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첫 재판 나온 김광호 “형사 책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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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을 예견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이태원 참사를 막지 못한 혐의로 기소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참사 발생 500일이 되는 날 법정에 섰다.
김 전 청장 변호인은 "현장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보고받은 시점이 너무 늦어서 결과적으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해 도의적인 책임을 가진다"면서도 "도의적, 정치적, 행정적 책임과는 별개로 법적으로 형사 책임을 물을 수는 없어서 무죄를 주장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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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가능했단 이야기는 상상 속 이론”
위험을 예견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이태원 참사를 막지 못한 혐의로 기소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참사 발생 500일이 되는 날 법정에 섰다. 김 전 청장은 도의적 책임은 느끼고 있지만, 형사 책임까지 질 수는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11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재판장 권성수)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광호 전 청장과 류미진 당시 서울청 112상황관리관(총경), 정아무개 당시 서울청 112상황팀장(경정) 등 3명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일정이나 사건의 쟁점 등을 정리하는 절차로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지만, 김 전 청장과 정 경정은 이날 재판에 참석했다.
김 전 청장은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인파가 몰려 사고가 날 위험을 예견했음에도 적절한 경찰력을 배치하지 않아 지휘·감독권자로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 류 총경과 정 경정은 압사 관련 112 신고가 쏟아지는데도 뒤늦게 상급자에게 보고해 참사를 키운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청장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김 전 청장 변호인은 “현장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보고받은 시점이 너무 늦어서 결과적으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해 도의적인 책임을 가진다”면서도 “도의적, 정치적, 행정적 책임과는 별개로 법적으로 형사 책임을 물을 수는 없어서 무죄를 주장한다”고 말했다.
이어 변호인은 “사고가 발생한 뒤 사후적으로 쉽게 예측이 가능했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이는 비현실적 주장으로, 상상 속에 있는 이론”이라며 “미국에서 아이들이 사탕 받는 날에 불과한 핼러윈이 한국에 들어와 젊은이들이 분장하고 파티하는 날처럼 됐고, 사람들이 파티를 많이 하는 날이라고 해서 대규모 운집과 압사 사고를 예상해 경찰 인력을 사전에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과도하다”고 덧붙였다.
이태원 참사를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는 주장인데, 검찰과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수사기록을 보면 김 전 청장은 핼러윈을 앞두고 수차례 정보보고서를 받았고, 최소 2차례에 걸쳐 핼러윈 축제에 이태원 일대에 인파가 몰리니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시하기도 했다.
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 권고에 따라 기소된 것 역시 비법률적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애초 서부지검 검사들도 불기소 의견이었던 걸로 알고 있다. 이를 일반인이 포함된 수사심의위에서 기소 권고해 어쩔 수 없이 기소한 것”이라며 “중대한 결과에 대해 서울청 정도는 책임져야 한다는 비법률적 판단, 정치적 판단에 기초한 것으로 재판부가 도의·행정 책임과 형사 책임을 엄격히 구분해 판단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참사 당일 112신고 대응 역할을 맡았던 류 총경과 정 경정 역시 검찰의 공소사실 중 사실관계나 인과관계가 다른 점이 있다며,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이날 재판부는 이임재 전 용산서장 등 앞서 기소된 사건들의 재판이 마무리 단계인 점을 고려해서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법적으로 업무상 과실이 있는지,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등 크게 2가지에 중점을 두고 검찰과 피고인, 피해자 쪽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다음 기일은 내달 22일 오후 2시다.
한편, 김 전 청장은 ‘어떤 부분을 소명할 것인지’, ‘혐의 인정하는 부분이 있는지’ 등 취재진의 질문에 “성실하게 재판에 임하겠다”고만 답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재판부에 엄벌을 촉구했다. 고 임종원씨의 아버지 임익철씨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김 전 청장은 서울의 치안을 책임지는 최고책임자로, 참사 당시의 핵심 가해자다. 그날 경찰 및 지방자치단체의 다중인파관리만 제대로 작동했다면 단 한 명의 희생자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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