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번복 후 양손에 쥔 오스카 트로피…거장 미야자키 하야오[피플in포커스]
전쟁 경험 세대…가장 순수한 시각으로 반전 메시지 전해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83) 감독이 은퇴작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2023)'로 제96회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며 오스카 2관왕으로 등극했다.
NHK는 미야자키 감독이 2003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이어 10일(현지시간) 또 한 번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 최우수 작품상의 주인이 됐다고 보도했다.
수상작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이하 그대들)는 미야자키 감독이 은퇴 선언을 번복하면서까지 만든 작품이다. 원작과 각본을 직접 담당하며 약 7년을 쏟아부었다. 영화는 태평양 전쟁 중 어머니를 잃은 소년이 신비로운 세계를 헤매게 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대들'은 국제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아카데미상의 전초전이라고도 불리는 골든글로브상을 비롯해 영국 아카데미상에서도 일본 영화로는 처음으로 애니메이션 영화상을 거머쥐었다.
◇아이 같은 순수함으로 평화를 그리다
AFP통신은 미야자키 감독이 '놀라운 상상력으로 모든 연령대의 시청자를 사로잡았다"며 1979년 데뷔 이래 "자연과 기계를 환상적인 디테일로 묘사해 마니아층을 형성해 왔다"고 논평했다.
'피노키오(2022)'를 제작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뉴욕타임스(NYT)에 '이웃집 토토로'를 보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포착하는 아름다움과 엄청난 위업에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며 "그를 동양의 디즈니라고 묘사하는 것은 매우 잘못됐다"고 찬사를 보냈다.
토토로와 포뇨 등,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창조해 내면서도 정작 미야자키 감독 본인은 창작의 고통을 호소하며 여러 차례 은퇴를 선언하곤 했다.
그는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작품을 제작할 때면 "무의식의 우물 속으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그러면 뇌의 바닥에 있는 뚜껑이 열리고 새로운 방향이 떠오른다"면서도 "가족과 사회생활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니" 뚜껑을 열지 않는 편이 좋다고 답한 바 있다.
하지만 고통 속에서 탄생한 작품들은 일본 최고의 문화 수출품 중 하나가 됐고 그 자신을 거장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미야자키 감독의 영화는 풍부한 자연 묘사와 함께 주체적인 여성 주인공, 비행물체가 자주 등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으로 '붉은 돼지(1992)' '바람계곡의 나우시카(2000)' '천공의 성 라퓨타(2004)' '바람이 분다(2013)' 등이 있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이름이 '지브리(Studio Ghibli)'인 것도 동명의 군용 비행기가 있기 때문이다. 지브리는 사하라 사막의 뜨거운 바람을 뜻하는 아랍어에서 유래한 이탈리아어인데, 애니메이션 세계에서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자 하는 열망을 상징한다.
◇인생과 작품을 관통하는 '반전(反戰)' 신념
미야자키 감독은 일본 내에서도 저명한 진보 인사다. 거침없이 총리를 비판하기도 했는데, 2015년 안보 법안을 개정해 집단 자위권을 되살리려는 아베 신조 총리를 향해 "헌법 해석을 바꾼 위대한 인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싶은 것 같지만 어리석은 일"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영국 가디언에 "우리는 아이들을 민족주의로부터 해방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민족주의적 관점에 따르면 세계의 문제는 다민족에서 비롯되고, 이런 사고방식은 사랑하는 모국이 세계에서 부정적 존재로 비춰질 여지를 남기기 때문이다. 그는 "이것은 우리가 지난 전쟁에서 얻은 교훈이며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전에 대한 확고한 신념은 그의 유년 시절 경험에서 비롯됐다. 미야자키 감독은 아버지에 대해 전쟁을 통해 이익을 얻고도 수치를 몰랐던 사람이라며 비난했는데, 아버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제로기'로 알려진 일본 전투기의 날개를 생산하는 군수품 공장을 운영했다. 그러다 폭격이 고향 우쓰노미야까지 덮치자, 가족은 아버지의 차를 타고 황급히 도망쳐야만 했다. 이후 미야자키는 급속한 현대화와 급속한 도시 확장을 목격하며 성장했다.
NYT는 일본인들이 미야자키 감독의 작품에 끌리는 이유가 "본질적으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라며 "제국주의적 오만함과 서구의 물질주의가 없는 오래된 일본에 대한 그리움과 희미한 슬픔이 있다"고 분석했다.
realkwo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괌 원정출산 산모, 20시간 방치 홀로 사망…알선업체 "개인 질병, 우린 책임 없다"
- "전처, 김병만 명의로 사망보험 20개 가입…수익자도 그녀와 양녀 딸" 충격
- 격투기 선수 폰에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 수십개…경찰, 알고도 수사 안했다
- 토니안 "상상초월 돈 번 뒤 우울증…베란다 밑 보며 멋있게 죽는 방법 생각"
- 절도·폭행에 세탁실 소변 테러…곳곳 누비며 공포감 '고시원 무법자'
- 김태희, ♥비·두 딸과 성당서 포착…"꿈꾸던 화목한 가정 이뤄"
- 14만 유튜버 "군인들 밥값 대신 결제" 말하자…사장님이 내린 결정 '흐뭇'
- 박나래 "만취해 상의탈의…이시언이 이단옆차기 날려 막아"
- 최현욱, SNS '전라 노출' 사진 게시 사고…'빛삭'에도 구설
- 12억 핑크 롤스로이스에 트럭 '쾅'…범퍼 나갔는데 "그냥 가세요"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