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도 있는데…'정우택 돈봉투' 의혹에 유독 조용한 언론?
의혹 제기부터 이의제기 기각까지 의혹 집중 보도 소수
여야 공방으로 다루거나 '돈봉투' 단어 쓰지 않는 기사도
[미디어오늘 이재진 기자]
지난 9일 충북 청주상당 국회의원 후보 정우택 국회부의장 공천 이의제기가 기각됐다. 정우택 부의장은 지역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로부터 돈봉투를 받았다는 의혹이 일었다. 돈봉투 의혹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최초 의혹 제기 시점부터 이의제기 기각까지 언론 보도는 매체별로 차이를 보였다. 정우택 부의장 해명 위주의 입장 전달 보도, 의혹에 대한 공방 성격 중계 보도가 주를 이루면서 정작 의혹의 실체를 집중 조명하는 보도는 소수였다.
정우택 돈봉투 의혹은 MBC충북과 '충북인뉴스'가 지난달 중순 카페업자로부터 정 의원이 돈 봉투를 받는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국회부의장이면서 5선 현역 의원이 직접 돈봉투를 받는 장면은 공천을 앞둔 시점에서 도덕성 문제가 부각될 수 있고 현직 의원과 관련된 뇌물 수수라는 사건의 성격 탓에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돈을 바로 돌려줬다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에 나선 정우택 부의장의 입장이 언론에 주로 반영됐다. 정 부의장은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최초 보도 매체 기자 2명과 자신의 국회 윤리위원회 제명을 요구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고소했다. 카페 자영업자 측이 '돈을 돌려받았다'라고 언론에 밝힌 것도 보도에 영향을 줬다.
해당 시점 언론 보도를 보면 <이재명 “정우택 돈봉투 영상, 변명이 가관”… 정 “법적 조치”>(2월16일 경향신문) 등과 같이 공방으로 처리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이후 돈봉투 의혹이 잠잠해지고 재공방으로 확산된 시점은 지난 4일이다. 이재명 대표는 '조용한 공천'이라는 국민의힘 공천을 비난하면서 “돌려줄 봉투는 왜 받나. 카메라 있는 데서 받아 가서 카메라 없는 데서 돌려줬다? 쇼를 해도 뭐 그런 쇼를 하나”라며 정우택 돈봉투 의혹을 언급했다.
이어 6일 이재명 대표는 “우리 민주당 시스템에 따르면 심사대상조차도 되지 못하는 돈봉투 후보를 뻔뻔하게 단수추천하는 게 바로 국민의힘 공천”이라고 말했는데 정 부의장 공천이 경선 결과 확정된 것을 인지하고 사실관계를 바로잡았다. 정 부의장은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이 대표를 고소했다. 정우택 돈봉투 의혹에 대한 실체는 이 대표가 정 부의장으로부터 고소 당한 사실을 앞서지 못했다.
돈봉투 의혹이 분기점을 맞은 시점은 지난 6일 카페 자영업자 측이 돈을 돌려받지 않았다고 입장을 바꾸고, 정 의원 측과 주고받은 대화 메시지를 공개하면서다.
카페업자 측은 불법 운영으로 중단된 영업을 재개해달라고 부탁하면서 후원금 300만 원을 포함해 다섯 차례에 걸쳐 800만 원을 정 의원측에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개한 대화 메시지에 따르면 과일 박스를 정 부의장에게 가져가달라는 메시지에 감사하다는 답장이 온 것으로 나온다. 카페업자는 과일 박스에 현금 100만 원이 들어있다고 주장했다. 돈을 돌려받았다라고 말을 바꾼 이유에 대해서도 정 부의장 측 보좌진으로부터 회유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주요 신문매체와 방송 보도는 정우택 돈봉투 의혹은 공방성 내용으로 조용하게 처리하는 경향을 보였다.
주요 매체별 보도 내용을 보면 경향신문과 세계일보 보도가 적극적이었다. 경향신문은 지난달 16일 최초 의혹 제기 시점 공방 내용을 전했다. 6일 이재명 대표의 돈봉투 의혹 발언에 이어 7일 <“과일 큰박스는 의원님이”… '정우택 돈봉투' 논란 카페업자 카톡 공개> 제목의 보도를 통해 의혹 내용을 전반적으로 다뤘다. 세계일보는 지난달 16일부터 11일까지 모두 18건의 보도에서 '정우택 돈봉투'가 들어간 키워드로 관련 내용을 다뤘다.
반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생색내기' 수준에서 관련 의혹을 다뤘다. 조선일보(조선비즈 등 계열사 제외)는 '정우택 돈봉투' 키워드가 들어간 보도는 단 2건이었다. 지난 6일 최초로 <“줬다vs돌려줬다”… 정우택 의원 '돈봉투 사건' 진실공방>에서 관련 의혹을 다뤘고, 9일 국민의힘 공관위가 정 부의장 공천 이의제기를 기각한 내용을 전하면서 “'돈 봉투 수수' 의혹이 제기된 정우택 국회부의장”이라고 언급하는 수준이었다. 조선일보는 11일 <이재명 “설마 2찍?”… 총선 화두로 떠오른 막말> 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정 부의장에게 '단수 공천을 받았다'라고 한 발언이 잘못됐다고 보도하면서 그 발언이 나온 맥락의 핵심인 '돈봉투'라는 말은 쓰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6건을 보도했는데 모두 여야 공방 성격의 내용이었다. 카페업자가 돈을 돌려받지 않았다며 공개한 대화 메시지 관련 보도는 없었다. 동아일보 보도 역시 비슷했다. 9일부터 11일까지 정우택 돈봉투 의혹은 여야 공방의 소재로 다뤘다.
방송 매체에서 정우택 돈봉투 의혹을 다루는 온도 역시 차이가 났다. KBS는 지난달 21일과 22일 <“근거없는 소문”, “정치 공세”…공천 신경전 과열> 제목으로 공방 내용을 다뤘는데 청주KBS발이었다. 6일과 7일에도 청주KBS는 <국회의원에 청탁 의혹…경찰 수사 본격화> 제목으로 보도했다. 이어 KBS는 9일 오전 <[총선] 국민의힘, 254개 전 선거구에 공천…16년 만에 처음> 제목의 리포트에서 “(당 공관위는) 정우택 국회부의장의 '돈 봉투 의혹'에 대해선 심각하게 들여다보고 있다며 객관적 증거가 드러나면 공천을 취소할 수 있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SBS는 8일 <국민의힘 “정우택 '돈 봉투' 의혹, 심각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국민의힘, '뇌물 고발' 공천 취소…정우택도 재고 시사>, 9일 <서울 중성동을, 하태경-이혜훈 결선…인요한은 비례 신청>에서 관련 내용을 다뤘다. 돈봉투라는 말이 들어가 있긴 하지만 전반적인 의혹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반면 MBC는 MBC충북의 최초 보도에 이어 25일 <여당 첫 경선 발표‥과정 투명성 강조하면서 '현역 불패' 지속>에서 돈 봉투 의혹을 언급했고, 6일 <'정우택 돈 봉투' 의혹 재점화‥카페 사장 “돈 준 거 맞다”> 7일 <“돈 준 것 맞다”‥'정우택 돈봉투 의혹' 재점화>에서 의혹을 집중 조명했다. 8일에도 <“과일 박스에 100만 원 줬다”‥“악의적 정치 공작”> 제목의 리포트로 다뤘다.
지난 9일 최초 의혹을 제기한 충북인뉴스는 카페업자가 정우택 부의장에게 돈 봉투를 전달해 CCTV 영상이 촬영된 날인 2022년 10월 1일 작성한 “소고기, 양주 등 과 의원님, 보좌관, 비서관 분들과 파티 한 후 별관으로 가서 봉투 100만원 드림” 메모장 기록을 입증할 수 있는 술차림상 사진을 추가 공개했다.
그러나 같은 날 정영환 국민의힘 공관위원장은 “오전 회의에서 논의를 했고, 클린공천단에서도 여러 사실을 확인해서 상당히 팩트 부분이 확인됐다”며 “그 부분에 관해서는 나중에 이의를 제기하신 분에게 개별적으로 연락이 가겠지만 공관위에서는 객관성이 없는 것으로 봐서, 부족한 것으로 봐서 이의를 기각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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