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희박해지는 휴전 가능성…하마스, 라마단 기간 이스라엘 도발 원한다?
동예루살렘 알아크사 사원 충돌이 최대 변수
이슬람 금식 성월 라마단이 11일(현지시간) 시작한 가운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휴전 합의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하마스가 라마단 기간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격을 내심 바라고 있으며, 이를 통해 국제사회 여론을 유리하게 끌고 가고자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10일 밤 이슬람 성지 사우디 메카에서 초승달이 관측됐다고 밝히며 11일을 라마단 첫날로 선포했다. 이어 시리아·이집트·아랍에미리트연합(UAE)·카타르·이라크 등도 라마단 공식 시작을 알렸다. 수니파 국가들은 보통 종주국 사우디의 공식 발표를 기준으로 라마단 기간을 정한다. 시아파 맹주인 이란에선 이보다 하루 늦은 12일 라마단이 시작된다.
미국 등 국제사회는 아랍권에서 라마단이 갖는 상징적인 의미를 고려해 라마단 시작 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휴전을 성사시키려고 노력했지만 물거품이 됐다. 오히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라마단 기간에도 양측의 대화가 공회전을 거듭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완전 철수와 전쟁 종식을 주장하고 있고, 이스라엘은 이를 거부하며 하마스가 석방 대상자 명단을 제출하지 않는다며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하마스가 라마단 기간 이스라엘의 도발을 활용해 전쟁 흐름을 유리하게 돌리려 한다는 시각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하마스 가자지구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가 라마단을 계기로 이스라엘을 향한 국제사회 종전 압박이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슬람 3대 성지인 동예루살렘 알아크사 사원에서 폭력 행위가 벌어진다면 이란 등이 전쟁에 개입할 명분이 생길 수 있다는 계산을 하마스가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 경찰들은 알아크사 사원 근처에서 이슬람교도들을 향해 곤봉을 휘두르는 등 무력을 행사했다.
하마스는 지난해 10월7일 이스라엘 기습 공격 작전명을 ‘알아크사 홍수’로 내걸 만큼 알아크사 사원을 팔레스타인 저항의 상징으로 만들고 있다. 하마스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등은 최근 라마단 기간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알아크사 사원에 집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하마스 정치국 간부 후삼 바드란은 이날 “대규모 전투가 벌어지지 않더라도 라마단 기간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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