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맨 VS 증권맨'…NH투자증권, 사장 인선 앞두고 잡음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 간 의견 달라
[아이뉴스24 김지영 기자] NH투자증권의 새 대표이사 선임을 두고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 간에 갈등이 빚어졌다. 전통의 '농협맨'인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과 '증권맨' 윤병운 NH투자증권 IB1사업부 부사장이 맞붙은 것이다.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농협중앙회와 중간 지주사 격인 농협금융지주 사이에 잡음이 나오면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농협금융지주를 시작으로 농협은행과 NH투자증권 등에 대한 검사에 나서면서 관련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이날 임시 이사회에서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자를 선정하고 오는 26일 주주총회에서 공식 선임한다.
앞서 임추위에서 결정한 숏리스트에는 윤병운 NH투자증권 IB1 사업부 대표(부사장),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 사재훈 전 삼성증권 부사장이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 농협금융지주는 금융투자 전문가가 회사를 이끌어야 한다는 입장이며 농협중앙회는 유 전 부회장을 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부사장은 NH투자증권의 전신인 LG투자증권에 입사해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와 20년 가까이 호흡을 맞춰온 투자은행(IB) 분야 전문가다. 정 대표가 연임하는 동안 NH투자증권을 IB 명가로 승격시킨 만큼, 윤 부사장이 정 대표의 역할을 이어갈 것이란 기대를 모은다.
외부 인사로 물망에 오른 사 전 부사장은 삼성증권에서 자산관리본부장, 리테일부문장, 채널영업부문장 등을 역임했다. 프라이빗뱅커(PB)로 시작해 임원인 부사장까지 오른 증권맨이다.
반면 유 전 부회장 유력설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유 전 부회장은 1988년에 입사해 2022년 농협중앙회 부회장으로 퇴임할 때까지 34년간 농협에 몸담은 '농협맨'이다.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의 선거를 도운 키맨으로 알려져 강 회장의 신임을 얻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농협의 지배구조는 '농협중앙회→농협금융지주→은행·증권 등'으로 이뤄졌다.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지주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고, 농협금융지주는 NH투자증권의 지분 56.82%를 갖고 있다. 2012년 신경분리(신용 사업과 경제 사업의 분리) 이후 농협금융지주가 독립적인 지위를 확보했지만, 여전히 농협중앙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유 전 부회장은 증권업력이 전무하다는 게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된다. 안정적인 예대마진을 기반으로 한 일반 금융권과 달리 금융투자업은 수익 창출 사업 분야가 다양해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또한 증권업은 수익 창출 분야가 다양하고 비즈니스 확장·변화 속도가 빨리 업권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필요하다.
앞서 정 대표도 페이스북에 용퇴를 결정했다는 글을 올리며 "자본시장을 잘 이해해야 하고, 미래를, 고객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다른 금융업과 달리 시장에 존재해 끊임없는 변화, 가격 탐색 요구에 대응하고 시시각각의 판단이 조직의 흥망성쇠와 연결돼 있어 여타 업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이 요구된다"며 증권사 CEO의 자격요건에 대해 밝힌 바 있다. 차기 CEO 선임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NH투자증권이 지금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정 대표의 역할이 컸다. (정 대표 재임 중) 회사의 경쟁력도 높아진 것"이라며 "이사회가 현명한 판단을 내리겠지만, 금감원의 지배구조 검사도 있는 만큼 업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금감원은 농협금융지주에 대한 수시검사에 나섰으며, NH투자증권은 하반기 정기검사 일정을 상반기로 앞당겨 조사를 실시한다.
금감원은 최근 은행 배임사고 관련 내부통제 이슈를 살피고, 지배구조 부문까지 점검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대표 인선 절차와 관련해 금융지주, 중앙회 차원 지배구조 등에 대해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김지영 기자(jy1008@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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