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김광호, 혐의 부인 "도의적 책임 있지만…"(종합)

여동준 기자 2024. 3. 1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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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공판준비기일
"여름 해변에 경찰력 투입하라는 건가"
류미진 측 "동시에 5개망 들어야 하나"
유가족, 재판 앞두고 엄중한 처벌 호소
다음 재판, 다음달 22일에 진행 예정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11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1차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2024.03.11.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여동준 기자 =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책임을 받는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참사 발생 500일만에 시작된 재판에서 혐의를 전부 부인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권성수)는 이날 오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청장과 참사 당시 서울경찰청 112상황관리관이었던 류미진 총경, 당직근무자였던 정모 전 112상황3팀장 등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김 전 청장은 내부 보고나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핼러윈 축제 전 대규모 인파 운집에 따른 사고 위험성을 충분히 예측하고도 경비기동대 배치 등 적정한 관리 대책을 수립하지 않아 지난 2022년 10월29일 이태원 참사 사상자의 규모를 키운 혐의를 받는다.

김 전 청장 측은 "김 전 청장은 도의적 책임감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형사재판은 도의적·행정적 책임을 논하는 자리가 아니라 형사적 책임을 논하는 자리"라며 "본건 사고로 인명피해가 있었고 당시 서울경찰청장이었단 것만으로 공소제기는 정당화되지 않는다"며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이어 "본건 사고를 예측했다거나 예측 가능성이 구체적이고 상당함에도 구체적인 주의 의무를 게을리했을 때만 공소가 유지될 수 있다"며 "언론이나 호사가 가운데선 사고가 발생한 후 사후적으로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이는 비현실적인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또 "미국의 핼러윈은 아이들이 사탕을 받으러 다니는 날이고 한국에 들어와서는 분장하고 파티하는 날이 됐다"며 "파티를 많이 하는 날이라고 해서 압사 사고를 예상하고 경찰력을 사전에 투입했어야 한다는 주장은 크리스마스나 여름철 해수욕장에 사전적으로 경찰력을 대규모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참사 당일 근무 지정장소가 아닌 청사 내 개인 사무실에서 근무해 112망을 제대로 청취하지 않아 사고를 키운 혐의를 받는 류 총경 측도 혐의를 부인했다.

류 총경 측은 "112망은 서울 5개 권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검찰 측 논리대로면 5개 망을 동시에 들었어야 한다는 이해할 수 없는 결론에 도달한다"며 "지휘관으로서 지휘망을 무전 청취하고 있었음에도 청취할 수 없는 112망을 듣지 않은 것을 두고 임무를 해태했다는 주장은 맞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참사 당일 112 신고 접수 후 조치를 취하지 않고 상급자에게 뒤늦게 보고한 혐의를 받는 정 전 팀장 측도 "검찰 측이 정 전 팀장의 보고가 늦었다고 주장하려면 얼마 만에 보고하는 것이 정상적인 보고인 것인지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며 "공소장에 별다른 얘기 없이 보고가 지연됐다고만 기재됐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김 전 청장은 이날 오전 9시40분께 법정에 들어서며 "(재판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재판을 마친 뒤에도 "성실하게 재판받겠다" "변호사가 말했다"의 말만 남긴 채 법원을 빠져나갔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11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책임자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등 공판준비기일 개최에 즈음한 엄벌촉구 기자회견에서 유가족 등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2024.03.11. jhope@newsis.com


한편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재판에 앞서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전 청장 등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이들은 "김 전 청장을 비롯한 피고인들이 아무런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이태원 참사와 같은 비극이 언제 또다시 발생할지 알 수 없다"며 "시민들도 어떤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국가가 나와 내 가족을 지켜줄 것이란 믿음에 근본적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재판부에는 "재판과 처벌이 이 의문을 해소하는 온전한 답이 될 수는 없지만 유가족이 아픔을 딛고 회복의 길로 들어설 수 있도록, 시민들의 안전이 국가가 보호해야 할 중요한 가치로 존중받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그 발판이 되길 희망한다"며 "피고인들에 대해 엄중한 처벌을 내려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앞서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1월19일 검찰수사심의원회의 공소 제기 권고를 수용해 김 전 청장, 류 총경, 정 전 팀장 등을 기소했다.

이들에 대한 다음 재판은 내달 22일 오후 2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yeod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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