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주는 해결사' 이지아 "더 코믹한 거 해보고 싶어요" [인터뷰]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8년 만에 매체 인터뷰에 나선다는 이지아의 눈빛에는 설렘과 걱정이 공존했다. 히트작 '펜트하우스' 종영 당시에도 여러 사정이 겹쳐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지 못해 아쉬웠다는 이지아는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자신의 모습을 아낌없이 보여줬다.
인터뷰를 마친 뒤 오랜만에 진행한 인터뷰가 '끝내주는 해결사'의 종영 인터뷰라는 점이 오히려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펜트하우스'의 심수련, '판도라'의 홍태라보다는 밝은 부분을 가진 '끝내주는 해결사'의 김사라가 이지아라는 사람에 더욱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러한 모습을 더 보여주고 싶다는 적극적인 모습 역시 그동안 이지아 하면 떠올랐던 이미지와는 달랐다.
지난 7일 종영한 JTBC 수목드라마 '끝내주는 해결사'는 대한민국 최고의 이혼 해결사가 의뢰인의 문제적 결혼 생활에 대신 종지부를 찍어주는 '나쁜 배우자' 응징 솔루션을 담은 드라마다. 이지아는 이혼 해결사 김사라 역을 맡아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다이내믹한 매력을 아낌없이 보여줬다. 드라마가 막을 내린 지난 8일 소속사 BH엔터테인먼트사옥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한 이지아는 작품과 자신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끝내주는 해결사'는 지난해 10월 종영한 '이 연애는 불가항력' 이후 한동안 맥이 끊겼던 JTBC 수목드라마의 새로운 시작을 알린 작품이다. 꾸준히 성장세를 보였던 '끝내주는 해결사'는 자체 최고 시청률인 5.8%의 시청률로 마감했다. 이지아는 "마지막 발차기는 시원하게 봐주셨냐"고 너스레를 떨며 작품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사실 떨려서 마지막 회는 못 봤어요. 들어가서 챙겨볼 생각이에요. 마지막 발차기는 시원하셨는지 모르겠어요. 예전에 액션을 했지만, 한동안 안 하다 보니 다리가 안올라가더라고요. 작품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작가님께서 사라가 태권도 유단자라 그런 게 몸에 베어있는 친구라는 설정이 있다고 설명을 해주시더라고요. JTBC 수목드라마가 없어졌다가 생긴 걸로 알고 있어요. 새롭게 열었는데 많이 사랑해 주시고 좋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이지아의 배우 커리어를 봤을 때 '끝내주는 해결사'의 김사라는 최근 이지아가 보여준 캐릭터와 전혀 다른 인물이다. '펜트하우스'의 심수련, '판도라'의 홍태라 등의 캐릭터를 복수라는 키워드로 묶을 수도 있지만, 김사라는 앞선 두 캐릭터보다 조금 더 밝은 모습을 가지고 있다. 오랜만에 밝은 캐릭터를 연기한 이지아는 상당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펜트하우스 때는 고도의 심리전을 이용하는 복수였다면, 이번에는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든다는 게 다른 결인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다른 결의 복수를 하면서 통쾌함을 느끼는 것도 같아요. 드라마를 하면서도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발차기를 하면 속시원하고 그러더라고요. '펜트하우스' 때는 감성신이 너무 많아서 현장에서 농담하거나 그럴 수 없었는데 이번에는 밝은 캐릭터라 촬영 들어가기 전까지 재미있게 놀았어요. 늘 이런 작품을 할 수는 없겠지만, 한동안 감정이 많이 들어가는 작품을 하다가 이런 작품을 하다가 좋았어요."
물론, 김사라 역시 나름의 굴곡을 가지고 있다. 밝은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그 안에 아픔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를 연기한 이지아는 "마냥 코미디물이었다면 더 수월했을 것"이라며 자신의 연기를 돌아봤다.
"이게 마냥 코미디물이었다면 연기하기에 더 수월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러기에는 무거운 소재가 있고 사라의 아픔이 담겨 있었어요. 모성애, 한 여자로서의 분노, 해결사로서 카리스마 있는 모습 등 여러 가지를 한 번에 보여줘야 해서 어렵기는 했어요. 액션을 하다가 갑자기 감정을 연기하고 그런 부분이 그동안 해왔던 작품과는 차이가 있더라고요."
'끝내주는 해결사'가 주로 다루고 있는 소재는 이혼이다. 최근에는 이혼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일부 사람들은 이혼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이지아는 제작 발표회에서 '이혼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행복을 빼앗긴 사람에게 '이혼해도 죽지 않는다'는 말을 하는 드라마'라고 소개했다. 작품이 끝난 후에도 이지아는 이러한 부분을 거듭 강조했다.
"마지막에 '갱신형 청혼'도 그렇고 한 번쯤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어요. 인공지능 특이점이 오는 시기에 이혼이 큰 오점이 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저희 작품이 결혼이라는 제도를 합리적으로 봐야하지 않나라는 질문을 던지는 정도는 하지 않았나 싶어요. 저희 드라마에 '이혼해도 괜찮아요, 죽지 않아요'라는 대사가 있는데 작가님이 대본을 쓸 때 지인이 이혼 때문에 힘들어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다만, 이지아 개인적으로는 부담이 될 수 있는 소재이기도 하다. 이지아 역시 한 차례 이혼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지아는 "사회적 시선이 (이혼에 대해) 결점이 있는 것처럼 되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뚜렷한 소신을 밝혔다.
"이혼이 흠이 되는 세상이 아니잖아요. 내가 행복하고 싶어서 이 길을 선택했는데 그게 아니라면 돌아갈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사회적 시선 자체가 이를 결점이 있는 것처럼 보면 옳지 않다고 봐요."
방송을 본 시청자들 역시 이지아의 새로운 모습에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동안 차가운 이미지가 강했던 이지아가 이런 캐릭터도 소화할 수 있을지 몰랐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김사라의 모습은 이지아라는 사람의 본모습에 좀 더 가까워 보이기도 했다. 이지아는 그런 반응에 '기분이 좋으면서도 의외였다'며 오히려 더욱 코믹한 모습에 욕심을 드러냈다.
"최근에 연기했던 캐릭터로 제가 이럴 것이라고 생각하신 분이 많았을 것 같아요. 그래서 '끝내주는 해결사'의 모습도 잘 어울린다는 반응이 기분 좋으면서도 의외였어요. 사실 저는 이것보다 더 코믹한 걸 해보고 싶기도 해요. 어떻게 보면 목마른 상태예요. 웃기는 것에 욕심이 있다는 걸 많은 분들이 모르시더라고요. 또 저는 평범하고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이라 그런 게 들어오면 즐겁게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서사가 크거나 감정이나 삶의 기복이 큰 작품만 들어오더라고요."
이런 이미지가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데뷔 초기 고수 했던 신비주의의 영향이 있기도 하다. 2007년 MBC 드라마 '태왕사신기'로 데뷔한 이지아는 데뷔 초기에는 신비주의를 고수했다. 이지아는 예능 '맛남의 광장' 출연 등 최근에는 그러한 신비주의에서 벗어나려 노력하고 있다. 다만, 여전히 이지아를 신비한 배우로 바라보는 사람도 많이 있다. 이지아는 "신비로운 이미지가 아직도 있냐"고 되물으며 앞으로 더욱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을 예고했다.
"신비로운 이미지가 아직도 있나요? 사실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부분일 수 있기 때문에 감사한 부분이에요. 다만 신비로운 것만 있으면 문제라고 생각해요. 신비롭다는 것뿐 만이 아니라 다양한 모습을 어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관점에서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드는 것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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