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과 정반대 기준 황선홍호, A대표팀·올림픽팀 모두 순항할까

박효재 기자 2024. 3. 1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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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 축구대표팀 감독이 11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A대표팀 소집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한국 축구 대표팀 임시 사령탑 황선홍 감독이 선수 발탁의 최우선 기준으로 현재 경기력을 꼽았다. 어느 리그에서 뛰느냐, 과거 명성이 어땠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전임 사령탑 위르겐 클린스만과 정반대 기준을 내세웠다.

손흥민(32·토트넘),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 등 공격진 전술 운용에 있어서는 균형을 강조했다. 본업인 올림픽 대표팀 명단은 해외파들도 대거 포함하며 최상 전력을 꾸렸다. 황선홍호가 순항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황 감독은 11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1일부터 태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지역 2차 예선 연전을 치를 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다.

울산 HD 주민규. 프로축구연맹 제공



이날 명단에는 생애 처음 태극마크를 단 공격수 주민규(34·울산)를 비롯해 골키퍼 이창근(31·대전), 센터백 권경원(32·수원FC), 풀백 이명재(31·울산) 등 클린스만 사령탑 체제에서 볼 수 없었던 K리거들이 대거 포함됐다. 황 감독은 이에 대해 “K리그를 관찰해서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염두에 뒀다. 대표팀은 항상 최고의 선수들이 선발돼야 하고 최고의 퍼포먼스를 선보여야 하는 팀”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클린스만 사령탑 체제에서 중용됐지만 부진한 경기력으로 비난받았던 수비형 미드필더 박용우(31·알아인), 최근 경기력이 좋지 않은 공격수 오현규(23·셀틱) 등은 빠졌다. 지난 두 시즌 K리그 두 자릿수 득점에 이번 시즌 개막 후 두 경기 연속 골을 기록했지만 빠진 이승우(26·수원FC)에 대해서는 “코칭스태프와 경기장에서 현장 미팅을 했을 정도로 논의가 있었지만, 조합 등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선발을 못 해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K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에게 문은 항상 열려 있다. 실망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정진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황선홍 임시 감독 체제 새 대표팀 명단. 대한축구협회 제공



임시 사령탑 체제인 만큼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태국전에서 성과를 내려는 조치로 보인다. 클린스만 체제 해외파 중에서도 핵심 자원으로 분류되던 선수는 그대로 꼽혔다. 새로 발탁된 선수들도 이전 사령탑 체제에서는 중용됐거나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다.

클린스만 사령탑 체제에서 문제로 지적된 전술 부재를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공수 균형을 먼저 찾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클린스만은 카타르 아시안컵 기간 특정 선수들의 개인 기량에 의존하는 축구로 비판받았다. 황 감독은 앞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강인의 10번(공격형 미드필더) 활용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겠다고 밝혔다. 손흥민이 클린스만 사령탑 체제에서 중앙 프리롤 임무를 수행했던 것과 겹칠 수도 있다.

황 감독은 두 선수를 포함한 공격진 전술 운용 방안에 관한 질문을 받고는 “구상은 돼 있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공격이나 수비 때 밸런스 측면에서 불균형이 좀 많았다고 생각한다. 짧은 시간에 모든 걸 다 만들어서 경기하는 건 어렵겠지만 일단 좋은 밸런스를 갖추고 시작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스토크시티 배준호. 게티이미지코리아



본업인 23세 이하(U-23) 대표팀 명단에는 배준호(21·스토크시티), 양현준(22·셀틱), 김지수(20·브렌트포드) 등 해외파가 대거 포함됐다. 이들은 파리 올림픽 예선전 이전 마지막 담금질이 될 친선대회인 3월 서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에 나선다. 특히 최근 잉글랜드 2부리그에서 연속골 등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배준호는 소집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번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황 감독은 유럽 출장을 가서 해외파 선수들의 소속 구단과 직접 대화해서 합의를 끌어냈다고 밝혔다. 올림픽은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가 아니라서 소속 구단의 의무 차출 규정이 없다.

최근 상한가인 해외파까지 포함하며 최상 전력을 꾸리면서 올림픽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황 감독이 태국전을 잘 치르더라도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한다면 감독으로서 커리어도 끝나고, 대표팀 겸업 체제를 택한 대한축구협회에도 비난의 화살이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 예선을 겸하는 대회인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에서 3위 안에 들어야 본선에 직행한다. 4위라면 아프리카 팀과 플레이오프로 밀린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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