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세포 전이" "강제퇴원 뒤 사망"…항암치료 밀린 암환자들 '지옥'
"윤석열 대통령에게 대화 요청…절실한 상황 전달하겠다"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전공의가 의료현장을 떠난 지 4주차에 접어든 가운데 중증질환 환자단체들이 윤석열 대통령과의 대화를 제안하며 정부에는 "보유하고 있는 이번 집단사직 전공의 명단을 공개하라"며 "만약 거부한다면 국민 알권리 차원에서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촉구했다.
식도암·아토피피부염·다발골수종 등 총 6가지의 중증질환 환자단체들이 소속된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혜화동 서울대병원 앞에서 '전공의 사직과 의대 교수 의료현장 이탈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혔다.
연합회는 "현재 의료계가 요구하는 사안들이 대부분 정부 정책과 다르지 않아 정부 정책에 항의한다는 입장도 명확히 없으며, 사실상 정부에 요청한 내용들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이고도 의료계가 원하는 방식의 수용을 요구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연합회는 또 "정부는 현재 집단 사직 사태가 전혀 어떤 명분도 없고 긴급히 저항할 사유도 없는 상황이다"며 "이 집단행동을 조기 진압해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킬 어떠한 의지도 보여주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연합회에 접수된 환우들 피해 사례도 소개됐다.
대형병원에서 식도암 4기를 갓 진단받은 환자 A 씨의 가족은 이번 사태를 이유로 신규 항암 치료를 거절당했다. A 씨 가족은 심각한 상태라며 심지어 여명에 대해서도 접했으나 치료계획은 듣지 못했다고 한다. 그 상황을 '길바닥으로 내쫓긴 심경'이라고 표현했다.
A 씨 가족은 "어떤 협력 병원 연결도 없었다. 심각한 건 설명하면서, 진료 자체를 본원에서는 볼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며 "대형병원을 어렵게 예약하고 겨우 찾아갔는데, 치료를 거절당하면서 그간 가족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게 모두 물거품이 됐다"고 말했다.
중증뇌질환 환자 B 씨는 "대학병원에서 입원과 재활의학과 치료를 해야 한다. 의료체계상 중증뇌질환 환자는 동일 요양기관에서 4주간 입원이 불가해 4주마다 전원을 해야 하는 처지"라며 "전공의 부재로 입원 일정을 거부당하고, 갈 곳을 잃은 처지"라고 주장했다.
이밖에 항암치료 주기가 1주 이상 지연된 76세 암환자 C 씨, 항암치료가 무기한 연기된 61세 암환자 D 씨, 항암치료가 총 4주 연기됨으로써 등통증, 간수치가 올라간 60세 암환자 E 씨, 방사선치료가 미뤄진 66세 암환자 F 씨 등의 사례가 있다고 연합회는 강조했다.
특히 입원 중지에 따라 10일 뒤로 항암치료가 연기된 71세 암환자 G 씨의 경 췌장 내부에 암이 전이됐다. G 씨 가족은 "바로 치료를 했다면 전이가 안 됐을 텐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한다. 순식간에 췌장으로 암이 전이된 걸 털어놓기 어려운 가족은 G 씨에게 이를 알리지 않고 있다.
서울의 한 병원에서 치료받던 70대 암환자 H 씨는 지난해 10월 암 진단을 받고 지난 2월 20일 전공의 사직 사태로 타 병원 전원과 퇴원을 강요받았다. H 씨는 요양병원으로 옮겨진 뒤, 이튿날 새벽 4시 사망했다.
연합회는 "상식에 반하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는 대통령이 나서서 철회하고 의료계도 당장 집단적 진료거부를 멈추고 환자 곁에서 의무를 다해야 한다"며 "더 이상 정부와 의료계는 (각자의) 그 기능과 역할을 잃어버렸다"고 호소했다.
연합회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의료공백으로 인한 의료현장에서의 고통과 답답함을 전달하는 대화 요청 제안을, 정부에는 △보유 중인 집단사직 전공의 명단 공개와 거부 시 법적 수단 강구 등을 예고했다.
김성주 연합회 대표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철회 사유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의료정책 전문가는 아니다. PA 간호사의 업무범위 확대는 환자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자신이 없다"면서 "정부와 의료계와 앉아 이야기를 하고 싶다. 대통령께 절실한 상황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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