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인터뷰] ‘레게 가수’ 브라운티거가 가는 길

전자신문인터넷 최현정 기자 2024. 3. 1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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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더블엑스엔터테인먼트

“꿈과 목표가 확고한 사람은 결코 좌절하지 않는다.”

만화 대사에나 나올 법한 말이지만, 의외로 현실에서도 이 대사가 딱 어울리는 사람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세 번째 정규앨범 ‘이립’의 발매를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한 브라운티거 역시 이 대사를 떠오르게 만드는 인물이었다.

두어 시간 정도의 짧은 대화만으로 그의 모든 것을 파악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음악에 대한 명확하고 확고한 목표, 생각한 바를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추진력과 단호한 결단력 등은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 디핀칼즈 레코즈

브라운티거가 처음 음악에 입문하게 된 것은 대학 시절 동아리에서부터였다.

브라운티거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데에 방해가 된다는 생각에 고등학교를 자퇴했다. 그래도 19살에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검정고시를 보고 대학에 갔는데 역시나 대학교도 별다를 게 없더라. 그래서 동아리 쪽으로 눈을 돌려 흑인음악동아리에 들어갔는데, 거기서 처음 랩도 하고 곡도 쓰기 시작했다. 결국 안 맞아서 (대학을) 나오고, 한동안 집에서 계속 가사만 썼다. 그게 힙합 입문기다”라고 힙합과 음악을 시작한 계기를 밝혔다.

이후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아마추어 크루와 교류를 시작했고, 21살에 마음이 맞는 동료를 만나게 된다. 디핀칼즈 레코즈의 시작이다.

사진=더블엑스엔터테인먼트

브라운티거는 “한국 힙합은 예전부터 인터넷으로 발전을 많이 했다. 나도 (인터넷에서) 아마추어 크루를 찾다가 21살 때 조광일을 알게 됐다. 거기서 만나서 공연도 하고 같이 꿈을 키워나가다가 군대를 갔고, 그 이후 제대로 (음악을)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브라운티거와 조광일이 설립하고 왈로, 영잔디스 등이 소속됐던 디핀칼즈 레코즈는 자신들만의 확고한 개성과 음악성을 앞세워 국내 힙합신에 큰 반향을 불러오기도 했다.

하지만 승승장구할 것만 같았던 디핀칼즈 레코즈의 끝은 잘 알려졌다시피 꽤 허망한 것이었다. 2022년 8월 30일 자로 공식 해산을 선언한 것이다.

디핀칼즈 레코즈의 해산과 관련해 브라운티거는 “아직 정식 폐업 절차가 완료된 건 아닌데, 소속 아티스트와 관계는 작년에 모두 마무리됐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디핀칼즈 레코즈를 해산하게 된 과정에는 당연히 많은 고민과 어려움이 뒤따랐을 것이다. 그러나 브라운티거는 굳이 이를 해명하지는 않았다.

그저 그는 “술 한잔하면서 ‘우리 크루끼리는 잘 지내자’ 하고 끝냈다. 조광일은 워낙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고 친한 사이라 여전히 잘 지내고 있고, 왈로도 운동을 좋아해 가끔 같이 운동을 하면서 지낸다”라는 말로 디핀칼즈 레코즈의 후일담을 대신했다.

결국 이들은 서로 각자의 길을 찾아 나섰고, 브라운티거가 새롭게 정착한 곳이 지금의 더블엑스엔터테인먼트다.

◇ 더블엑스엔터테인먼트와 ‘이립’

사실 브라운티거가 힙합 전문 레이블이 아닌 매니지먼트사에 들어간 것은 다소 의외의 결정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에 대해 브라운티거는 “회사를 정리하기로 마음먹고 고민을 많이 했다. 인디로 음악을 할지, 새로운 회사로 갈지 고민하다가 ‘월간 브라운’을 혼자 하려니까 너무 힘이 들더라. 그래서 회사는 필요하겠다 싶어 여러 회사 미팅을 했다. 그중에 내 마음을 가장 알아준 게 지금 회사의 대표다. 예전부터 친분이 있던 형인데, 그때 내 기분을 정확히 알더라”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새 회사에서 절치부심해 내놓은 앨범이 바로 지난달 26일 발매된 세 번째 정규 앨범 ‘이립’이다.

약 3년여 만에 발매된 정규앨범인 ‘이립’은 브라운티거라는 뮤지션의 삶에 대한 고찰을 담은 회고록 같은 앨범이다.

브라운티거는 “일단 앨범에 담고 싶은 이야기들은 준비가 돼 있었다. 회사를 운영도 해보고, 어느 정도 잘 돼서 주목도 받아보고, 망해서 좌절도 해봤다. 또 정규앨범이어야 했던 이유는 그 당시 내 이미지는 ‘놀림거리’였다”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논란이 있었다. 그 연장선으로 회사가 망하고, 내 이미지는 조광일이 잘나가니까 그 옆에서 고혈을 빠는 바지 사장이 돼버렸다. 그 놀림거리가 된 시점에서, 내 이미지를 쇄신하고 음악만큼은 인정받고 싶었다. 그 여론을 뒤집기 위해서는 꼭 정규앨범이어야 했다”라고 앨범에 담긴 속내를 드러냈다.

이 때문에 브라운티거는 처음부터 디핀칼즈 레코즈 동료들의 피처링도 받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딱 한 곡, 마지막 트랙인 ‘Dippin' legacy’에 왈로가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브라운티거는 “이번 앨범은 (디핀칼즈 레코즈가) 끝나고 난 이후의 이야기였기에 ‘Dippin' legacy’라는 그 ‘유산’에 대한 곡을 만들어뒀다. 그리고 앨범 작업할 때 왈로가 작업실을 찾아왔었는데, 둘이 몇 시간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왈로가 그걸 듣고는 자기가 3절에 들어가도 되겠냐고 하더라. 그냥 생각해 볼 게 정도로 이야기하고 다른 일이 있어 나갔다 들어왔는데, 그 사이 왈로가 혼자 녹음을 해놨다. 내 의도와 딱 맞게 해줘서 그대로 수록했다”라고 말했다.

타이틀곡이 ‘Brown night’로 결정된 이유도 자신의 마음을 가장 잘 대변한 곡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브라운티거는 “타이틀곡을 정해 놓고 시작하진 않았다. 10곡을 만들고 그중에 내 정서에 가장 가까운 곡으로 할 생각이었다. ‘Brown night’은 해가 지고 어둠이 오기 직전 붉은 노을이 아니라 갈색 노을이 지는 그 시간대를 가리킨다. 그때를 좋아하기도 하고, 많은 생각이 드는 시간대다. 누구는 나를 보고 망했다고 하고, 누구는 잘됐다고 한다. 그런 서로 다른 평가에 대한 느낌을 마침 슬리피도 가지고 있었다. 위치는 다르지만 느끼는 건 같아서 의기투합해 나온 곡이다”라고 설명했다.

사진=더블엑스엔터테인먼트

이처럼 현재 본인의 정서와 감정을 가장 잘 드러낸 곡은 ‘Brown night’라고 하지만, 브라운티거라는 뮤지션에게 늘 따라붙는 수식어는 그래도 ‘레게 가수’다.

◇ 레게 가수

브라운티거도 분명 이를 잘 알고 있다. ‘이립’의 첫 트랙이 ‘레게 가수’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레게 가수’의 ‘우리나라 레게가 어디 있다고’라는 가사처럼, 국내 음악 신에서 레게 음악은 마이너한 장르인 것도 사실이다.

이에 브라운티거 스스로도 자조적인 가사를 쓰긴 했지만, 실상 그는 누구보다 레게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메이저로 끌어올리고자 하는 목표가 확고한 뮤지션이다.

브라운티거는 “음원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어떤 플랫폼을 봐도 ‘레게’가 독자적인 장르로 구분돼있는 곳이 없다. ‘한국에서 레게가 인정은 받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레게/힙합’ 앨범이라고 내는 것도 그 장르에 기생을 하는 거다. 은퇴 전까지 레게 카테고리가 생기게 만드는 것이 내 목표”라고 강조했다.

사실 레게라는 장르가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은 비단 국내에서만의 일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장르라고 하지만, 밥 말리 정도를 제외하면 일반 대중들도 흔히 알만한 레게 뮤지션을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니 말이다.

이에 쉽지 않은 일 같다고 말하자 브라운티거는 다시 이를 부정했다.

브라운티거는 “레게가 자메이카에서 탄생했다. 쉽게 말하면 자메이카의 판소리, 국악 같은 거다. 그런데 그 장르가 유럽, 미국 넘어가서 부가 장르에 영향을 끼쳤기 때문에 레게에 포괄된 하위 장르는 충분히 메인 스트림으로 올라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레게톤 같은 장르는 큰 성공을 하지 않았나. 미국에서 온 힙합이 우리나라에 맞게 변하고 진화한 것처럼 레게도 우리나라에 맞게 간다면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다. 레게에서 파생된 장르들이라고 생각하면 충분히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내가 돈을 많이 벌고 회사가 커지는 것도 좋은데, 내가 유명해지고 앨범이 유명해짐으로써 레게를 멋있다고 느끼는 키즈가 나오고 파이가 커진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 (레게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힙합은 충분히 세대교체가 반복돼 왔다. 위에서 끌어주고 아래서 치고 올라오는 게 필요한데, 레게는 그런 게 많이 없었다. 윗세대보다 더 치고 올라갈 (레게) 슈퍼스타가 나오면 좋겠다”라고 레게에 대한 진심을 드러냈다.

또 브라운티거는 이를 그저 희망 사항으로 두고 바라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직접 그런 슈퍼스타가 될 재목들을 눈여겨보고 판 위로 올리는 데에도 힘을 쓰고 있다.

브라운티거는 “레게 크루를 만들었다. 멤버들은 20대 초중반을 중심으로 밀고 있고, 나는 제작을 하거나 중간 중간 참여하는 식이다. 크루 이름이 맹그로브다. 맹그로브가 뿌리가 보이는 나무인데, 뿌리가 보이는 음악을 하겠다는 뜻이다. 올해 가장 열심히 활동할 포커스가 거기 맞춰져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어쩌면 내가 아니라 그 친구들이 더 (슈퍼스타가) 될 수도 있다. 어리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그 친구들이 10년을 활동해도 지금 내 나이다. 준비 중인 콘서트에서 공개할 계획도 있다”라고 덧붙이며 후배들에게 많은 관심을 부탁했다.

현재 브라운티거는 4월 6일 개최를 앞두고 있는 콘서트 준비에 한창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후배들과 함께 하는 무대나 공연을 보고 싶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콘서트장에 오기 어려운 중고생들을 위한 이벤트 등도 계획 중이다. (※사족으로 브라운티거의 음악에는 19세 미만 청취 불가 트랙이 없다. 19세 청취 불가 트랙은 모두 다른 래퍼들과 함께한 것들이다.)

이처럼 다시 바쁘게 뛰기 시작하는 브라운티거에게 마지막으로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나?’라고 질문을 던졌고, 역시나 그의 대답은 확고했다.

사진=더블엑스엔터테인먼트

브라운티거는 “내가 힙합 레이블이 아닌, 이 회사 와서 할 수 있는 건 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팬들 반응을 살펴보면, 좋은 말도 있고 나쁜 말도 있다. 누군가는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크게 보면 맞게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관점에 따라 다를 거 같다. 난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나 스스로는 나를 의심하고 싶지 않다”라고 답하며, 가고자 하는 길을 계속해서 나아갈 것을 다짐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최현정 기자 (laugardag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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