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홀로코스트 박물관 개관식 초청된 이스라엘 대통령···“가자 학살 멈춰야” 반대 시위

선명수 기자 2024. 3. 11. 13:5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0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유대교 회당에서 열린 국립 홀로코스트 박물관 개관식에서 이츠하크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문을 연 국립 홀로코스트 박물관 개관식에 이스라엘 대통령이 참석했다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또 다른 학살’을 멈추라는 시위에 직면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츠하크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과 함께 국립 홀로코스트 박물관 개관식에 참석했다.

이 박물관은 네덜란드에 문을 연 첫 홀로코스트 박물관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 네덜란드에서 추방돼 수용소에서 살해된 10만2000여명의 유대인을 기리고 나치의 유대인 박해 역사를 알리기 위해 건립됐다. 전쟁 전 14만명에 달했던 네덜란드 유대인 인구 가운데 75%가 나치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추정된다. 박물관은 유대인 어린이 600여명의 비밀 탈출 통로로 이용된 사범대학 건물에 들어섰다.

헤르조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증오와 반유대주의가 전 세계적으로 만연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에 함께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물관 인근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또 다른 홀로코스트’를 벌이고 있다며 헤르조그 대통령의 방문을 비판했다. 이들은 팔레스타인 깃발과 함께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손자가 말한다 : 가자 홀로코스트를 중단하라’ ‘대량 학살에 반대하는 유대인’ 등이 쓰인 팻말을 들고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다.

10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이츠하크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의 국립 홀로코스트 박물관 개관식 참석에 반대하는 이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시위 주최 측은 박물관 건립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헤르조그 대통령의 방문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유대인 반전 운동가인 요아나 카바코는 시위 연설에서 “우리 유대인들에게 이 박물관은 우리의 역사이자 과거의 일부”라며 “오늘날 (이스라엘의) 대량학살을 정당화하는 데 이런 신성한 공간을 이용한 것”이라고 규탄했다. 현지 언론은 최소 1000여명이 시위에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국제엠네스티는 항의의 의미로 헤르조그 대통령을 헤이그에 위치한 국제사법재판소(ICJ)로 안내하기 위해 박물관 주변에 우회 표지판을 세웠다. 지난해 말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제노사이드(집단 학살)를 벌인 혐의로 유엔 산하 최고 법정인 ICJ에 피소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이스라엘을 제소하며 ICJ에 제출한 소장에는 헤르조그 대통령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책임이 “무장세력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에 있으며, “그들의 척추를 끊어 놓을 때까지 싸우라”고 발언한 내용도 포함됐다. 남아공 측은 헤르조그 대통령을 포함해 이스라엘 정치권에서 나온 강경 발언들이 가자지구 주민들에 대한 무차별 학살을 지시하고 선동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헤르조그 대통령은 자신의 발언 일부만 부적절하게 인용해 왜곡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물관 측은 헤르조그 대통령 초청이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전에 계획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물관 운영 주체인 유대인 문화지구는 성명을 통해 “무엇보다 전쟁과 갈등이 이스라엘 시민과 가자지구, 서안지구에 가져온 결과에 깊이 우려한다”며 “전쟁이 계속되는 와중 박물관이 문을 열게 돼 더욱 안타깝다”고 밝혔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