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갛게 피어난 ‘우주의 장미’…어떻게 찍었나 봤더니

이정호 기자 2024. 3. 1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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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 273만 광년 떨어진 ‘NGC 604’ 촬영
빨간색 성운에서 별·생명체 기원 ‘PAHs’ 감지
최근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촬영한 ‘NCG 604’ 성운 모습. 지구에서 273만광년 떨어진 은하에 속해 있으며, 근적외선으로 찍어 빨간색으로 보인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어둠을 배경으로 빨간색 연기가 힘차게 소용돌이친다. 연기 사이에서는 색깔과 밝기가 서로 다른 점 여러 개가 빛난다. 활짝 핀 붉은 장미 위에 보석을 흩뿌린 듯한 이 장관의 소재지는 지구에서 매우 멀다. 무려 273만광년, 즉 빛의 속도로 273만년을 달려야 갈 수 있는 우주의 한 귀퉁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최근 자신들이 촬영한 ‘삼각형자리 은하’ 내 NGC 604 성운의 사진을 지난 10일(현지시간) 인터넷에 공개했다. NGC 604의 폭은 1300광년에 이른다.

이번 사진은 NASA가 2021년 12월 발사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촬영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우주에 떠 있다.

탑재된 거울 지름이 6.5m에 달하는데, 우주망원경으로는 세계 최대 크기다. 1990년 우주에 투입돼 지금도 현역으로 활동하는 허블우주망원경의 2.7배다. 거울이 크면 빛을 모으는 능력이 증대된다.

이번 사진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에 실린 장비 가운데에서 ‘근적외선 카메라(NIRCam)’로 찍은 것이다. 사진 속에서 성운이 선명한 빨간색 연기처럼 보이는 것도 근적외선 영역에서 촬영을 했기 때문이다.

제임스 웹 망원경이 여러 광선 중에서 하필 적외선을 감지해 우주를 촬영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빛은 먼 거리를 날아갈수록 적외선으로 변하는 경향이 강하다. 적외선을 감지하면 장거리 관측에 유리하다는 뜻이다.

게다가 적외선으로 우주를 보면 뿌연 성운을 투시해 전방을 볼 수 있다. 짙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화재 현장에서 사용하는 열 화상 카메라와 비슷하다. 가시광선만 감지하는 일반적인 망원경으로는 이런 장점을 누릴 수 없다.

특히 NASA는 빨간색 성운 안에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PAHs)’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PAHs는 유기화합물의 일종인데, 별과 행성이 만들어지는 재료다. 생명체 발생 가능성과 연관된 물질이기도 하다.

중적외선으로 찍은 NGC 604 모습. 근적외선으로 찍었을 때와는 달리 별의 밝기가 줄었으며, 성운도 파란색으로 보인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NASA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근적외선이 아닌 중적외선으로 찍은 사진도 공개했다. ‘MIRI’라는 장비로 찍었는데, 별의 밝기는 줄어들고 뿌연 성운이 파란색을 뿜도록 촬영됐다.

NASA는 “NGC 604 성운에는 이제 막 태어난 별 200개가 존재한다”며 “우리 은하에는 이런 곳이 없는 만큼 중요한 연구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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