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불참 전공의 명단 유포하라’ 문건 올라온 디시인사이드 압수수색

김송이 기자 2024. 3. 1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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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당한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들에 대해 강제 수사에 착수하며 압수수색에 들어간 1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 경찰 경력들이 배치되어 있다. 권도현 기자

대한의사협회장 명의로 ‘집단행동에 불참한 전공의 명단을 작성해 유포하라’라고 지시한 내용을 담은 문건이 온라인에 공개되자 경찰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열린 정례 기자회견을 열어 “오전부터 디시인사이드를 압수수색하고 있다”라며 “의협 문건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어서 강제 수사를 통해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자신을 ‘의협 관계자’라고 소개한 이가 “협회 내부 문서를 폭로한다”라며 이른바 ‘의협 내부 문건’을 게시했다. 문건에는 “집단행동 불참 인원 명단을 작성하고 유포하라. 개인이 특정되는 정보는 블러 처리(익명화) 하라”라는 내용이 담겼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8일 이런 문건을 작성한 적이 없다면서 인터넷에 올라온 문건은 “조작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정부 의대 증원 방침에 반대하는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 관련 경찰 수사는 여러 갈래로 이뤄지고 있다. 경찰은 의료인·의대생 온라인 커뮤니티에 오른 ‘(시스템 마비를 위한) 진료기록 삭제’ 촉구 글 작성자에 대한 소환조사를 마쳤다. 경찰은 9일 게시글 작성자를 소환 조사하면서 작성자로부터 ‘내가 작성한 것이 맞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집단으로 사직서를 쓰고 진료를 거부하고 있는 전공의 중에서 수사 선상에 오른 사람은 아직 없다. 조 청장은 “현재 단계에선 전공의 관련 내용이 수사 선상에 올라있는 것은 없다”라며 “전공의는 일단 고발 대상이 아니어서 고발된 의협 관계자 5명 중심으로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의협 전·현직 임원들이 전공의 집단 사직서 제출을 부추기거나 방조 또는 교사했다고 보고 있다. 조 청장은 “의협 관계자들이 지침을 내려 병원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한 경우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과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업무방해 및 의료법 위반 방조 등 혐의로 각각 6일과 9일 소환조사를 받았다. 서울청 공공범죄수사대는 함께 고발된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 박명하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을 오는 12일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앞서 경찰은 1일과 3일 이들의 사무실과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해 의협 회의록과 ‘투쟁 로드맵’, 단체행동 관련 지침 등을 확보했다.

‘의사 집회에 제약회사 직원이 동원됐다’는 온라인 게시글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다. 서울청 사이버수사대는 이날 오전 주 위원장을 고소인 자격으로 불러 해당 온라인 글이 허위라면서 고소한 경위 등을 조사했다.


☞ “전공의 블랙리스트는 범죄행위”···의료계 내부서도 자정 목소리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3101057001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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