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 도시로 차출된 공중보건의...의료개혁이 지방의료 공백 초래하는 역설
"사실상 유일한 병원인데" 지역 주민 불안 호소
지역의료 강화하겠다는 정부 정책이 오히려 역주행하는 현상 벌어져
정부, "지역의료 공백 우려에 적극 대처"
정부가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로 인한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전국의 공중보건의(공보의)들을 차출하면서 지역의료에 구멍이 생기고 있다. 지역의료를 보강하기 위해 추진중인 정부의 정책이 거꾸로 지역에서 일하는 공보의마저 도시로 보내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1일 오전 충남 논산시 가야곡면사무소에서 만난 주민 임모(79)씨는 "남편이 보건지소에서 고혈압약을 주기적으로 처방받아 먹는데 의사가 없으면 약도 못 타는 거 아니냐"며 "(의사)선생님 한 분이 여기 항상 계셨는데 도시로 떠났대유? 우리 영감 인제 큰일났슈"라고 호소했다.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인한 의료공백 장기화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보의가 이날부터 3차 병원 현장으로 차출되면서, 농어촌 지역 주민들의 진료 불편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의료인프라가 열악한 읍·면·리 지역 주민들이 사실상 유일한 병원으로 이용하던 보건지소, 진료소에서는 당장 이날부터 예방접종, 환자 접수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날 오전 11시 30분께 찾은 논산의 한 보건지소는 지난주까지 자리를 지켰던 공중보건의 1명이 천안지역 3차 병원으로 파견되면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나 다름없었다. 그동안 공보의 진료 아래 폐렴, 대상포진 등 예방접종과 감기 등 내과 진료,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예진, 처방전 발급 등이 이뤄졌지만, 이날 예방접종 차 이곳을 찾은 한 주민은 그냥 돌아가야 했다. 보건지소 관계자는 "저도 오늘 출근하고 나서 공보의 차출 사실을 알게 됐다"며 "선생님이 안 계셔서 보건소를 찾아오는 주민들께 근방의 다른 보건지소나 시보건소를 이용해달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보의 부재가 당장 큰 주민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소식을 뒤늦게 알게 된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주민 엄모(27)씨는 "여기는 승용차 없는 고령의 거주자들이 대부분"이라며 "아프다고 시내 병원을 찾아가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여기가 거의 유일한 병원인데 최소한의 의료진도 없다고 생각하니 너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윤모(66)씨 역시 "감기, 두드러기 등 각종 질환으로 보건지소를 찾는 주민들이 생각보다 많다"며 "부족한 의사를 메우겠다고 촌에 많아 봤자 한명씩 있는 공보의를 빼가면 어떻게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논산시는 소속 공보의 2명이 각각 국립암센터, 단국대병원으로 파견됨에 따라 남은 8명으로 시 보건소와 13개 보건지소를 운영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예방접종의 경우 시 보건소로 방문을 안내하고, 요일별로 출장 보건지소를 다르게 하거나 대신 진료해서 의료공백을 최소화하려고 한다"며 "이전에도 공보의 1명이 2개 지소를 맡은 적이 있어 아직 특이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충남도에 따르면 이날 도내 근무하는 공보의 17명이 지역 대학병원과 수도권 등으로 파견됐다. 전체 의과 공보의 166명의 10.24% 수준이다.
파견 병원별 인원은 충남대병원 5명, 천안 단국대병원 5명,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인하대병원·국립암센터·전남대병원·연세대 원주 세브란스병원·분당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 각 1명이다.
논산과 홍성에서 각 2명, 나머지 시군은 1명씩 파견됐다. 도는 복수로 남아있는 공보의들을 공보의 부재 지역으로 이동시켜 진료 공백이 생기는 시군이 없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부터 한 달간 상급종합병원 20곳에는 군의관 20명과 공보의 138명 등 총 158명을 파견한다. 이번에 파견된 공보의 138명 가운데 전문의는 46명, 일반의는 92명이다.이어 이르면 다음 주 중으로 200명을 추가로 투입할 계획이다. 정부는 공보의 파견으로 시골 보건소 등에 '의료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밝혔다.강현철기자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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