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면돌파 황선홍, 앞으로 6개월에 지도자 생명 걸었다
“어려울 때 피해 가는 거 여지껏 안 했다.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만 생각하고 있다.”
황선홍 한국남자 축구대표팀 ‘임시 감독’ 겸 올림픽대표팀 ‘정식 감독’이 A대표팀 명단과 올림픽대표팀 명단을 함께 발표하는 자리에서 한 비장한 말이다.
황 감독은 11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을 A대표팀에 발탁했다. 황 감독은 “이강인 발탁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도 있다는 데 공감한다. 전적으로 결정은 감독인 내가 한 것”이라며 “이강인을 부르지 않고 다음으로 넘기면 위기는 넘어갈 수 있지만 안 부른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언젠가 들어오면 또 생길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 감독은 “이런 문제는 팀 내서 늘 있다. 얼마나 빨리 풀어지고 모이면 단단해질 수도 있는 요소”라며 “운동장에서 생긴 일은 운동장에서 빨리 푸는 것이 제일 좋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A대표팀은 오는 18일 소집된다.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태국과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3차전을 치른 뒤 태국으로 출국해 26일 방콕에서 태국과 다시 맞붙는다. 한국은 현재 2승으로 조 선두다. 태국을 연달아 꺾으면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한다.
본업이 올림픽대표팀 사령탑인 황 감독은 이날 올림픽대표팀 명단도 발표했다. 올림픽 대표팀은 오는 18일부터 26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서아시아축구연맹 23세 이하 챔피언십에 출전한다. 파리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아시아 23세 이하 아시안컵(4월15일~5월3일)에 대비한 최종 리허설이다. 황 감독은 A대표팀 소집 시기와 겹쳐 사우디 대회에 불참한다. 황 감독은 “우려되고 걱정되는 건 사실”이라며 “경기 개념, 출전선수 명단 등도 모두 준비했다. 영상을 통해 경기를 확인하고 피드백을 주겠다”고 말했다. 올림픽 대표팀은 아시아 23세 이하 아시안컵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호주, 일본, 카타르 등과 겨뤄 3위 안에 들어야 파리행 티켓을 확보한다.
황 감독이 원하는 시나리오는 태국과 2연전을 모두 이겨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진출권을 조기 확보한 뒤, 4월 올림픽대표팀을 이끌고 파리올림픽 출전권까지 거머쥐는 것이다. 손흥민(토트넘)·이강인 다툼으로 불거진 국가대표선수들 간 갈등까지 해결한다면 금상첨화다.
A대표팀은 태국과 2연전을 끝내면 6월6일 싱가포르 원정, 6월11일 중국과 홈경기를 남긴다. A대표팀이 태국과 2연전을 모두 이기면 싱가포르, 중국전은 가볍게 치르면서 9월초 시작하는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 대비할 수 있다. 올림픽대표팀이 만일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다면,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황 감독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태국 2연전 승리, 파리올림픽 8강 이상 성적이다. 황 감독으로서는 앞으로 6개월 동안 지도자 생명을 건 셈이다.
황 감독은 “한국 축구가 크나큰 위기에 처했고 (국가대표팀 임시 사령탑 제의에 대해 ) 고심이 많았다”며 “14년 동안 대표 선수 생활하면서 많은 혜택 받았고 축구인 한 사람으로서 도움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어려울 땐 피하고 쉬울 땐 하고 그렇게 축구하지 않았다”며 “내 머릿속에는 어떻게 위기를 극복할까만 생각하고 있다. 최선을 다해서 2연전 치를 것”이라고 다짐했다.
황 감독 어깨는 무거워졌고 머리는 복잡해졌으며 스트레스는 엄청나게 됐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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