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갛게 피어난 ‘우주의 장미’…어떻게 찍었나 봤더니
빨간색 성운에서 별·생명체 기원 ‘PAHs’ 감지
어둠을 배경으로 빨간색 연기가 힘차게 소용돌이친다. 연기 사이에서는 색깔과 밝기가 서로 다른 점 여러 개가 빛난다. 활짝 핀 붉은 장미 위에 보석을 흩뿌린 듯한 이 장관의 소재지는 지구에서 매우 멀다. 무려 273만광년, 즉 빛의 속도로 273만년을 달려야 갈 수 있는 우주의 한 귀퉁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최근 자신들이 촬영한 ‘삼각형자리 은하’ 내 NGC 604 성운의 사진을 지난 10일(현지시간) 인터넷에 공개했다. NGC 604의 폭은 1300광년에 이른다.
이번 사진은 NASA가 2021년 12월 발사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촬영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우주에 떠 있다.
탑재된 거울 지름이 6.5m에 달하는데, 우주망원경으로는 세계 최대 크기다. 1990년 우주에 투입돼 지금도 현역으로 활동하는 허블우주망원경의 2.7배다. 거울이 크면 빛을 모으는 능력이 증대된다.
이번 사진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에 실린 장비 가운데에서 ‘근적외선 카메라(NIRCam)’로 찍은 것이다. 사진 속에서 성운이 선명한 빨간색 연기처럼 보이는 것도 근적외선 영역에서 촬영을 했기 때문이다.
제임스 웹 망원경이 여러 광선 중에서 하필 적외선을 감지해 우주를 촬영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빛은 먼 거리를 날아갈수록 적외선으로 변하는 경향이 강하다. 적외선을 감지하면 장거리 관측에 유리하다는 뜻이다.
게다가 적외선으로 우주를 보면 뿌연 성운을 투시해 전방을 볼 수 있다. 짙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화재 현장에서 사용하는 열 화상 카메라와 비슷하다. 가시광선만 감지하는 일반적인 망원경으로는 이런 장점을 누릴 수 없다.
특히 NASA는 빨간색 성운 안에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PAHs)’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PAHs는 유기화합물의 일종인데, 별과 행성이 만들어지는 재료다. 생명체 발생 가능성과 연관된 물질이기도 하다.
NASA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근적외선이 아닌 중적외선으로 찍은 사진도 공개했다. ‘MIRI’라는 장비로 찍었는데, 별의 밝기는 줄어들고 뿌연 성운이 파란색을 뿜도록 촬영됐다.
NASA는 “NGC 604 성운에는 이제 막 태어난 별 200개가 존재한다”며 “우리 은하에는 이런 곳이 없는 만큼 중요한 연구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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