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령 첫 태극마크에도 덤덤 주민규 "내일 전북전 잘 치르겠다"
K리그1 득점왕 두 번 오른 국내파 최고 스트라이커
벤투·클린스만호에선 외면받다 황선홍 임시감독 부름 받아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오늘 소식과 무관하게 내일 경기를 잘 치르겠습니다."
그토록 바라던 태극마크의 꿈을 이룬 날에도 프로축구 울산 HD의 스트라이커 주민규는 다음 날 경기에 집중했다.
주민규는 황선홍 한국 축구대표팀 임시 감독이 11일 발표한 3월 A매치에 나설 태극전사 23명의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만 33세 333일의 나이에 생애 첫 대표팀 발탁의 영예를 안았다.
그의 울산 동료 이명재와 광주FC의 정호연도 처음으로 대표팀에 뽑혔으나 시선은 주민규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다.
주민규는 현재 K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인정받는다.
2021시즌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22골을 터뜨리며 처음으로 K리그1 득점왕에 올랐다.
2022시즌에는 17골로 조규성(미트윌란·당시 전북 현대)과 동률을 기록했으나 출전 시간이 많아 2위에 만족해야 했다.
2023시즌에는 왕좌를 탈환했다. 17골로 득점 레이스를 단독 선두로 마쳐 K리그 최고 골잡이 타이틀을 다시금 거머쥐었다.
주민규의 활약에 힘입어 울산은 2022시즌과 2023시즌, K리그1 2연패에 성공했다.
모두가 그를 인정했다. 그러나 대표팀 사령탑으로부터는 인정받지 못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에 이어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도 주민규를 단 한 번도 뽑지 않았다.
A매치를 앞두고 국가대표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없는 것을 확인할 때마다 무척이나 억울했겠지만, 주민규는 흔들리지 않고 소속팀에서 소임을 다했다.
올해도 주민규의 발끝은 시작부터 뜨거웠다.
지난 2월 반포레 고후(일본)를 상대로 치른 2023-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16강 1, 2차전에서 총 3골을 작렬, 울산의 8강행에 앞장섰다.
동계 훈련 기간 체지방을 줄이면서 스피드와 활동량을 높이는 '업그레이드'를 한 주민규는 홍명보 울산 감독의 전술을 그라운드에서 잘 이행하며 매 경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냈다.
좌절할 만한 상황이 수년째 반복됐지만 흔들림 없이 골망을 흔들어온 주민규를, 현역 시절 국보급 스트라이커로 활약한 황 감독은 외면하지 않았다.
황 감독은 "축구에 여러 요소가 있지만 득점력은 또 다른 영역이다. 지금 3년간 리그에서 50골 이상 넣은 선수는 전무하다. 더 설명이 필요 없다"고 주민규를 선발한 배경을 설명했다.
마침 황 감독이 국가대표 명단을 발표한 이날 오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는 다음날 열리는 전북 현대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8강 2차전을 앞두고 기자회견과 공식 훈련이 진행됐다.
울산 구단에 따르면 주민규는 훈련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오늘 소식과 무관하게 내일 경기를 잘 치르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울산은 원정에서 치른 8강 1차전에서 1-1로 비겨 다소 유리한 고지에 있다.
그러나 이번 전북과 8강전은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티켓의 향방이 결정될 수 있는 중요한 경기여서 조금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
늘 바로 앞만 보고 달려온 주민규의 머릿속에는 '전북전 승리'라는 화두밖에 없다.
울산은 주민규를 비롯해 김영권, 조현우, 엄원상, 설영우, 이명재 등 6명을 A대표팀 명단에 올려놨다.
여기에 더해 이날 함께 발표된 U-23(23세 이하) 대표팀 명단에도 울산 소속 이재욱, 장시영이 이름을 올렸다.
울산은 총 8명의 태극전사를 배출하며 'K리그 챔피언'의 위용을 뽐냈다.
울산과 전북의 ACL 8강 2차전은 12일 오후 7시 문수축구경기장에서 킥오프한다.
한편, 대한축구협회는 주민규의 만 33세 333일은 한국 축구 대표팀 사상 가장 많은 나이에 대표팀에 처음 발탁된 기록이라고 밝혔다.
기존 최고령 기록은 2008년 10월 허정무 감독 시절 송정현(당시 전남)이 32세 131일에 처음 발탁된 것이다.
주민규는 21일 열리는 태국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3차전에 출전하면 역대 최고령 A매치 데뷔전 기록(33세 343일)도 세운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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