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암 4기인데, 진단 후 '치료 나 몰라라'…길바닥에 내쫓겨"

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2024. 3. 11.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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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사직 전공의 보유명단 공개하라…거부 시 모든 법적수단 강구"
중증질환자연합회, 尹에 대화 요청…"의료공백 애로 직접 들어 달라"
11일 오후 서울대 종로구 연건캠퍼스 앞에서 한국중증질환연합회 주최로 전공의 사직과 의대 교수 의료현장 이탈 중단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식도암 4기 진단을 받은 가족을 둔 보호자입니다. 대형병원에서는 갓 진단을 내리곤 현 사태를 이유로 신규 항암치료를 거부했습니다. 본원에서는 입원도, 치료할 여력도 없으니 '알아서' 병원을 알아보라고 했습니다.
 

어떠한 협력병원 연결도 없었습니다. 진단만 받으러 병원을 가는 사람은 없지 않습니까? 당연히 향후 치료계획을 안내받을 거라 생각했는데…환자 상태가 위중하단 소견으로 이미 머리가 멍해진 상태에서, 정작 치료는 해줄 수 없단 말을 들으며 길바닥에 내쫓긴 심경으로 진료실을 나왔습니다."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인한 의료공백이 4주차로 접어드는 가운데 식도암 말기 환자의 가족 A씨는 "대형병원을 어렵게 예약하고 겨우겨우 찾아갔는데, 그간 가족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것이 모두 물거품이 됐다"며 막막함을 토로했다.

그는 "애초에 환자를 내쫓을 작정이었다면 며칠 전 각종 검사는 대체 왜 실시한 건가"라며 "하루하루가 급한 암환자의 치료 시간과 기회를 빼앗아 버리고 환자를 무책임하게 포기한 것 아닌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한국중증아토피연합회·한국다발골수종환우회 등 7개 단체가 모인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재 서울대병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씨 등 환자들의 피해사례를 공개했다. 

연합회는 현재 전공의에 이어 의대 교수 등으로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의사들의 이탈 중단을 촉구하며 "이들이 '집단 진료거부'라는 집단행동을 할 명분이나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대정원 2천 명 증원 및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전면 백지화' 등을 촉구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등의 요구사항이 사실상 정부가 기존에 발표한 정책 방향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포함해 '전문의 인력채용 확대',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대책 제시' 등 "보다 구체적이고, 의료계가 원하는 방식의 수용"을 요구한단 점을 제외하면 뚜렷한 항의의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최근 잇따라 사직 의사를 밝히는 등 집단행동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의대 교수 등도 당장 내년도 입시부터 2천 명 증원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논리 외 특기할 주장이 없다는 게 연합회의 입장이다.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의 핵심이자 일종의 '당근책'으로 정부가 도입을 예고한 의료사고처리특례법과 관련해선 "(의료계가) 환자 '사망' 사고를 반드시 포함하고 민사상 배상액도 한도를 둬야 한다는 등 무리한 요구를 '선물'로 달라는 요구도 서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증질환연합회는 "만약 요구사항이 정부 정책과 반(反)하는 점이 일부 있다 해도 의료현장을 이탈하는 과도한 집단행동은 즉시 중단돼야 할 불법"이라며 "수술과 항암제 투여 등을 늦추거나 응급실 수용 거부 등으로 수많은 환자들을 생명에 지장이 있는 상태로 방치하거나 질병이 악화되게끔 하는 파렴치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11일 오후 서울대 종로구 연건캠퍼스 앞에서 한국중증질환연합회 주최로 전공의 사직과 의대 교수 의료현장 이탈 중단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이같은 사태가 3주간 지속된 데엔 정부의 책임이 크다며 "이 상황이 장기화될 거라고 임의로 예단했다"고 날을 세웠다.

연합회는 "상황이 벌어지는 초기부터 집단행동을 조기 진압해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겠다는 어떠한 의지도 보여주지 못했다"며 "환자 안전에 저해되는 비대면진료와 PA(진료보조) 간호사 제도 등의 시행계획을 발표한 것은 이 사태를 오히려 정부가 적극 이용하고 있고, 사실상 의료계와 공조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를 보는 이들은 전적으로 환자와 국민들이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수많은 피해자들이 현재도 발생하고 있다"며 "가장 보호받아야 할 중증환자들이 이들(의-정) 사이의 '협상' 도구로 전락해 볼모가 되고 있는 상황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치 국면을 풀어야 할 주체로 "이 상황을 촉발시킨 윤석열 대통령"을 지목했다. 이들은 "대통령께 의료공백으로 인한 의료현장에서의 고통과 답답함을 전달하고자 한다"며 "중증질환자 대표와의 대화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집단사직한 전공의 명단을 공개하라"며 "만약 정부가 공개를 거부한다면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약 5천 명에게 사전통지가 완료된 미복귀 전공의 대상 처분에 대해선 "면허 취소가 아닌 면허정지에 불과한 행정처분이라 전공의 대부분이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라며 "의대 교수협의회는 집단 사직서 제출을 똑같은 형식으로 할 거라고 정부와 국민을 겁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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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leun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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