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거란전쟁'이 남긴 숙제 [Oh!쎈 초점]
[OSEN=장우영 기자] 정통 사극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고, 웅장한 감동을 안긴 ‘고려거란전쟁’이지만 후속으로 제작될 사극들에 대해서는 숙제를 남겼다.
공영방송 50주년 특별 기획 KBS2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극본 이정우, 연출 전우성 김한솔 서용수, 제작 몬스터유니온, 비브스튜디오스)이 10일 방송되는 32회, 대망의 귀주대첩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날은 실제로 귀주대첩이 일어난 날로, 드라마와 실제 역사의 오버랩이 웅장한 감동을 안겼다.
지난해 11월 11일 첫 방송된 ‘고려거란전쟁’은 관용의 리더십으로 고려를 하나로 모아 거란과 전쟁을 승리로 이끈 고려 황제 현종(김동준)과 그의 정치 스승이자 고려군 총사령관이었던 강감찬(최수종)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강조(이원종)의 정변, 양규(지승현)의 분투, 현종의 호족 세력 혁파, 김훈(류성현)·최질(주석태)의 난, 귀주대첩 등 큰 줄기로 ‘고려거란전쟁’이 이어졌고,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그동안 사극은 많았지만 정통 사극, 대하드라마가 아니라는 점에서는 사극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정통 사극에 대한 갈증을 해결한 건 2021년 12월 방송된 ‘태종 이방원’. ‘장영실’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정사(正史)에 근거한 정통 사극의 부활에 팬들은 뜨겁게 환호했고, 최고 시청률 11.5%를 기록하며 종영했다.
그리고 1년 만에 ‘고려거란전쟁’이 전파를 타면서 정통사극 팬들의 마음을 뜨겁게 했다. 특히 많이 다뤄졌던 조선 시대가 아닌, 고려 시대를 조명, 최수종이 강감찬으로 캐스팅됐다는 점 등 여러 부분에서 기대감이 치솟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고려거란전쟁’은 그 기대에 부응했다.
하지만 ‘고려거란전쟁’의 높은 시청률에 취해서 과오를 잊어서는 안된다. 올바르게 역사를 바라볼 수 있도록 더 고증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
실록 등을 통해 실제 기록이 남아있는 조선 시대에 비해 고려 시대는 기록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 행간을 채우기 위해 작가의 상상력이 동원된다. 하지만 상상력이 삐끗할 경우, 캐릭터 붕괴와 역사에 대한 다른 시선을 주기 때문에 주의를 해야 한다. ‘고려거란전쟁’이 그랬다. 현종이 성군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면서 꼭 들어갔어야 했을까라는 장면들이 나왔다. 마통사고, 강감찬의 멱살을 잡으려 했던 장면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일부 인물이 미화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면서 불필요한 뒷말을 낳았다.
사극을 통해 역사를 알아간다라는 말이 있듯이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고려거란전쟁’만 봐도 그렇다. 실시간 TV를 잘 보지 않던 젊은 세대의 높은 호응과 지지를 이끌어냈고, 기존 매체는 물론 유튜브 등 SNS에 수많은 기사와 역사 관련 콘텐츠가 제작되는 열풍이 일었다. ‘고려거란전쟁’으로 인해 한국사, 역사 관련 시험에서 이 부분이 쉬워졌다는 이야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사극이 주는 영향력은 크다.
기록 그 너머에 있는 행간의 의미들을 흥미로운 이야기로 구성해 시청자에게 보여주고자 한다지만, 역사에 근거해서 선을 지켜가며 보여줘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이제는 드라마, 영화 등을 국내 시청자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주의가 요구되는 부분이다. ‘고려거란전쟁’이 준 감동과 카타르시스에 젖어 가장 중요한 부분을 잊어서는 안된다.
‘태종 이방원’, ‘고려거란전쟁’을 선보인 KBS는 이제 2025년을 목표로 또 다른 대하드라마를 준비 중이다. 김상휘 CP는 “아직 구체적 시기나 인물, 소재에 관해서는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이미 본격적인 후속작 기획에 돌입했고, 2025년 방송을 목표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많은 기대와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어떤 시대, 인물이 정해진 건 아니지만, 그동안의 의견을 수렴하고 한단계 더 나아가 잡음 없이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줄 대하드라마의 탄생을 기대해본다. /elnino8919@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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