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재생사업] ① '집한채가 1천400원'…이탈리아의 빈집 해법
한국, 올해 '빈집 정비 사업' 추진에 50억원 투입
(마엔차=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인구 소멸을 겪는 세계 각국에서는 방치된 빈집을 재생해 지역 활성화의 계기로 삼는 '빈집 재생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방치된 빈집을 최소 '1유로'(약 1천400원)에 판매할 수 있도록 정부가 중개하는 유럽의 '1유로 프로젝트'가 '빈집 재생 사업'의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은 13만 2천호가 넘는 빈집을 해결하기 위해 올해부터 정부예산 50억원을 투입해 방치된 빈집을 정비하는 '빈집 정비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유럽은 '1유로 프로젝트' 열풍…이탈리아 빈집들 인기
'1유로 프로젝트'는 빈집을 재생해 지방 도시의 인구 유출, 지방소멸 문제를 해결하려는 프로젝트로, 2004년 네덜란드에서 시작됐다.
이탈리아에서도 시칠리아, 칼라브리아, 풀리아 등 전국 곳곳에서 인구 감소 등으로 인한 빈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 주도로 '1유로 프로젝트'가 적극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1유로 프로젝트'는 단순히 매매 당사자들 간의 경제적인 이득만을 목적으로 한 프로젝트가 아니다.
1유로로 집을 산다고 하더라도 구매자는 일정 금액 이상의 보증금을 내고 3년 이내 리모델링을 시작해 빈집을 정비해야 한다.
빈집의 중세식 고택 형식을 보존하면서도 빈집을 정비해 새로운 인구 유입 및 관광 숙박 등 상업시설 활성화를 도모하려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경우 집이 자자손손 물려 내려오면서 자신도 모르게 상속 혹은 증여되면 다주택자가 돼 재산세가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에 이를 처분하고 싶어하는 소유주들이 많다.
문화 유산이 가득한 이탈리아에는 외지인도 관심이 많다.
주민들이 떠나 '유령 마을'이 될 위기에 몰렸던 시칠리아섬의 작은 도시 삼부카는 2019년 '1유로 프로젝트'를 시작하자 외국인 10만여명에게서 입주 문의를 받았다.
당시 경매에 올려진 가옥 16채는 평균 수천 유로에 모두 낙찰됐으며, 최고가는 미국 버지니아주에 사는 여성이 지불한 2만5천 유로(약 3천600만원)였다.
2021년 처음 '1유로 프로젝트'에 참여한 마엔차는 로마에서 차량으로 1시간 30분 떨어진 근교 도시로, 집이 '1유로'라는 저렴한 가격에 나오며 주목받았다.
마엔차에서 이뤄지는 '1유로 프로젝트'는 중장기 계획에 기초한 마을 단위 정비 정책으로 청년, 타지인, 외국인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마엔차 지역으로 이끌고 있다.
실제로 프로젝트를 처음 발표하자 97명의 외국인이 주택 구매를 신청했고, 최종 21명의 외국인이 매수후보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처음 공고된 2채는 이탈리아 건축가가 2채를 모두 구매했고, 곧 3채가 추가로 공고될 예정이다.
마엔차는 현재 방치된 빈집 15채를 '1유로 프로젝트' 대상으로 선정하고 소유자에게 직접 연락해 1유로에 주택을 팔도록 유도하는 등 적극 협의해 가고 있다.
마엔차는 주거 용도 보다는 숙박업(B&B), 식당 등 상업 시설을 만들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빈집 구매에 대한 우선권을 제공해 마을의 다양성과 활력을 높일 예정이다.
한국도 빈집이 문제…행안부, '빈집 정비 사업' 추진
한국도 인구감소와 수도권 쏠림 현상 등으로 빈집이 늘어나며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2022년 기준 한국의 빈집은 13만 2천호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으며, 계속 증가하고 있다. 절반에 가까운 6만1천호가 인구감소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농어촌에만 빈집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도시에도 32% 가량인 4만2천356호의 빈집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빈집을 정비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치안 관련 주민 불안이 가중돼 인구 유출의 원인이 되고, 이는 다시 빈집이 늘어나게 하는 악순환을 형성한다.
빈집은 소유관계가 복잡하거나 개인적인 사정 등 때문에 자발적인 정비가 어려워 방치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올해부터 정부예산 50억원을 투입해 방치된 빈집을 정비하는 '빈집 정비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지방자치단체 신청을 받은 후 수요와 인구감소지역인지 등을 고려해 선정한 뒤 4월부터 본격적으로 빈집 정비에 나선다.
특히 행안부는 빈집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소유주가 겪을 수 있는 여러 불이익 등을 완화하기 위해 각종 제도를 마련했다.
집을 철거하면 토지에 대한 재산세를 납부해야 하는데 토지세가 주택세보다 높아 빈집을 방치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지방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빈집 철거로 생긴 토지에 대한 세액을 철거 전 납부하던 주택 세액으로 인정해 주는 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한 바 있다.
아울러 철거하지 않고 활용이 가능한 빈집은 주거, 관광, 문화 자원 등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활용한다.
지난해는 24곳 지자체에서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활용해 빈집을 정비하고, 이를 외부 주민에게 살 기회를 제공해 공유주거, 공유오피스 등으로 활용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국내에서는 충주시 '관아골'과 제주시 '북촌포구집'이 대표적인 빈집 활용 사례다.
2015년 절반이 넘게 빈집(빈점포)이었던 충주시 관아골은 청년들이 이를 고쳐 쓸 수 있도록 국토부와 충주시가 지원하고, 행안부가 현장 맞춤형 지역활성화 사업인 '생활권 단위 로컬브랜딩' 사업을 진행했다.
이런 노력으로 빈집은 감성 카페, 숙소, 공방 등으로 재탄생돼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관아골 빈집 비율은 2016년 60%에서 지난해 12%로 줄었다.
제주도 북촌포구집은 공유숙박 스타트업 '다자요'가 해녀가 살던 방치된 빈집을 무상으로 임대받아 숙소로 리모델링한 뒤 10여년 간 운영하고 주택 소유자에게 되돌려 주는 빈집 재생 사례다.
다자요는 제주도 내 9채의 빈집을 재생해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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