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ELS 팔아 재낀 은행의 탐욕…금융당국은 뭐했나

남지현 기자 2024. 3. 1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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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조원에 이르는 손실과 다수의 불완전판매 논란을 불러온 '홍콩에이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이하 이엘에스 사태) 책임은 금융당국도 피하기 어렵다.

금융당국이 대규모 펀드 사기 및 불완전판매 사실이 드러난 디엘에프(DLF) 사태 직후인 2019년 12월 내놓은 '은행권의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이 유명무실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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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F 후폭풍 대책 유명무실 드러나
현장 실태·규제 우회 제때 점검 안 해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홍콩에이치(H)지수 연계 이엘에스(ELS) 대규모 손실 관련 분쟁조정기준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조원에 이르는 손실과 다수의 불완전판매 논란을 불러온 ‘홍콩에이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이하 이엘에스 사태) 책임은 금융당국도 피하기 어렵다. 4년 전 대형 펀드 사기 사건 발생을 계기로 마련한 소비자 보호 방안 자체가 허술한데다 해당 방안이 금융 현장에 잘 녹아들어가는지를 살피지 않은 탓이다.

금융감독원이 11일 내놓은 이엘에스 사태 관련 현장 검사 결과를 보면, 과거 금융당국이 내놨던 금융소비자 보호 방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금융당국이 대규모 펀드 사기 및 불완전판매 사실이 드러난 디엘에프(DLF) 사태 직후인 2019년 12월 내놓은 ‘은행권의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이 유명무실했다는 뜻이다.

이 방안은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렵고 원금의 20% 이상 손실이 발생하는 금융상품을 ‘고난도 금융상품’으로 분류하고, 이 상품을 사모·공모를 통해 사모펀드(ELF)나 신탁(ELT) 형태로 일반인에게 판매하는 걸 금지하는 게 뼈대다. 하지만 신탁자산과 이 부문에서 수익을 내려는 은행권 요구에 당국은 한발 물러나 이엘에스 신탁 판매를 허용했다. 당시 터준 길을 따라 이엘에스는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당국의 ‘예외 허용’이 투자자의 대규모 손실은 물론 불완전판매 시비의 뿌리인 셈이다.

신탁 수익을 확대하려는 은행권의 전략과 판매량이 급증하는 ‘현상’을 보고도 당국은 손을 놓고 있었다. 또 신탁 수익 확대 전략이란 큰 틀 속에 은행마다 손질한 핵심성과지표(KPI)가 투자자 보호 리스크를 확대하는지에 대한 점검도 부족했다. ‘판매 과정 녹취 의무화’ ‘설명 의무 강화’와 같은 세부 규정과 불완전판매 제재 규정의 강도만 높였을 뿐 금융 현장의 적용 혹은 우회 여부는 충분히 살피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구한 금융권 고위 인사는 “위험한 상품인 줄 알고도 허용을 해줬으면 당국에서 수시 검사 등을 통해 문제가 없는지 미리미리 더 살펴봤어야 한다. 감독기관이 지금 와서 은행권만 탓하는 건 무책임한 일”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은행들의 사업 모델에 대한 검토와 이를 바탕으로 한 유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판매 수수료 위주에서 포트폴리오 관리 중심으로 사업 모델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 단기 판매 경쟁에서 고객별 자산관리 서비스 중심으로 영업 전략을 바꿔나가도록 당국이 제도 개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위험 상품은 피비(PB)센터 등에서만 판매하도록 하는 등 상품 성격에 따라 판매 채널을 분리하는 것도 우선 생각해볼 수 있는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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