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는 거절, 이웃을 원합니다".. 이탈리아에선 1유로로 집 산다
'중세 폐가'가 지역 활성화 거점으로..'1유로 프로젝트'
국내 빈집 13만호 넘어..인구 감소 등 갈수록 문제
지난해 제주 현장 방문 이어 해외서도 방안 모색
13만 2천 호에 달하는 국내 빈집 호수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이탈리아에서 추진 중인 '1유로(한화 약 1,430원 내외) 프로젝트'가 빈집 문제 해소를 위한 하나의 모델로 주목됩니다.
11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지난 8일 '1유로 프로젝트'가 추진 중인 이탈리아 중부 마엔차시(Maenza comune)의 사업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이상민 장관은 현재 한-이탈리아 수교 140주년을 맞아 공공행정협력단과 함께 이탈리아를 방문 중입니다. 지난해 12월 제주지역 빈집 활용 사업 현장을 살핀 이 장관은 이번 해외 일정에서도 현지 빈집 문제 해결 현장을 둘러봤습니다.
행안부에 따르면, '1유로 프로젝트'는 빈집을 재생해 지방 도시의 인구 유출, 지방소멸 문제를 해결하려는 프로젝트로 2004년 네덜란드에서 첫 시작됐습니다.
이탈리아에서도 시칠리아(Sicilia), 칼라브리아(Calabria), 풀리아(Puglia) 등 전국 곳곳에서 인구 감소 등으로 인한 빈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정부 주도로 이 프로젝트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시칠리아 주 중심부에 위치한 인구 약 1만 1천 명의 무소멜리시(Mussomeli comune)는 2009년 지자체 조례를 만들어 지자체 차원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 이 장관이 방문한 이탈리아의 마엔차 지역은 로마에서 남동쪽으로 약 110Km 정도 떨어진 곳으로 인구 약 3천 명 정도가 거주하는 시골 도시입니다. 이곳도 젊은 층이 도시로 빠져나가면서 인구소멸의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마엔차시는 지난 2021년 "투자는 거절합니다. 이웃을 원합니다"는 슬로건으로 '1유로 프로젝트 이니셔티브'를 발표했습니다.
마엔차시는 '1유로'로 집을 살 수 있다하더라도 빈집을 구입한 사람은 3년 이내 집을 개조해야 하는 의무를 부여해 자동적으로 빈집이 정비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빈집의 중세식 고택 형식을 보존하면서도 빈집을 정비해 지역 정착, 관광 숙박 활동, 상업시설 활성화 등을 도모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중장기 계획에 기초한 마을 단위 정비 정책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청년, 타지인, 외국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지역으로 이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를 위해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도 지역 내 오래된 주택 등을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21년 마엔차시의 프로젝트 발표 후 97명의 외국인이 주택 구매를 신청했고, 최종 21명의 외국인이 매수후보자로 선정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현지에선 주거 용도 보다는 숙박업(B&B), 식당 등 상업 시설을 만들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는 빈집 구매에 대한 우선권을 제공해 마을의 다양성과 활력을 높이고 있다고 행안부는 설명했습니다.
마엔차시는 지난 2021년 처음으로 2개의 주택을 '1유로 프로젝트' 대상으로 선정해 성공적으로 매매를 이뤘습니다. 이후 코로나19로 한때 주춤했으나, 최근 주택 3채를 새로 1유로 주택으로 공고할 예정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재는 방치된 빈집 15채를 대상으로 마엔차시 관계자가 소유자에게 직접 연락해 1유로에 주택을 팔도록 유도하는 등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가고 있습니다.
모든 빈집이 1유로 프로젝트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속적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빈집들은 제외하고 상속으로 소유자가 다수인 경우 등 방치된 주택이 주로 대상이 됩니다.
실제로 이 포로젝트의 참여하는 참가자 중에는 본인도 모르게 조부모나 친인척으로부터 상속이나 증여 등을 통해 갑작스럽게 집 소유권을 넘겨 받았다가 재산가치에 비해 세금 문제나 관리 문제 등으로 곤란을 겪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마엔차시 관계자는 "2주택 이상을 소유한 다주택자는 재산세 부담이 급격하게 증가해 도심지역에 주택을 소유한 사람이 현재 거주하지 않는 상대적으로 재산 가치가 낮은 주택을 팔기를 원하는 것도 이 프로젝트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이유"라고 전했습니다.
이상민 장관은 "전국적으로 빈집이 무려 13만 2천 호가 넘었다. 방치된 빈집은 마을의 경관을 해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우범 지역이 돼 부작용이 심각하다"라며 "마엔차시 지역의 빈집 활용 사례를 살펴보고 우리나라의 빈집 정비와 활용 방법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빈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을 적극 추진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국토교통부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국내 빈집은 모두 13만 2,052호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장관은 지난해 12월 빈집 문제 해결의 선도 모델로 방치된 빈집을 활용해 공유 공간을 운영하는 제주시 조천읍 소재 (주)다자요 사업 현장을 방문한 바 있습니다. 다자요는 해녀가 살던 빈집을 무상으로 임대받아 새롭게 숙소 등으로 리모델링해 사업을 운영한 후 10년 뒤 다시 주택 소유주에게 되돌려주는 스타트업 업체입니다.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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