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소거 중계에 오류 투성이 하이라이트까지...'준비 부족' 티빙에 야구 팬 분노 폭발

오상진 2024. 3. 11.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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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야구의 계절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려온 팬들이 시범경기부터 뿔났다. 온라인 중계권을 독점한 CJ ENM의 OTT 서비스인 티빙(TVING)의 허점투성이 중계에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9일 많은 야구 팬들의 기대 속에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시범경기가 막을 올렸다. 9일과 10일 시범경기가 열린 전국 5개 구장(대전, 수원, 사직, 이천, 창원)에는 10경기 총 73,862명의 구름 관중이 몰렸다. '괴물' 류현진이 복귀한 한화 이글스 홈 구장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는 이틀 연속 12,000명의 관중이 들어와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처럼 현장의 열기는 뜨거웠지만 온라인을 통해 오랜만에 프로야구를 시청한 야구 팬들은 온전히 시범경기 개막의 설렘을 즐길 수 없었다. 9일 경기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티빙의 중계 품질과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못했기 때문이다.

같은 선수의 이름이 1루와 3루에 중복 표기되는 오류가 발생했다. / 사진=티빙 문자 중계 화면 캡처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 환경(UI)은 둘째치고 전달되는 정보도 부정확했다. 일부 경기의 문자 중계에서는 해당 구단의 선수가 아닌 다른 팀의 선수 이름이 잘못 표기되거나, 한 선수가 중복해서 주자로 표기되는 등 오류가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중계 도중 잠시 음소거 상황이 되는 경우도 발생했으며, TV 중계에서 배구 중계로 종목이 바뀌자 이를 그대로 내보내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경기 후 하이라이트 영상 서비스는 가뜩이나 불붙은 팬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다. 오후 1시 경기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저녁 7시나 돼야 확인이 가능했으며 그마저도 문제투성이였다. 경기의 맥락을 제대로 짚지 못한 하이라이트 영상은 연결도 매끄럽지 못했고 불필요한 장면들이 많이 포함돼 쓸데없이 재생시간만 길었다.

'세이프(SAFE)'가 아닌 '세이브(SAVE)'로 잘못 표기된 자막 / 사진=티빙 중계 화면 캡처

게다가 상황을 설명하는 자막은 오류가 빈번했다. 주자가 '세이프(SAFE)' 된 상황을 '세이브(SAVE)'로 표기하기도 했으며, '희생플라이'를 '희생플레이', '삼성 라이온즈' 구단명을 '라이언즈'로 표기하는 등 틀린 내용이 쏟아졌다.

또, 타자의 타순이 아닌 등번호를 표기해 '32번 타자 이재원'라는 표현이 탄생하기도 했으며, '3루 주자'가 아닌 '3루수 득점'이라는 공수 상황이 역전된 웃지 못할 자막이 나오기도 했다. 게다가 중계 화면 우측 상단에 표기된 KBO리그 메인스폰서인 '신한은행' 로고를 '티빙'로고로 가려버리는 중대한 실수를 범하기도 했다. 시범경기가 진행된 이틀 동안 티빙 중계의 오류에 대한 팬들의 지적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3루 주자'가 아닌 '3루수 득점'이라는 잘못된 내용의 자막이 표기됐다. / 사진=티빙 중계 화면 캡처

앞서 지난 1월 티빙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을 때 야구 팬들은 온라인 중계의 유료화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KBO는 당시 보편적 시청권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협상과정에서 그 부분을 논의할 뜻을 밝혔지만, 결과적으로는 팬들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

지난 4일 KBO가 티빙과의 유무선 중계방송권 계약 체결 사실을 공식 발표했을 때 팬들은 또 다시 불만을 터뜨렸다. 그동안 온라인 중계를 무료로 즐겨왔던 팬들에게는 '유료 중계' 자체가 거부감을 일으킬 수도 있는 상황에서 스포츠 중계 경험이 부족한 티빙이 서비스를 맡으면 품질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시선도 생겼다.

일단 시범경기 2경기를 서비스한 상황에서는 팬들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티빙은 예능, 드라마 등 기존에 서비스했던 플랫폼에 스포츠 중계를 어설프게 끼워넣으려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 실시간 중계, 하이라이트 등 모든 면에서 야구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인력이 투입됐다는 점이 여실이 드러났다. 중계권을 따내는 데만 급급했던 나머지 정작 가장 중요한 서비스 준비는 소홀했다.

3년간 KBO리그의 유무선 중계권을 독점한 티빙 / 사진=KBO 제공

CJ ENM이 KBO와 맺은 이번 유무선 중계방송권 계약 규모는 3년 총액 1,350억 원, 연간 450억 원으로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최대 규모다. 통신·포털 컨소시엄(네이버·다음·SK브로드밴드·KT·LG유플러스)과의 지난 계약 규모 (5년 1,100억 원, 연간 220억원)와 비교하면 연간 중계권료가 2배 이상 높아졌다.

KBO는 계약 당시 "CJ ENM과 중계방송권 계약 우선협상을 진행하며 KBO리그 시청 경험 및 중계 품질의 향상과 더불어 야구팬들이 KBO리그를 더욱 다양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 협력 방안을 두고 논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범경기부터 팬들은 불편한 시청 경험을 했고 중계 품질은 향상이 아닌 오히려 하락된 모습을 보여줬다.

어느덧 개막이 12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티빙은 짧은 시간 내에 수많은 과제를 해결해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기존 무료중계에서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받았던 팬들이 이제는 월 5,500원을 내야하기 때문에 불만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티빙이 빠른 시일 내에 오류 개선 및 서비스 품질 향상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시범경기부터 역대급 흥행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KBO리그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게 될 수도 있다.

사진=티빙 중계 화면 캡처, K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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