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4이닝 40구 퍼펙트' 크로우 미쳤다, KIA 일 냈다…최원준 결승포 쾅! 한화는 2연패[대전 게임노트]
[스포티비뉴스=대전, 김민경 기자] KIA 타이거즈가 드디어 외국인 투수 잔혹사를 끊을 것 같다. 새로 영입한 에이스 윌 크로우가 일을 낼 조짐을 보이고 있다.
KIA는 11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시범경기에서 3-0으로 완승했다. 선발투수로 등판한 크로우가 4이닝 퍼펙트 투구를 펼치며 한화 타선의 기세를 초반에 누른 게 주효했다. 타선에서는 최원준이 1회 벼락같은 홈런을 터트리면서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KIA는 시범경기 2승(패)째를 신고했고, 한화는 2패(1승)째를 떠안았다. 이날 관중수는 평일 낮 경기인데도 2800명을 기록했다.
# 선발 라인업
KIA: 박찬호(유격수)-최원준(중견수)-김도영(3루수)-나성범(우익수)-소크라테스 브리토(좌익수)-최형우(지명타자)-김선빈(2루수)-김태군(포수)-이우성(1루수), 선발투수 윌 크로우.
한화: 정은원(좌익수)-문현빈(2루수)-안치홍(1루수)-노시환(3루수)-임종찬(우익수)-이진영(중견수)-하주석(유격수)-박상언(포수)-최인호(지명타자), 선발투수 펠릭스 페냐.
# 크로우 154㎞ 강속구에 6가지 구종 자유자재…MVP급 맞구나
크로우는 시범경기 첫 등판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크로우는 4이닝 40구 무피안타 무4사구 4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KBO리그 신고식을 치렀다. 크로우는 직구 16개, 투심패스트볼 9개, 커터 5개, 커브 2개, 슬라이더 3개, 체인지업 5개 등 다양한 구종으로 한화 타선을 요리했다.
구위가 시범경기 초반 기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54㎞, 평균 구속은 152㎞를 찍었다. 투심패스트볼 역시 최고 구속 152㎞까지 나왔고, 슬라이더도 시속 141㎞로 매우 빨랐다. 가장 느린 커브가 그나마 시속 134㎞였다. 좋은 구위에 제구력까지 갖추니 한화 타자들은 크로우의 공을 제대로 건드리지도 못했다.
4이닝 동안 12타자를 상대하면서 단 한 차례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1회 정은원과 문현빈을 1루수 내야 땅볼로 가볍게 처리한 뒤 안치홍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첫 삼자범퇴 이닝을 기록했다. 2회 선두타자 노시환도 2루수 땅볼로 허무하게 물러났고, 임종찬과 이진영은 연달아 헛스윙 삼진에 그쳤다.
이닝마다 10구 내외로 틀어막을 정도로 극한의 효율을 추구했다. 그만큼 공이 좋았기에 가능했다. 3회에는 하주석과 박상언을 연달아 유격수 땅볼로 잡은 뒤 최인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았다. 4회에는 정은원-문현빈-안치홍으로 이어지는 상위 타선을 모두 내야 땅볼로 처리하면서 가볍게 임무를 마무리했다. 크로우는 5회말 수비를 앞두고 윤중현에게 공을 넘겼다.
크로우는 올해 KIA의 야심작이다. KIA는 지난해 숀 앤더슨, 아도니스 메디나, 마리오 산체스, 토마스 파노니까지 외국인 투수를 4명이나 쓰면서 큰돈을 투자했지만, 대실패였다. 앤더슨이 4승, 메디나가 2승으로 부진하다 짐을 쌌고, 대체선발투수로 기대했던 파노니는 6승, 산체스는 4승에 그쳤다. 그나마 파노니가 재계약 가능성이 있는 편이었는데, 마운드를 더 단단히 다지려면 파노니의 구위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메이저리그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 위주로 후보군을 살핀 이유다.
크로우는 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60만 달러, 인센티브 20만 달러 등 총액 100만 달러에 계약했다. 크로우는 지난해 MVP 투수 에릭 페디(현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뒤를 이을 0순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페디는 지난 시즌 30경기, 20승6패, 180⅓이닝, 209탈삼진, 평균자책점 2.00이라는 경이로운 성적을 남기고 KBO에서 최고상을 다 휩쓴 뒤 미국 메이저리그로 1년 만에 금의환향한 성공 사례다. 스프링캠프 동안 크로우의 공을 확인한 야구계 관계자들은 "페디 이상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크로우는 미국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 최고 선발 유망주 출신으로 2021년에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풀타임 선발투수로 25경기나 등판한 경험이 있다. 2022년에는 불펜으로 60경기에 중용될 정도. 구위와 제구 모두 좋은 편이고, 커터와 체인지업의 무브먼트가 뛰어나 에이스로 손색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가지 변수가 지난해 크로우의 발목을 붙잡았던 오른쪽 어깨 통증이었는데, 지금까지는 건강한 몸 상태를 증명해 보이고 있다.
# 이범호 감독피셜 베스트 라인업…폭발하진 않았지만, 충분했다
이범호 KIA 감독은 이날 라인업을 발표하면서 "개막전 라인업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했다. 이 감독은 "오늘(11일)도 정예 타순이다. 당분간은 이렇게 가다가 선수들이 컨디션 체크가 필요한 상황이 되면 한두 명만 바꿀까 싶다. 지금 타순으로 자꾸 테스트를 해보려 한다. (개막전까지) 이렇게 타순이 갔으면 한다. (컨디션이) 다 올라온 선수가 있고, 다 안 올라오는 선수도 있다. 그런 것 말고는 컨디션 자체만 괜찮다고 하면 내 생각에는 이 타순이 팀에 가장 좋은 타순이 아닐까 생각한다. 크게 변화를 줄 생각은 없다. 빠른 선수들을 앞에 배치시키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 감독은 3번 김도영-4번 나성범-5번 소크라테스-6번 최형우를 타점을 쓸어담을 수 있는 최적의 조합으로 바라보고 있다. 박찬호와 최원준 등 콘택트 능력이 있으면서 발도 빠른 선수들이 부지런히 출루에 성공해 상대 배터리를 흔들어 두면, 나성범이 타점을 하루 하나는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한화는 류현진이 합류하기 전까지 1선발이었던 펠릭스 페냐를 이날 마운드에 올렸다. 페냐는 4⅓이닝 72구 2피안타 2사사구 3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고 패전을 떠안았다. KIA 타자들이 페나의 공을 적극적으로 커트하면서 투구수를 늘렸다. 반대로 생각하면 페나의 공이 그리 압도적이진 않았다고 볼 수 있다. 페냐는 직구 최고 구속 149㎞, 평균 구속 146㎞를 던졌고, 주 무기 체인지업(25개)과 슬라이더(13개)를 적극적으로 섞어 던졌다. 체인지업은 KIA 타자들의 헛방망이를 끌어낼 정도로 위력이 있었는데, 직구 구위로 찍어 누르질 못했다.
최원준은 첫 타석부터 홈런포를 가동하며 페냐를 흔들었다. 1회초 1사 후 우월 홈런을 날려 1-0 선취점을 뽑았다. 볼카운트 3-1으로 유리한 상황에서 시속 147㎞짜리 직구가 가운데 높이 몰려서 들어오자 놓치지 않고 받아쳤다.
KIA는 2회초 추가점을 뽑았다. 선두타자 소크라테스가 유격수 땅볼로 물러나긴 했지만, 공을 12개나 보면서 페냐의 힘을 쭉 빼놨다. 다음 타자 최형우가 손쉽게 볼넷을 골라 걸어 나갔고, 2사 1루 김태군 타석 때 페냐의 폭투에 힘입어 2루를 밟았다. 최형우는 김태군의 중전 적시타에 힘입어 홈을 밟았고, 김태군은 2루까지 욕심을 내다 태그아웃됐다. KIA는 2-0으로 앞서 나갔다.
# 한화 연이틀 빈타…'154㎞ 쾅!' 한승혁은 소득
한화는 지난 9일 대전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장단 10안타를 몰아치며 6-2로 승리한 뒤로 갑자기 빈타에 시달리고 있다. 10일 삼성전은 장단 3안타로 1득점에 그치는 바람에 1-6으로 졌다. 삼성이 장단 13안타를 폭발시킨 경기라 잠잠해진 한화의 공격력이 더 대비가 됐다.
한화는 이날도 좀처럼 공격력을 폭발시키지 못했다. 베스트 라인업을 꾸리지 못하긴 했다. 주장 채은성은 이날 하루 휴식이 필요했고, 외국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는 팔꿈치에 가벼운 통증이 있어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페라자의 몸 상태와 관련해 "어제(10일) 스윙을 하다가 왼쪽 팔꿈치에 통증이 생겼다. 오늘 연습할 때는 괜찮다고 했다. 오늘 그래서 선발에서 뺐더니 자기 왜 뺐냐고 그러더라. '네가 아프다고 했잖아'라고 했다. 그런데 자기는 또 괜찮다더라. 그렇다고 다른 선수(임종찬)를 넣었다가 뺄 수는 없어서 한 타석 정도 치고 내일 다시 선발로 들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하며 웃었다.
한화 타선은 KIA 에이스 크로우의 위력적인 공을 4회까지 건드리지 못한 여파가 꽤 길게 이어졌다. 5회말 1사 후 임종찬이 중전 안타로 이날 팀 첫 출루를 기록하고, 2루 도루 성공 뒤 포수 송구 실책에 힘입어 3루를 밟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줬으나 후속타 불발로 득점에는 실패했다.
페냐 뒤에 2번째 투수로 등판한 한승혁은 한화 팬들에게 큰 위안이 되는 투구를 펼쳤다. 5회초 1사 1루에 등판해 1⅔이닝 10구 무피안타 무4사구 1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직구 최고 구속은 154㎞, 평균 구속은 152㎞를 기록하며 주 무기인 강속구를 마음껏 뽐냈다.
한승혁은 1사 1루에서 김태군을 투수 병살타로 돌려세우면서 기분 좋게 출발했다. 6회초에는 KIA에서도 타격감이 괜찮은 편인 이우성, 박찬호, 최원준을 가볍게 돌려세웠다. 이우성은 루킹 삼진, 박찬호는 3루수 땅볼, 최원준은 유격수 땅볼이었다.
# 9회 KIA 미래들이 만든 추가점…마무리투수 정해영이 끝냈다
KIA는 9회초 한 점을 더 뽑으면서 한화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한화는 마무리투수 후보인 주현상을 마운드에 올렸는데, 선두타자 박민이 중전 안타로 출루하며 물꼬를 텄다. 김호령과 김규성이 연달아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추가 득점 기회가 무산되나 했는데, 박정우가 우중간 담장을 맞고 떨어지는 적시 2루타를 날려 3-0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박민과 박정우 모두 가능성을 시험받고 있는 KIA의 미래들이다.
9회말은 마무리투수 정해영이 책임졌다. 크로우 이후 윤중현(1이닝)-김대유(1이닝)-박준표(1이닝)-최지민(1이닝)이 무실점 릴레이 호투를 펼치고 있었다. 정해영은 선두타자 이명기를 삼진으로 잡은 뒤 황영묵을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면서 마지막 반격을 기다리던 한화팬들을 하나둘 귀가시켰다. 이어 김인환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세이브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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