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이정후 미친 적응력… 좌완 상대 침묵→좌승사자 상대 안타, 1500억 진짜 가치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모든 선수들이 한 번은 실패할 수 있다. 그러나 스타와 그렇지 않은 선수들은 그 다음 대응에서 모든 게 갈린다. 그저 그런 선수들은 실패를 반복하지만, 스타 선수들은 그 과정에서 적응하고 그 다음 대응을 바로 훌륭하게 해낸다.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시범경기 성적을 떠나 모든 것을 빨아들이며 예상보다 더 좋은 적응력을 선보이며 팀의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시범경기 출전이 더 잦아질 앞으로 일정에서는 점점 더 발전하는 모습도 기대를 모은다.
이정후는 11일(한국시간) 미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의 피오리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시애틀과 경기에 선발 1번 중견수로 출전, 3타수 1안타 1삼진을 기록했다. 전날(10일) 오클랜드와 홈경기에서 세 번의 타석 기회 동안 안타를 때리지 못했던 이정후는 곧바로 안타를 재가동하며 여전히 타격감이 살아있음을 알렸다. 팀은 3-8로 져 아쉬움을 남겼지만, 이정후는 얻은 게 적지 않은 경기였다.
다만 이전까지 활약이 너무 좋았던 까닭에 3타수 1안타를 기록하고도 타율이 깎였다. 이정후의 시범경기 타율은 종전 0.375에서 0.368로 소폭 하락했고, 시범경기 출루율도 0.444에서 0.429로 조금 떨어졌다. 시범경기 장타율은 0.625에서 0.579로 떨어졌다. 시범경기 OPS(출루율+장타율)는 1.008로 여전히 1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사실 이날 이정후는 어디서 경기에 나설지 알 수가 없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날 선수단을 두 개로 나눠 두 경기를 치르는 스플릿 게임 데이였다. 그런데 이정후가 예상치 못한 곳에 등장했다. 보통 이정후와 같은 주축 선수들은 이동시간이 있는 원정에 가지 않고 홈경기를 치르는 게 일반적이다. 대표적인 주전 선수 대우라고 볼 수 있다. 이날 샌프란시스코는 홈구장인 스캇데일 스타디움에서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그리고 원정에서는 시애틀과 경기를 치를 예정으로 이정후는 홈경기 출전이 예상됐다. 그런데 이정후가 원정 경기에 등장한 것이다.
덕분에 이정후는 시애틀의 차세대 에이스이자, 지난해 올스타 투수이자, 이정후의 시범경기 데뷔전 첫 타석에서 안타를 뽑아냈던 우완 조지 커비와 다시 상대할 기회를 얻었다. 결과가 중요하지 않은 시범경기인 만큼 이왕이면 더 수준 높은 투수와 상대하면 좋았다. 커비는 2019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시애틀의 1라운드(전체 20순위) 지명을 받았으며 아마추어 시절부터 기대가 컸던 시애틀이 애지중지하는 특급 유망주였다. 2022년 메이저리그 무대에 데뷔해 25경기에서 8승5패 평균자책점 3.39로 연착륙에 성공했고, 지난해에는 첫 풀타임 시즌에서 31경기에 나가 190⅔이닝을 소화하며 13승10패 평균자책점 3.35로 대활약했다. 커비는 지난해 이 능력을 인정받아 생애 첫 올스타까지 선정됐으며 현재 팀 에이스인 루이스 카스티요의 뒤를 잇는 차세대 에이스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정후는 그런 커비를 상대로 2월 28일 안타를 때린 적이 있다. 첫 타석에서 2S의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으나 이후 정확한 콘택트 능력으로 우전 안타를 만들어 감격적인 시범경기 첫 안타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역시 커비는 만만치 않은 투수였고, 이정후에 대한 데이터가 쌓인 만큼 더 준비를 하고 나왔다. 이정후는 이날 1회 첫 타석에서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정후의 시범경기 두 번째 삼진이었다. 1B-2S 카운트에 몰린 이정후는 5구째 스윙을 돌렸으나 헛스윙으로 물러났다. 커비가 승부구로 커브를 던져 이정후의 타이밍을 뺏었다.
이정후는 2회 2사 2루에서 두 번째 타석을 맞이했다. 샌프란시스코는 0-2로 뒤진 2회 선두 루이스 마토스가 2루타를 때려 출루했고, 데이비드 빌라가 좌익수 방면으로 적시 2루타를 때려 뒤를 받치며 1점을 만회했다. 이어 케세이 슈미트가 적시타를 쳐 2-2 동점을 만들며 커비를 흔들었다. 이어진 2사 2루에서 시애틀은 제로드 베이리스로 투수를 바꿨다. 커비를 완전히 내리는 게 아니라 임시로 내린 것이다. 한 이닝에 투구 수가 너무 많아지면 투수의 컨디션에 무리가 가기에 시범경기에서는 양팀 합의 속에 이런 장면이 자주 연출됐다.
다만 이정후는 타석을 소화하지 못했다. 2사 2루 1S의 카운트에서 2구째 볼이 들어왔는데 이어진 2루 견제 상황에서 주자가 아웃되며 그대로 이닝이 끝났기 때문이다. 이정후는 3회 다시 선두타자로 나와 두 번째 타석을 소화했다. 커비가 다시 마운드에 올랐고, 이정후는 2B-2S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를 벌였다. 어느 한쪽으로 무게추가 기울지 않았다. 그러나 6구째 공을 밀어 쳤으나 힘이 실리지 않으며 좌익수 뜬공에 머물렀다.
이정후는 시범경기 전 경기 안타 행진을 벌이다 10일 오클랜드전에서 무안타에 그치며 이 행진이 끊긴 바 있다. 보통 시범경기에서 한 경기에 세 타석 정도를 소화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정후가 두 경기 연속 무안타에 그칠 위기였다. 하지만 이정후는 역시 타율 관리가 되는 선수였다. 이정후는 5회 세 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터뜨리며 무안타 침묵에서 벗어났다. 그것도 전날 자신을 괴롭힌 좌완 상대 안타였다.
이정후는 10일 오클랜드전에서 연거푸 좌완을 만났다. 결국 세 타석에서 모두 이 좌완의 벽을 돌파하지 못했다. 허무한 삼진은 없었고, 모두 인플레이를 만들어내기는 했으나 안타가 되기에는 다소 역부족인 타구들이었다. 메이저리그 좌완들의 높은 타점과 빠른 공 등을 눈에 익혔다는 정도로 위안을 삼아야 했다. 그러나 11일은 달랐다. 좌완들의 공을 집중적으로 봐서 그런지 이날은 안타를 만들어냈다.
이정후의 세 번째 타석에서 만난 투수는 좌완 타일러 소시도였다. 팔 각도가 낮은 편으로, KBO리그에서는 좌완 중에서도 희귀한 좌완 축에 속했다. 2021년 토론토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지난해 시애틀로 이적했고, 지난해 시애틀에서 52경기에 나가 평균자책점 3.59를 기록하며 팀 불펜에서 일익을 담당하는 선수로 올라섰다. 메이저리그 통산 85경기에서 3승2패4홀드1세이브 평균자책점 4.26, 그리고 지난해 좌타자를 상대로 피안타율 0.210에 이닝당출루허용수(WHIP) 0.98이라는 훌륭한 성적을 기록했다. 이정후가 이 소시도를 공략할 수 있을지가 관심이었다.
그런 이정후는 소시도와 풀카운트까지 가는 질긴 승부를 벌였고 결국 이 공을 공략해 중전 안타를 만들어냈다. 장타는 아니었으나 내야를 건너가기에는 충분한 타구였다. 이날 자신의 일과를 모두 마친 이정후는 6회 수비를 앞두고 교체돼 경기를 끝냈다.
이정후는 시범경기 첫 경기 이후부터 계속해서 좋은 감을 기록 중이다. 딱 한 경기, 10일 오클랜드전을 제외하면 모두 안타를 때렸다. 2월 28일 시애틀전에서 3타수 1안타, 3월 1일 애리조나전에서 홈런 포함 3타수 2안타 1타점, 3월 2일 텍사스전에서는 3타수 1안타, 3월 4일 클리블랜드전과 3월 5일 콜로라도전에서는 각각 2타수 1안타 1볼넷, 그리고 이날 시애틀전에서 3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우완을 상대로는 타율 0.400, 출루율 0.471, 장타율 0.667, OPS(출루율+장타율) 1.138을 기록 중이었는데 좌완 상대로 안타가 없는 게 아쉬웠다. 하지만 이날 안타를 만들어내며 이정후의 적응력이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심어줬다. 괜히 1억1300만 달러(약 1486억 원)을 투자한 선수가 아니라는 점이 잘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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