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교사가 뒷돈 받고 문제 건넨 '사교육 카르텔' 의혹 사실로…'수능 영어 논란' 실체 확인

신심범 기자 2024. 3. 1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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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교사들이 사교육 업체에게 금품을 받고 모의고사 문제를 넘긴 ‘사교육 카르텔’ 의혹이 감사원 감사에서 사실로 드러났다.

2023학년도 수능 모의고사. 국제신문 DB

11일 감사원은 ‘교원 등의 사교육시장 참여 관련 복무 실태 점검’ 감사 결과 교원과 학원 관계자 등 56명을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감사는 지난해 9월부터 3개월간 실시됐으며, 수사의뢰는 지난달부터 세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청탁금지법 위반, 업무방해, 배임 수·증재 등이다. 수사의뢰 대상자 중에는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문제’ 논란 관련자들이 포함된다. 유명 입시학원의 강사가 만든 사설 모의고사 교재에 나온 지문이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에 그대로 출제됐다는 의혹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2023년 1월 출간 예정이던 EBS 수능 연계 교재에 한 고교 교사가 2022년 3월 ‘Too Much Information’(TMI)라는 지문으로 출제한 문항이 수록됐다. 대학교수 A 씨는 2022년 8월 해당 EBS 교재를 감수하던 중 TMI 지문을 알게 됐고, 2023학년도 수능 영어 출제위원으로 활동하며 TMI 지문을 무단으로 사용해 수능 23번 문항으로 출제했다.

평소 교원에게 문항을 사서 모의고사를 만들던 유명 강사 B 씨는 TMI 지문의 원 출제자와 친분이 있는 다른 교원 C 씨를 통해 이 지문으로 만들어진 문항을 넘겨받아 그 해 9월 말 모의고사에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부정행위들이 ‘1타 강사 모의고사 판박이’ 논란을 부른 수능 영어 23번 사태를 낳은 것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업무 부당 처리도 확인됐다. 평가원 영어팀은 수능 문항 확정 전 사설 모의고사와 중복 검증을 부실하게 해서 TMI 지문 문항이 수능에 중복 출제되는 것을 걸러내지 못했다. 또 중복 출제 관련 이의신청이 215건 접수됐는데도 평가원 담당자들이 공모해 이의 심사 대상에서 제외해 논란을 축소하려 했다.


수능 출제 또는 EBS 수능 연계교재 집필에 참여한 다수 교사가 사교육 업체와 문항을 거래한 것도 이번 감사에서 드러났다. 감사원은 “교원과 사교육 업체 간 문항 거래는 수능 경향에 맞춘 양질의 문항을 공급받으려는 사교육 업체와 금전적 이익을 원하는 일부 교원 간에 금품 제공을 매개로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항 거래는 수능이나 수능 모의고사 출제 경력, EBS 수능 연계 집필 경력이 있는 교원을 중간 매개로 삼아 ‘피라미드식’ 조직적 형태로 전개됐다. 일례로 수능과 수능 모의평가 검토위원으로 여러 번 참여한 고교 교사 D씨는 출제 합숙 중에 알게 된 교사 8명을 포섭해서 문항 공급 조직을 구성했다. D 씨는 포섭한 교사들과 2019년부터 2023년 5월까지 수능 경향을 반영한 모의고사 문항 2000여 개를 만들어 사교육 업체와 유명 학원강사들에게 공급하고 6억6000만 원을 받았다. 이 중 3억9000만 원은 조직에 참여한 교원들에게 지급하고, 나머지 2억7000만 원은 자신이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고교 교사 E 씨는 배우자가 세운 출판업체를 공동 경영하면서 현직 교사 35명으로 문항 제작팀을 구성, 사교육 업체와 유명 학원강사들에게 문항을 넘겨 수억 원의 부당 이익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교사가 EBS 수능 연계 교재 파일을 교재 출간 전 빼돌려 비슷한 문항을 만들어 학원 강사에게 공급하고 돈을 받는가 하면, 사교육 업체에 공급한 문항을 학교 중간·기말시험에 출제한 사례도 있었다.

이밖에 현직 입학사정관이 사교육 업체에 취업해 자기소개서 작성 강의 등을 하고 금품을 받은 사례들도 확인됐다.

감사원은 “입학사정관 퇴직 후 3년간 학원 등 취업이 제한되는 고등교육법 조항을 위반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며 “법상 위반 시 제재 규정은 없어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교육부에 제도 개선 등을 조치할 것”이라고 했다.

감사원은 이들 외에도 문항 거래를 통해 금품을 받았다고 확인되는 다수 교원에 대해 감사위원회 의결 이후 엄중한 책임 문책 등 조치를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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