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입은 조선 그림 ‘곽분양행락도’, 고향서 되살아나다

도재기 기자 2024. 3. 11.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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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소재문화재재단·정재문화재보존연구소, 독일 박물관 소장품 보존처리 완료
부귀영화의 삶 소망 담은 그림···조선시대 8폭 병풍으로 복원, 독일 현지서 일반공개 예정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정재문화재보존연구소가 보존처리를 마쳐 독일로 돌아가게 될 조선시대 작품 ‘곽분양행락도’(독일 라이프치히 그라시민족학박물관 소장) .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독일 라이프치히 그라시민족학박물관에 소장된 조선시대 작품 ‘곽분양행락도’(郭汾陽行樂圖)가 한국에서의 보존처리를 통해 8폭 병풍의 원래 모습으로 되살아났다.

문화재청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11일 “국외문화유산 보존·복원 및 활용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2022년 11월부터 진행해온 독일 라이프치히 그라시민족학박물관의 ‘곽분양행락도’ 보존처리가 완료됐다”며 보존처리 작업이 이뤄진 정재문화재보존연구소에서 이를 공개했다.

‘곽분양행락도’는 중국 당나라 때의 분양왕 곽자의(697~781)의 행복한 삶을 소재·주제로 한 조선 후기 그림이다. 당나라 중기의 명장이자 관료인 곽자의는 안사의 난을 진압하고 여러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는 등 장수와 관료로 성공과 출세를 했다. 또 부귀영화 속에 무병장수한 곽자의는 자식들 또한 모두 높은 벼슬에 올라 부러움을 샀다. 곽자의와 그의 삶은 성공과 출세, 자손 번창, 무병장수, 부귀영화의 상징이 됐다.

중국과 조선에서 곽자의와 같은 부귀영화 속 행복한 삶에 대한 간절한 소망을 담아 그려진 게 ‘곽분양행락도’다. ‘분양왕 곽자의의 즐겁고 행복한 삶을 그린 그림’인 셈이다. 조선 후기에는 궁중을 비롯해 민간에서도 ‘곽분양행락도’가 유행처럼 많이 제작됐고, 소설로 출간될 정도였다. 특히 ‘곽분양행락도’는 6폭이나 8폭 병풍으로 그려져 혼례나 잔치 때 배경으로 활용됐다.

보존처리 이전의 ‘곽분양행락도’.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이번 그라시민족학박물관 소장품은 19세 작품으로 추정된다. 비단에 채색한 8폭 병풍으로 각 폭은 132×50㎝ 크기다. 박물관은 이 ‘곽분양행락도’를 1902년 독일의 미술상인 쟁어(H. Sanger)로 부터 구입해 소장해 왔다. 화면은 기존 ‘곽분양행락도’와 구성, 배치 등이 유사하다. 1~3폭에는 집안 풍경과 여인들·앞마당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이 그려졌다. 4~6폭에는 잔치 장면을 표현했으며, 7~8폭에는 연못과 누각이 묘사됐다.

특히 2폭의 마당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은 ‘백자도’(百子圖)의 도상을 차용하고 있다. ‘백동자도’로도 불리는 ‘백자도’는 아이들이 즐겁게 노는 모습을 통해 많은 아이를 낳고, 그 아이들이 모두 건강하고 훌륭하게 성장하기를 기원하며 그려진 그림이다. ‘곽분양행락도’에서 유래한 그림이란 분석도 있다.

이 ‘곽분양행락도’는 박물관이 입수할 당시에는 8폭 병풍의 형태였으나 나무틀이 뒤틀리면서 그림만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1면, 8면의 화면 일부가 잘리는 등 손상됐다.

정재문화재보존연구소는 1년 4개월에 걸친 보존처리 작업을 통해 그동안 그림 부분만 낱장으로 보관돼 오던 작품을 8폭 병풍의 원래 모습으로 복원해냈다. 라이프치히 그라시민족학박물관은 조만간 보존처리된 ‘곽분양행락도’를 박물관 전시를 통해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국외문화유산 보존·복원 및 활용 지원사업’을 통해 2013년부터 지금까지 총 10개국 31개 기관의 53건 국외 소재 문화유산을 보존처리해 현지에서 전시되거나 활용되도록 했다”고 밝혔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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