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항 거래' 다수 확인...교사·학원 등 56명 수사요청

이승배 2024. 3. 11.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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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재작년 치러진 2023년도 수능에 유명 입시학원 강사가 낸 모의고사 지문이 그대로 나와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했습니다.

이 내용을 포함해 교사와 사교육업체 간 유착 의혹 전반을 들여다봤는데, 현직 교사와 학원 관계자 등 56명을 경찰에 수사 요청했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합니다. 이승배 기자!

[기자]

네, 감사원입니다.

[앵커]

우선, 떠들썩했던 이른바 수능 '판박이 지문' 논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정확히 어떤 사건인가요?

[기자]

논란이 불거진 문제는 재작년 치러진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문항입니다.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쓴 저서 '투 머치 인포메이션' 중 일부가 지문으로 활용됐습니다.

그런데 수능 한 달 전에 한 이른바 유명 '일타 강사'가 낸 모의고사 지문과 똑같았던 겁니다.

해당 지문은 EBS 교재에 나온 적도 국내에 출간된 적도 없습니다.

우연의 일치이냐, 아니면 수능 문제가 사전에 유출된 거냐,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부글부글 들끓었습니다.

수능 시험을 관리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는 관련 이의 신청이 빗발쳤습니다.

감사원 조사 결과, 이 문항은 한 대학교수가 아직 출간 전인 EBS 교재를 감수하면서 봤던 문제를 수능 출제를 하면서 무단으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일타 강사'는 다른 교사로부터 해당 지문 문제 받아 모의고사로 발간했다고 감사원은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대학교수와 일타 강사는 무슨 관계인지가 가장 궁금한데, 감사원은 개연성은 파악됐지만. 구체적인 유착 관계까지는 확인을 못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관리 책임이 있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일 처리를 부당하게 한 점도 드러났습니다.

중복 출제를 막으려고 보통 수능 출제 전에 시중에서 살 수 있는 문제지를 모두 검토하는데, 딱 그해 한 해만 해당 강사 모의고사를 안 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의신청 처리도 의문점투성이였습니다.

수능과 모의고사 문제 지문이 일치하자 이의신청이 다수 접수됐는데 평가원 담당자들은 해당 안건을 이의심사위원회 심사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문이 같아도 문제 유형이 다르면 기출로 보지 않는다, 해당 모의고사가 개인 수강생만 접근할 수 있는 것이라고 평가원이 거짓 설명했다고 감사원은 밝혔습니다.

또한, 수능 이후 EBS가 평가원에 연락해 대학교수가 자신의 출간 전 지문을 무단 사용한 사실을 전달했지만, 이를 감추고 해당 안건을 '제외 사안'으로 덮었다고 감사원은 덧붙였습니다.

감사원은 정확한 유착 관계 확인을 위해 해당 대학교수와 일타 강사 등을 경찰에 수사 요청하고 확인한 내용을 참고 자료로 보낸 상태입니다.

[앵커]

이 사안뿐 아니라, 교사들의 문항 거래 실태 전반에 대해서도 살펴봤다는데, 여러 건이 확인됐다고요?

[기자]

네, 맞습니다.

우선 감사원이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수사 요청한 사람은 모두 56명입니다.

이 가운데 거의 절반인 48%, 27명이 현직 교사입니다.

그리고 41%, 23명이 강사와 학원 관계자입니다.

적용 혐의는 청탁금지법 위반과 업무방해, 배임수증재 등입니다.

최근 5년 동안 5천만 원이 넘게 금품을 챙긴 교사로 제한한 것이 이 정도입니다.

그 이하 금액을 포함하면 현재 2백 명 넘는 인원을 조사하고 있다고 감사원은 밝혔습니다.

조사 결과, 교사와 사교육 업체 사이에 문항 거래가 다수 발견됐다며 감사원이 주요 사례 여섯 개를 공개했습니다.

특징을 보면 혼자 문제를 거래하기도 하지만, 수능이나 모의 평가 출제를 위해 합숙을 할 때 알게 된 다른 교사와 함께 팀을 꾸린 경우도 많았다고 감사원은 설명했습니다.

이 가운데는 배우자와 짜고 아예 출판업체를 세워 사교육업체에 책을 팔아 돈을 번 교사도 있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EBS 교재 집필 등을 통해 알게 된 교사와 본인 학교 교원을 섭외해 현직 교사 35명으로 문항 제작진을 꾸렸고, 지난 2019년부터 3년 동안 18억9천만 원 매출을 올렸습니다.

또, EBS 교재 출간 전에 파일을 빼돌려 변형 문항을 제작해 학원 강사에 공급한 교사, 사교육업체에 문제를 팔고 돈을 챙기면서 자기 학교 중간·기말고사에 출제한 사례도 적발됐습니다.

교사 복무행위를 지도·감독해야 하는 교감도 동문 선후배와 문항 제작팀을 꾸려 가욋돈을 챙기기도 했습니다.

이밖에 현직 입학사정관이 대학에 근무하면서 사교육 업체에 취업해 투 잡을 뛰며 자기소개서 작성을 지도하고 수백만 원 금품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고 감사원은 밝혔습니다.

감사원은 입학사정관 가운데 퇴직 이후 3년 동안 학원 등에 취업을 금지하는 규정을 어긴 사례가 다수 확인돼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추가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감사원에서 YTN 이승배입니다.

YTN 이승배 (sbi@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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