼저 대본을 열람할 수도 있으며, 텍스트 기반이 아닌 아이콘 등으로 시각화된 이미지의 공연 자료를 사전 제공한다.
1층 로비에 무대 모형을 설치해 터치투어를 진행하며 함께 설치된 QR코드로 공연에 대한 음성 가이드도 청취할 수 있다. 시각장애인 관객 등을 위해 공연 소개 전단에도 점자를 입혔다.
김수현 국립극단 하우스 매니저는 열린 객석 운영에 대해 "남녀노소가 사랑하는 '스카팽'인 만큼 공연을 즐기는 데 신체적, 정신적 어려움으로 배제되는 사람이 없도록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국립극단의 새로운 시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카팽'은 몰리에르 희극의 정수를 보여준다. 극은 매력적인 캐릭터 '스카팽'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두 집안의 정략결혼에 맞서 두 쌍의 연인이 진짜 사랑을 지킬 수 있게 도와주는 하인 '스카팽'의 활약을 번뜩이는 재치와 입체적인 움직임으로 담아낸다.
신체극의 대가 임도완 연출은 '스카팽'의 서사에 현대적 요소를 가미한 각색이라는 숨을 불어넣어 17세기 작품을 21세기에 살게 했다. 땅콩 회항, 학제 개편, 논문 표절 등 매 시즌마다 최신 트렌드를 위트 있게 삽입해 한국적인 프랑스 희곡의 진수를 관객 앞에 펼쳐 보였다. 이번 시즌에도 재기발랄한 '스카팽'의 모략이 과연 어떤 각색으로 피어나 지배계층의 위선과 탐욕을 살뜰히 비꼬는 동시에 갑질과 부조리의 한국 사회에 통쾌한 일침을 날릴지 기대된다.
음악의 변화도 흥미롭다. 이전 시즌에서 관객의 귀를 즐겁게 했던 타악기 대신 현악기의 라이브 연주로 공연의 감각적인 미장센에 힘을 더했다.
초연부터 빠짐없이 함께해온 이중현(스카팽 역), 성원(몰리에르 역), 박경주(실베스트르 역), 이호철(옥따브 역)은 이번 시즌에도 함께하고 안창현(레앙드르 역), 문예주(아르강뜨/네린느 역), 이혜미(아르강뜨/네린느 역)가 능청스럽고 노련한 연기를 더한다. 이다혜(이아상뜨 역), 정다연(제르비네뜨 역), 이후징(제롱뜨 역) 등이 새롭게 합류한다.
전 회차 열린 객석 운영과 더불어 4월 12일부터 15일까지 접근성 회차를 운영한다. 수어통역사들이 배우의 동선을 따라다니면서 그림자 수어통역을 진행하는 한국수어통역과 음성해설, 한글자막, 이동지원 등이 이뤄진다. 4월 21일 공연 종료 후에는 임도완 연출과 출연 배우 전원이 참여하는 예술가와의 대화가 예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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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문수경 기자 moon03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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