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이 단돈 1400원이래" 우르르…되살아난 '이 나라' 소도시[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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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로마 시내에서 차량으로 1시간30분 정도를 달리면 인구 3000여명 남짓한 소도시 마엔차(Maenza)가 나온다.
그는 "빈집 프로젝트로 인해 아무도 몰랐던 마엔차가 세계적으로 알려지는 효과가 생기면서 지난 2년간 '1유로 프로젝트'와 관계없이 27채의 집이 팔렸다"면서 "이 중 6채가 미국인과 노르웨이인 등 외국인에 의한 거래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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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로마 시내에서 차량으로 1시간30분 정도를 달리면 인구 3000여명 남짓한 소도시 마엔차(Maenza)가 나온다. 12세기경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마엔차 성을 중심으로 번성한 지역이다. 높은 산 위에 건립된 마엔차 성에 들어서면 아름다운 주변 경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과거 마엔차는 주로 로마를 방어하는 군사기지 역할을 해왔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도시 기능이 쇠락하면서 주민들이 하나 둘 떠났고, 빈집도 빠르게 늘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1유로 프로젝트'로 소멸위기의 마을이 되살아나면서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끄는 공공행정협력단이 함께 관광객들의 발길마저 드문 마엔차를 찾은 배경이다. 실제로 한적한 시골마을에 낯선 방문단이 들어서니 모든 주민들의 시선이 쏠렸다. '1유로 프로젝트'는 1유로(한화 약 1400원)에 빈집을 사들일 수 있는 유럽의 도시재생 프로그램을 말한다. 마엔차에선 개인과 법인이 모두 1유로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고 여러 채를 구매한 뒤 임대도 가능하다. 다만 지원금이나 세금 감면 혜택은 없다.
실제 매매가는 1유로가 맞지만 1유로만 내고 바로 거주할 수는 없다. 거래되는 빈집들은 대부분 낡고 방치돼 개보수가 필요하다. 매매 후 3년 안에 빈집을 리모델링 해야 하고, 3년 안에 완공을 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공사 완료 후 돌려받을 보증금 5000유로(약 720만원)도 내야 한다.
마엔차의 빈집을 리모델링하는 비용은 ㎡당 600~700유로(약 86만~100만원) 수준이다. 거주 가능한 마엔차의 집을 사들이는 비용이 ㎡당 약 1000유로(143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빈집을 리모델링하는게 더 유리한 셈이다. 빈집을 내놓은 주인들 입장에선 재산세 부담을 낮출 수 있다. 이탈리아에선 2주택 이상 다주택자들의 재산세 부담이 높다. 특히 도심지역에 실거주 주택을 소유한 경우 시골에 방치된 주택을 갖고 있으면 대부분 처분하길 원한다.
이렇게 거래 조건이 갖춰지면서 마엔차는 2021년 '투자는 거절합니다. 이웃을 원합니다'란 슬로건을 내세워 1유로 프로젝트를 대대적으로 추진했다. 이후 2개의 빈집이 프로젝트 매물로 나왔고 105명의 신청자가 줄을 섰다. 붙어있던 이 집들은 이탈리아 건축가가 모두 사들인 뒤 허물고 새로 지어 가족들과 함께 거주할 계획이다. 현재 15채의 빈집이 1유로 프로젝트 대상으로 선정됐고, 이 중 3채가 곧 매물로 나올 예정이다.
물론 마엔차의 1유로 프로젝트가 순탄하게만 진행됐던 건 아니다. 코로나19가 번진 팬데믹(전세계적 유행)과 겹친데다 소유권이 복잡한 빈집의 특성이 발목을 잡기도 했다. 게다가 빈집 상속자가 19명까지 파악된 사례도 나왔다. 지난 3년간 마엔차의 1유로 프로젝트를 통해 거래된 빈집이 2채에 그친 이유다.
하지만 클라우디오 스페르두티 마엔차 시장은 '1유로 프로젝트'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빈집 프로젝트로 인해 아무도 몰랐던 마엔차가 세계적으로 알려지는 효과가 생기면서 지난 2년간 '1유로 프로젝트'와 관계없이 27채의 집이 팔렸다"면서 "이 중 6채가 미국인과 노르웨이인 등 외국인에 의한 거래였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숙박업소 등을 열어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게 스페르두티 시장의 기대다.
파비오 디 지로라모 마엔차 시의원도 "1유로 프로젝트는 장기 프로젝트"라며 "한국의 고위 관료가 마엔차에 처음으로 방문해준 사실만으로도 우리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마엔차 사례는 행안부가 추진하고 있는 충북 충주시 관아골의 사례와 비슷하다. 2015년 절반이 넘게 비어있던 빈점포를 청년들이 고쳐 쓸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와 충주시가 지원하고, 행안부의 로컬브랜딩 사업을 통해 관아골 공가율이 2016년 60%(총 70채 중 42채)에서 지난해 12%(9채)까지 줄었다.
이 장관도 "우리나라도 빈집이 무려 13만2000호에 달한다"면서 "마엔차의 활용 사례를 살펴보고 빈집 정비에 적용할 수 있는 정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마엔차(이탈리아)=이창명 기자 charmi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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