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뒷돈 받고 학원에 문제 거래"...감사원, 56명 수사 요청
김태영 기자 2024. 3. 11. 15:12
감사원이 사교육 업체 등에 모의고사 문제를 제공하고 금품을 챙긴 현직 교사들을 무더기로 적발했습니다. 또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이 논란이 된 경위를 파악해 발표했습니다. 감사원은 지난해 9월부터 3개월간 실시한 '교원 등의 사교육 시장 참여 관련 복무 실태 점검' 감사 결과 교원과 학원 관계자 등 56명을 청탁금지법 위반과 업무방해, 배임 수·증재 등의 혐의로 올해 2월 초부터 세 차례에 걸쳐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논란의 수능 영어 23번..."EBS 교재 감수한 교수가 무단으로 수능에 출제"
감사원이 수사 요청한 대상엔 대형 입시학원 유명 강사가 만든 사설 모의교사 교재에 나온 지문이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에 그대로 출제되면서 논란이 됐던 사안의 관련자들도 포함됐습니다. 감사원에 따르면 고교 교사 A 씨는 2022년 3월 이듬해 1월에 출간 예정인 EBS 수능 연계 교재에 'Too Much Information(TMI)'라는 지문으로 출제한 문항을 수록했습니다. 대학교수 B 씨는 2022년 8월 해당 EBS 교재를 감수했는데, 이어서 2023학년도 수능 영어 출제위원으로 참여하면서 TMI 지문을 EBS의 허락도 없이 무단으로 수능 23번 문항으로 출제했습니다. 감사원은 또 평소 교원에게 문항을 사서 모의고사를 만들던 유명강사 C씨가 TMI 지문의 원 출제자인 A 씨와 친분이 있는 또 다른 교원 D 씨를 통해 TMI 지문으로 만든 문항을 받아 2022년 9월 모의고사로 발간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런 일련의 부정행위들이 더해져 논란의 수능 영어 23번 사태가 발생하게 됐다고 감사원은 판단했습니다.
◇논란의 수능 영어 23번..."EBS 교재 감수한 교수가 무단으로 수능에 출제"
감사원이 수사 요청한 대상엔 대형 입시학원 유명 강사가 만든 사설 모의교사 교재에 나온 지문이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에 그대로 출제되면서 논란이 됐던 사안의 관련자들도 포함됐습니다. 감사원에 따르면 고교 교사 A 씨는 2022년 3월 이듬해 1월에 출간 예정인 EBS 수능 연계 교재에 'Too Much Information(TMI)'라는 지문으로 출제한 문항을 수록했습니다. 대학교수 B 씨는 2022년 8월 해당 EBS 교재를 감수했는데, 이어서 2023학년도 수능 영어 출제위원으로 참여하면서 TMI 지문을 EBS의 허락도 없이 무단으로 수능 23번 문항으로 출제했습니다. 감사원은 또 평소 교원에게 문항을 사서 모의고사를 만들던 유명강사 C씨가 TMI 지문의 원 출제자인 A 씨와 친분이 있는 또 다른 교원 D 씨를 통해 TMI 지문으로 만든 문항을 받아 2022년 9월 모의고사로 발간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런 일련의 부정행위들이 더해져 논란의 수능 영어 23번 사태가 발생하게 됐다고 감사원은 판단했습니다.
감사원은 여기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수능 문항 확정 전 사설 모의고사와 중복되는지 검증을 부실하게 함으로써 TMI 지문 문항이 수능에 중복 출제되는 걸 걸러내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이와 관련 이의신청이 215건이나 접수됐는데도 평가원 담당자들이 공모해 이의 심사 대상에서 제외해 논란을 축소하려 했다고 감사원은 밝혔습니다.
◇감사원 "교사가 '문항 공급 조직' 만들어 학원 등에 공급하고 뒷돈 챙겨"...56명 경찰에 수사 요청
감사원은 특히 이번 감사를 통해 현직 교사 다수가 사교육 업체나 유명 학원강사 등에게 수능 경향에 맞춘 양질의 문항을 공급하고 금품을 챙겨온 사실도 적발했습니다.
감사원에 따르면 수능 모의평가 검토위원으로 여러 차례 참여한 고교 교사 E 씨는 출제 합숙 중에 알게 된 교사 8명을 포섭해 이른바 '문항 공급 조직'을 구성해, 2019년부터 2023년 5월까지 수능 경향을 반영한 모의고사 문항 2천여개를 만들어 사교육업체와 유명 학원강사들에게 공급하고 6억6천만원을 받았습니다. 이 중 3억9천만원은 교원 8명에게 지급하고, 나머지 2억7천만원은 자신이 챙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다른 교사 F 씨 역시 교사 2명을 포섭해 '문항 공급 조직'을 구성해 2천여 문항을 제작 및 공급, 2016년부터 2023년 6월까지 사교육업체 등으로부터 3억2천만원을 수수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감사원은 또 고교 교사 F 씨 배우자가 설립한 출판업체를 공동으로 경영하면서 현직 교사 35명으로 '문항 제작진'을 구성해 이들에게 사들인 문항을 사교육업체와 유명 학원강사들에게 넘겨 2019년부터 2022년까지 18억9천만원의 매출을 올린 사실을 찾아냈습니다.
◇감사원 "교원-사교육 업체, 금전 매개로 한 문항 거래 뿌리깊어"
감사원은 "교원과 사교육 업체 간 문항 거래는 수능 경향에 맞춘 양질의 문항을 공급받으려는 사교육 업체와 금전적 이익을 원하는 일부 교원 간에 금품 제공을 매개로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감사원은 이외에도 교사가 EBS 수능 연계 교재 파일을 교재 출간 전에 빼돌려 유사한 문항을 만들어 학원 강사에 공급하고 돈을 받거나, 사교육 업체에 공급한 문항을 학교 중간·기말고사에 출제한 사례 등도 적발했습니다.
감사원은 이들 외에도 문항 거래를 통해 금품을 받았다고 확인되는 다수 교원에 대해 감사위원회 의결 이후 엄중한 책임 문책 등의 조치를 하겠단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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