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징계는 없었다…황선홍 "운동장에서 일어난 일, 운동장에서 풀어야"
정필재 2024. 3. 11. 14:57
‘원팀’을 조각낸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한국 축구대표팀에 선발됐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선발하지 않는 징계’를 언급했지만 황 감독은 이강인의 하극상에 대해 “우리 모두의 문제”라며 이강인 편을 들어줬다. 이강인이 대표팀 한 자리를 꿰차며 절정의 기량을 뽐내던 이승우(수원FC) 등은 다시한번 태극마크와 인연을 맺지 못했고, 이강인은 실력 뿐만 아니라 달라진 태도로 사죄할 기회를 얻게 됐다.
황 감독은 11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태국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태국과 2연전에 참가할 대표팀 멤버 23명을 발표했다. 이강인을 포함한 유럽파 대부분이 승선한 가운데 주민규와 이명재(이상 울산 HD), 정호연(광주FC)은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다는 영광을 누렸다. 황 감독은 “한국 축구가 큰 위기에 처해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잘 극복할지만 고민하고 있다”며 “코칭스태프 선임 이후 그동안 쌓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55명의 예비명단을 정한 뒤 종합적으로 검토해 선발했다”고 설명했다.
초점은 이강인에 모아졌다. 이강인은 올해 초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손흥민과 물리적 충돌을 벌였다. 팀 분위기가 흐려진 대표팀은 결국 요르단에게 완패하며 4강에서 탈락했다. 이후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은 경질됐고, 대한축구협회는 100억원에 가까운 위약금을 토해내야 했다. 정 회장은 훗날 이같은 사태가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소집을 안 하는 수밖에 없다”며 징계를 예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황 감독은 두 선수와 의사소통을 한 결과 이런 갈등은 빨리 풀어야 팀이 단단해 질 수 있다며 이강인을 선택했다. 황 감독은 “이번 일은 두 선수만의 문제가 아닌 팀원과 코칭스태프 등 모든 팀 구성원의 문제로 모두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며 “운동장에서 일어난 일은 운동장에서 푸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강인을 부르지 않는다면 위기는 넘길 수 있지만, 다음에 부른다고 이 문제가 다 해결되지 않는다”며 “짧은 기간이라도 세심히 보고 대화를 통해 어려워하는 부분을 조금 정리하겠다”고 약속했다. 황 감독은 파리 올림픽 본선에서도 이강인을 데려다 쓰겠다는 뜻을 밝혔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병역혜택을 거머쥔 이강인은 FIFA 차출 의무가 없는 올림픽에 나서기 위해 소속팀의 동의가 필요하다. 황 감독은 배준호(스토크 시티) 등 유럽파 선수들의 소속팀과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고 있지만 PSG를 향해 특별한 메시지를 보내지 않고 있다. 황 감독은 “선택권을 우리가 가진 게 아니라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예선 통과 후 7월 PSG와 다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강인이 대표팀에 합류하면서 K리그1에서 훨훨 날고 있는 이승우 등은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 기회를 잃었다. 황 감독은 이승우에 대해 “마지막까지 논의했지만 조합 등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선발하지 못했다”며 “이승우 뿐만 아니라 K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에게 대표팀의 문은 항상 열려있기 때문에 실망하지 말고 계속 정진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생에 첫 태극마크를 달게 된 주민규에 대해서는 “3년 간 리그에서 50골 이상을 넣은 선수는 전무하기 때문에 더는 설명이 필요없다”고 평가했다. 주민규는 33세333일에 대표팀에 선발되면서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늦은 나이에 첫 태극마크를 단 선수가 됐다.
한편 대표팀은 오는 18일 소집돼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태국전을 준비한다. 이 경기가 끝나면 26일 태국 방콕에서 2차 원정경기를 치른다. 축구협회는 새 사령탑을 5초까지 선임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황 감독이 이번 두 경기에 결과에 따라 정식 감독 선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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