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서도 '킹메이커'…유럽 극우 포퓰리스트 득세
김리안 2024. 3. 1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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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치러진 포르투갈 총선에서 중도좌파 성향의 집권 사회당이 중도우파 진영에 8년만에 패배했다. 중도우파 사회민주당이 이끄는 민주동맹은 438표 차이로 신승을 거뒀다. 양쪽 모두 과반의석을 확보한 정당이 없는 상황에서 극우 정당 셰가가 급부상해 캐스팅보트를 거머 쥐게 됐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11일 유로뉴스, AP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진행된 포르투갈 의회 선거 개표 결과 중도우파 사회민주당과 두 개의 소규모 보수 정당으로 구성된 민주동맹이 29.8%의 득표율로 아슬아슬하게 1당에 올랐다. 민주동맹은 79석을 가져가게 될 전망이다. 다만 정부 구성에 필요한 과반수(전체 230석 중 115석) 의석을 확보하는 데엔 역부족이라 다른 정당들과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한다.
집권 여당이자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당은 사회민주당에 1%포인트가량 뒤진 28.6%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지난 2022년 조기 총선에서 독자적으로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것에 비하면 엄청난 추락이다. 사회당은 77석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년만에 가장 높은 투표율(66%)을 보인 이번 총선에서 사회민주당이 이끄는 중도우파 진영과 집권 사회당이 이끄는 중도좌파 진영은 모두 29% 내외의 득표율을 보이며 표 차이가 438표에 불과할 정도로 박빙이었지만, 극우정당 셰가의 급부상은 괄목할 만 하다"고 전했다.
셰가는 이번 총선에서 19% 가까이 득표해 전체 230석 가운데 48석의 의석을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창당 첫해인 2019년 총선에서 1석, 2022년 총선에서 12석을 얻은 셰가는 세 번째 만에 뚜렷한 도약을 이뤘다. 셰가는 앞으로 연립정부에 참여해 새로운 정권을 만드는 킹 메이커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에도 각종 법안 추진에 있어서 캐스팅보트를 쥘 전망이다.
셰가는 법률가 겸 전직 축구해설가로 사회민주당에서 정치활동을 하던 앙드레 벤투라가 탈당해 2019년 4월 창당한 정당이다. 셰가는 포르투갈어로 "이제 그만해"(enough)라는 뜻을 갖고 있다. 기성 정치에 대한 대중의 실망감을 활용하는 문구다. 벤투라와 셰가의 구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연합 대표 등 세계 주요국에서 득세한 극우정당의 이념을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WP는 분석했다.
이번 총선이 지난 8년간 정부를 이끌던 사회당 안토니우 코스타 총리가 참모진의 부패 스캔들에 책임을 지고 사임하면서 조기에 치러지게 된 점도 유권자들의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이번 총선에서도 셰가는 '부패 청산'을 주요 화두로 내세웠다. 또한 불법이민, 안보 등에서도 극우 이념을 전파하는 데 성공했다. 리스본의 유권자 루이 실바는 셰가를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 "자격을 갖춘 이민자들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이민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며 "그들이 와서 국가 의료 시스템 등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이용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말했다.
포르투갈 베이라 인테리어 대학교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셰가의 소셜미디어 팔로워 수는 약 59만 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정당 계정의 팔로워 수(약 210만 명)의 30%에 달한다. 벤투라는 이날 선거 결과에 대해 "이제 포르투갈의 오래된 양당 체제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최근 몇년새 유럽에서는 불법이민, 러시아 전쟁 등에 의한 극우 확산세가 확연하다. 2022년 이탈리아에서 100년 만에 극우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탄생했다. 같은 해 프랑스에서도 국민연합(이 총선에서 하원 577석 가운데 89석을 차지해 원내 제2당으로 올라섰다. 작년 4월 핀란드 총선에서 승리한 우파 국민연합당은 극우 핀란드인당을 포함한 3개 정당과 함께 새로운 연립정부를 구성했다.
지난해 6월 그리스 총선에서도 극우 성향의 소수정당 3곳이 의회에 입성했다. 5개월여 뒤에 열린 네덜란드 조기 총선에서도 극우 자유당이 1위를 차지했다. 독일에선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득표율이 집권 연립정부 정당 3곳의 득표율을 각각 웃돌고 있다. 이 같은 극우 돌풍은 오는 6월 치러지는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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