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거란 전쟁’의 공(功)과 과(過)…양규 신드롬부터 ‘고려궐안전쟁’ 논란까지[스경연예연구소]

하경헌 기자 2024. 3. 11.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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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대하사극 ‘고려 거란 전쟁’ 포스터. 사진 KBS



총 약 270억원. 지난해 11월 KBS2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이 시작됐을 당시 밝혀졌던 제작비의 규모였다. 32회 분량으로 나눈 편당 제작비로 따지면 KBS 대하사극 역대 최대였다.

드라마는 16회가 지난 시점에서 흥화진 전투 부분 양규 장군(지승현)과 김숙흥 장군(주연우)의 전사장면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초반부터 시작된 기대치를 최대로 높였다. 하지만 마지막회가 방송된 10일을 기점으로 기대는 큰 아쉬움으로 바뀌었다. 귀주대첩의 스펙터클이 엄청났기에 아쉬움은 배가됐다.

KBS 대하사극 역사에서 유례없는 ‘롤러코스터’ 같은 작품으로 여겨질 ‘고려 거란 전쟁’이 막을 내렸다. 영웅들의 재발견, 잊힌 영웅들의 조명, 압도적인 CG(컴퓨터그래픽)의 위력도 있었지만, 그에 못지않은 다양한 논란들이 드라마 업적의 김을 뺐다.

KBS2 대하사극 ‘고려 거란 전쟁’ 한 장면. 사진 KBS



■ 영웅들의 재발견, 이를 받친 CG

드라마는 고려사를 배경으로 과거 ‘천추태후’ 등에서 잠시 다뤄진 적이 있는 고려와 거란족의 요나라가 충돌한 여요전쟁 중 제2차 여요전쟁과 제3차 여요전쟁을 다뤘다. 시기적으로는 현종의 원년인 1009년부터 현종 11년인 1020년까지 11년의 시간이었다.

초반 한국사에서 유일한 사생아 출신 군주로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내다 백성을 위한 군주로 일어서는 현종(김동준)과 문관 출신으로 무예에도 큰 재량을 보이며 나라를 품에 안을 큰 장수로 그려지는 강감찬(최수종)의 존재는 극 전체를 아울렀다.

KBS2 대하사극 ‘고려 거란 전쟁’에 출연한 양규 장군 역 배우 지승현. 사진 KBS



하지만 드라마를 통해 재발견된 것은 보이지 않았던 영웅들의 존재다. 흥화진전투를 이끌었던 양규와 김숙흥은 현대인들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장수들이었지만 백성을 위하는 마음과 거란의 침공을 격퇴해내려는 무관의 충정으로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특히 극 중반 흥화진 전투에서 이들이 전사하는 장면은 큰 화제를 불렀다.

심지어 드라마는 개성있는 외모에 연기력을 선보인 거란인 역할 배우들에게도 관심이 쏟아져 군주인 야율융서 역의 김혁과 소배압 역 김준배도 인기를 얻었다. 두 사람 일종의 ‘브로맨스’에도 화제가 일었다.

KBS2 대하사극 ‘고려 거란 전쟁’에 거란 황제 야율융서 역을 연기한 배우 김혁. 사진 KBS



이들의 열연 뒤에는 공동제작사인 비브스튜디오스의 시각효과팀, 전쟁장면을 연출했던 김한솔 감독의 노력이 있었다. 이들은 경기도 수원 KBS 드라마세트장의 야외 촬영장을 배경으로 300명의 인원을 가지고 30만명이 싸웠던 귀주대첩의 스펙터클을 만들었으며, 각종 장수들의 갑옷과 검차 등 무기 그리고 전법 등을 고증을 통해 구현해내 호평을 받았다.

■ 끊임없는 논란, 어쩔 수 없는 한계

KBS2 대하사극 ‘고려 거란 전쟁’ 한 장면. 사진 KBS



하지만 ‘고려 거란 전쟁’의 가치를 스스로 훼손하는 제작진 안에서의 문제도 상당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난 1월 제작진과 원작 소설의 작가로 알려진 길승수 작가와의 갈등이었다.

16회 흥화진 전투 이후 드라마는 본격적으로 현종과 호족 세력의 권력다툼으로 비화된 모양새를 보이는데 이에 대해 길 작가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비판을 가했다. 이에 전우성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은 길 작가의 ‘고려거란전기’와는 별개의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자문작가’ ‘역사왜곡’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논란이 일어났고 시청자들의 트럭시위가 이어지기도 했다. KBS는 이 과정에서 “사극이 모두 역사적 내용만 다룰 순 없다”는 해명이 정통사극과 대하사극을 강조한 애초의 콘셉트와는 다르다는 지적도 있었다.

KBS2 대하사극 ‘고려 거란 전쟁’ 한 장면. 사진 KBS



이를 포함해 17회부터의 이야기는 시청자들에게 ‘고려궐안전쟁’으로 묘사될 만큼 지엽적인 내용에다 현종이 비하됐고, 박진(이재용)을 중심으로 한 가공의 인물들이 등장해 역사왜곡의 논란도 불렀다.

이러한 난맥상을 타개하기 위해 거란의 침공 분위기를 고조시켰지만 큰 전투를 위해 역량을 집중한 탓에 나머지 전투장면은 기대가 큰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채우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대미를 장식하는 귀주대첩 역시 중반까지는 비장했지만, 강감찬의 독려 이후 소배압이 퇴각하는 등 주요장면들이 생략된 채 끝이나 비가 와서 전쟁이 끝났냐며 ‘우천취소’라는 웃지 못할 평가까지 받았다.

KBS2 대하사극 ‘고려 거란 전쟁’ 한 장면. 사진 KBS



결국 드라마는 5%대로 시작한 시청률이 마지막회 닐슨 코리아 전국 가구기준 13.8%로 막을 내렸지만, 최수종이 과거 흔히 올렸던 사극 40%의 시청률에는 못 미치는 결과를 냈다. 또한 주연배우 최수종의 소감을 들을 수 있는 인터뷰의 기회는 아예 없는 듯 발표됐다 일부 매체와의 인터뷰가 따로 공개되는 등 난맥상도 있었다.

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은 이처럼 공과 과가 너무나 뚜렷한 작품으로 대미를 장식하게 됐다. KBS2 채널 편성으로 대중에 더 다가가는 사극의 전형을 만들었지만, 역사적 진실과 관련해 사극은 어떤 모습을 취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했던 숙제도 안겼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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