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태극마크와 인연 없었던 주민규…마침내 그토록 바라던 꿈 이뤘다 [GOAL 종로]

[골닷컴, 신문로] 강동훈 기자 = K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 주민규(울산HD)가 그토록 바라던 태극마크를 달면서 꿈을 이뤘다. 지난 2013년 프로에 데뷔한 후 처음이다. 이제 시선은 주민규가 A매치 데뷔전을 치르면서 득점포를 가동하는 등 팬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지에 쏠린다.

주민규는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축구회관에서 황선홍 축구대표팀 임시감독이 발표한 이달 태국과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3·4차전(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26일 라차망칼라 스타디움) 소집명단(23명)에 이름을 올렸다. 주민규는 조규성(미트윌란)과 함께 공격수 부문에 포함됐다.

황 감독은 주민규의 발탁 배경을 두고 “축구에서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있지만, 득점력은 다른 영역”이라며 “주민규는 지난 3년간 K리그에서 50골 이상 넣었다. 이런 선수는 전무하다.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실제 주민규는 지난 몇 년간 수많은 골을 넣으면서 K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 중 한 명으로 명성을 떨쳤다. 당장 지난 세 시즌 연속 K리그1 베스트11 공격수 부문에 선정된 데다, 2021년과 2023년 K리그1 득점왕에 올랐다.

주민규는 2022년에도 당시 전북현대 소속이던 조규성과 함께 최다 득점(17골)을 기록했다. 다만 득점수가 동률일 경우 출전 경기수가 더 적은 선수에게 득점왕이 주어지는 규정에 따라 아쉽게도 득점왕에는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주민규는 이같이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도 태극마크와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2018년부터 4년간 축구대표팀을 이끈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전 감독에게 외면당했고, 지난해 3월 선임돼 1년도 채 되지 않아 성적 부진 등을 이유로 경질된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전 감독에게도 부름을 받지 못했다.

주민규는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해 축구대표팀 명단 발표 때 쓴맛을 본 그는 “솔직히 기대 안 했다면 거짓말이다. 기대도 했고 실망도 했지만, 거기에 안주하거나 취할 시간이 없었다. 마음을 다잡는 게 중요했다. 성원해 주시는 팬들을 위해 열심히 뛰겠다. 그러다 보면 분명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며 이를 악물었다.

주민규의 간절함은 통했다. 축구대표팀 탈락에 연연하지 않고 계속해서 묵묵히 활약하던 그는 그동안 자신을 눈여겨봤던 황 감독의 부름을 받으면서 마침내 태극마크를 달았다. 33세 나이에 처음으로 그토록 간절하게 바라던 축구대표팀 소집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대한축구협회(KFA)에 따르면 주민규는 축구대표팀 사상 가장 늦은 나이(33세 333일)에 발탁됐다.

주민규는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당장 태국과의 2연전에서 출전 기회를 받을 수 있다. 특히 황 감독은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태국과의 2연전을 승리하기 위해선 조규성보단 득점 감각이나 컨디션이 더 좋은 주민규를 기용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주민규가 태국전에 나서면 축구대표팀 역대 최고령 A매치 데뷔전 기록(33세 343일)도 세우게 된다.

자연스레 주민규가 A매치 데뷔전에서 얼마나 좋은 모습을 보여줄지에 관심도 쏠린다. 그가 태국을 상대로 득점포까지 가동하면서 기대에 확실하게 부응한다면, 추후 축구대표팀 정식 사령탑이 선임된 후로도 태극마크를 달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전망이다.

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