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블랙리스트 의협 지시’ 의혹에…온라인 커뮤니티 압수수색

경찰, 문건 진위 확인 나서
“사직 전 병원 자료 삭제하라”
서울 소재 병원 의사가 작성

주수호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6일 오전 의료법 위반 등 혐의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로 들어서며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집단행동에 불참한 전공의 명단 작성과 유포를 의협이 지시하는 내용을 담은 문건이 온라인 게시판에 올라온 것과 관련해 경찰이 문건의 진위를 확인하기해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11일 기자간담회에서 “(불참 전공의 명단 관련 글에 대한) 사실 관계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어 오전부터 디시인사이드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7일 저녁 이 누리집에는 집단행동에 불참한 전공이 명단을 작성해 유포하라는 내용과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직인이 찍힌 문서가 올라온 바 있다.

해당 글이 사실일 경우, 현장에 남은 전공의를 낙인 찍는 방식으로 의협이 전공의 집단 행동에 개입한 걸로도 볼 수 있기에,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해당 글의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수사를 진행해 왔다. 경찰은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간부 5명을 상대로 업무방해와 의료법 위반을 방조했다는 등의 혐의로 출석 조사 등을 벌이고 있다.

다만 의협 비대위 쪽은 8일 성명서를 내어 “해당 글에 게시된 문건이 명백히 허위이며, 사용된 대한의사협회 회장 직인이 위조된 것임을 확인했다”며 “사문서 위조 및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형사 고소를 진행하고, 범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조 청장은 또 지난 9일 의사·의대생 온라인 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에 ‘사직 전 병원 자료를 삭제하라’는 등의 내용을 담은 글을 올린 서울 소재 병원 의사에 대한 출석 조사 결과, “(해당 의사가) 대체로 본인이 작성한 것이 맞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잇단 경찰의 비위행위를 두고 조 청장은 “경찰 동료로서 자격을 상실한 것이며, 공직자로서 국민에 피해를 끼치는 일인만큼 상응하는 책임을 지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7일 서울 강동경찰서 소속 경찰이 술에 취한채 보호 조치하려는 경찰을 폭행하고, 9일에는 서울경찰청 기동단 소속 경위가 술에 취해 폭행 사건에 연루된 걸로 알려졌다. 앞서 윤희근 경찰청장은 7일 전국 지휘부 화상회의를 주재하며 ‘의무위반 근절 특별경보'를 내렸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