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동대문 일요시장, "당연히 짝퉁"에도 미어터진다

김서현 기자 2024. 3. 11.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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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 아닌 '새 제품'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판매
옷 무더기서 괜찮은 제품 '쏙쏙' 건지는 재미도
상인들은 '재고 처리'… 안 팔린 옷 정리의 기회
MZ, 득템 찬스·옛날 시장의 분위기 vs '짝퉁'
일요일인 지난 10일 '천원시장' '절약의 성지'로 불리고 있는 동대문 일요시장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있다. 사진은 모든 옷을 '무조건 2000원'에 판매하고 있는 동대문 일요시장 한 상점의 모습. /사진=김서현 기자
물가가 오른 요즘 '절약의 성지'로 불리는 곳이 있다. 서울 종로구 동대문역에서 5분 거리의 '동대문 일요시장'이다. 일요일마다 의류, 생필품 등 잡화를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다. 시중 가격보다 훨씬 싸게 판매해 '천원 시장'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상품 대부분이 구제가 아닌 새 제품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최근 블로그,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동대문 일요시장이 화제다. 관련 유튜브 쇼츠는 조회수 59만회에 달했다. 댓글에서는 "잘 찾아보면 은근히 건질 게 많다" "사람이 워낙 많아 거의 (만화 '짱구는못말려'에서 동네 마트 바겐세일 때 가성비 좋은 상품을 고르기 위해 전투적으로 상품을 찾는) 짱구 엄마처럼 쇼핑해야 건질 수 있다" 등의 반응이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도 '핫플'로 등극하고 있는 현장을 지난 10일 찾았다.


일요일 오전 10시에도 '북적북적'


동대문 일요시장은 일요일 오전 10시에도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사진은 동대문 일요시장 길목의 모습. /사진=김서현 기자
일요일 오전 9시 반, 서울지하철 동대문역에서 시장에 가까워질수록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길을 따라 천막이 쭉 늘어섰다. 천막 아래서는 양말, 옷, 신발, 모자 등 다양한 물품을 팔고 있었다.

사람이 유난히 많이 모여있는 곳에 비집고 들어가 봤다. 방문객들이 옷 무더기에서 괜찮은 옷을 고르기 위해 뒤적거리고 있었다. 그 위에는 '무조건 2000원'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사람들은 저렴한 가격에 마음에 드는 옷을 사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다. 만족하는 미소를 지으며 1000원짜리 지폐 여러 장을 내밀고 상품을 담아가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동대문 일요시장에 일요일 아침 시간에도 사람이 많이 몰렸다. 사진은 모든 옷이 '무조건 2000원'인 상점에서 옷을 고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사진=김서현 기자


'골라 골라~ 무조건 1000원'… 상인들에겐 '재고 처리' 기회


옷을 1000원, 2000원에 판매하는 상점들을 시장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시중 판매가보다 확연히 싼 가격이다.
'천원시장' '절약의 성지'로 불리고 있는 동대문 일요시장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모든 옷을 1000원에 판매하고 있는 상점의 모습. /사진=김서현 기자
그 중 '골라 골라~ 무조건 1000원'이라는 문구가 적힌 한 상점 사장(67)과 대화를 나눴다. 경기도 남양주에서 다른 가게를 하는데 가게에서 잘 안 팔린 제품을 일요일 장에 가져와 재고 처리하는 방식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내놓고 있다고 했다. 그는 "마진은 거의 안 남는다. 남은 제품을 해외로 보내는 비용보다 괜찮다. 그냥 동대문 가져와서 싸게 처리하는 게 낫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부쩍 20~30대 젊은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젊은 세대의 방문이 늘어났다고 언급했다. 일요시장에 방문한 대부분이 40~70대였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20~30대 젊은 층도 친구·연인과 함께 시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일본인, 미국인 등 다양한 국가에서 온 외국인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MZ들의 시각… 싼 가격에 '득템 찬스' vs '짝퉁' 논란


동대문 일요시장은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찾고 있다. 사진은 시장을 구경하는 사람들의 모습. /사진=김서현 기자
천원 상점을 구경하고 있던 김씨(31·남)는 "블로그랑 유튜브에서 많이 뜨길래 궁금해서 와봤다"고 말했다. 그는 "싼 가격에 편하게 입을 만한 옷들이 많아 재미있다"고 설명했다. 또 "옷 무더기 속에서 괜찮은 옷을 쏙쏙 건지는 재미가 있다"라고도 했다.

그와 함께 동대문 일요시장을 찾은 친구 A씨(31·남)는 시장에서 구매한 가죽 재킷을 입고 있었다. 2만5000원에 샀다고 한다. 옷에 대해 잘 모르는 기자가 봐도 멀쩡하고 마감도 잘 돼 있는 새 옷이었다. A씨는 "2만5000원 주고 산 옷인데 '득템'한 것 같다"며 마음에 들어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들은 인상 깊었던 점으로 "자기들(브랜드 의상을 따라 만든 제작자) 마음대로 컬래보한 것"이라면서 웃었다. 한 옷에 여러 브랜드 로고와 디자인을 마음대로 섞어 둔 몇몇 제품을 가리킨 것이다. A씨는 "디자인에서 짝퉁인 게 티가 났다. 웬만하면 로고가 있는 옷은 (이 시장에서) 살 마음이 없다"고 했다.

실제로 곳곳에 브랜드 로고가 있는 옷들이 싸게 팔리고 있었다. 궁금한 마음에 들여다보니 로고의 폰트가 조금씩 다르거나 정품보다 마감이 안 좋은 옷들이 있었다. 익명을 요청한 어느 상점 주인은 제품들이 진품이냐는 질문에 "당연히 가짜"라고 답하기도 했다.


먹을거리와 볼거리로 '옛날 분위기' 느끼는 젊은 세대


일요시장에서는 의류뿐 아니라 간식거리, 생필품도 판매하고 있다. 사진은 브랜드 로고가 있는 짝퉁 제품, 간식거리와 생필품의 모습. /사진=김서현 기자
시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호떡을 먹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마주할 수 있었다. 일요시장에서는 의류, 잡화뿐 아니라 떡볶이, 토스트, 호떡도 팔고 있다. 치약, 비누 등 생필품도 쇼핑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여자친구와 함께 동대문 일요시장을 방문한 공씨(25·남)는 "코로나19 이후로 명동도 그렇고 예전 분위기가 나는 곳은 거의 다 (상권이) 죽어가는데 (동대문 일요시장은) 사람이 북적이는 게 인상 깊다"고 했다. 그러면서 "물가가 올라서 요즘 옷 사는데도 돈이 많이 드는데 1000원에 옷을 파는 곳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고도 했다.

김서현 기자 rina236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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