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병동’ 키움, 아픔 잊은 신인의 패기까지 관리한다 “신호를 잘 살펴야”
키움 신인 전준표는 지난 9일 경기도 이천 두산베어스파크에서 열린 시범경기에서 4회 마운드에 올랐다.
아웃카운트 두 개까지는 무난하게 잘 잡았지만 헨리 라모스와 김재환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면서 갑자기 흔들렸다. 키움은 바로 전준표를 마운드에서 내렸다.
다음날 홍원기 키움 감독은 이상 증세를 조금 더 빨리 알아차렸어야했다고 돌이켜봤다.
홍원기 감독은 “2아웃 잡아놓고 외인 타자를 승부하다가 약간 느낌이 좀 왔다고 하더라. 그 때 이야기를 했어야되는데 시범경기고 관중들도 많다보니까 긴장을 한 것 같더라. 우리도 (이상 증세에 대한) 캐치가 좀 늦었다”고 했다.
김재환을 상대하는 신인의 모습을 보고 이상하다 생각한 홍 감독은 바로 체크를 지시했다. 아니나 다를까 담 증세가 있었다. 선수 보호를 위해 재빨리 마운드에서 내렸다.
홍 감독은 “신인들에게 자기 표현을 계속 강조하는데도 그걸 표현하는데 있어서 주저하는 경우가 있다”라며 “지금은 어디까지나 점검하는 상태이기 때문에 컨디션에 맞게끔 끌어올리는게 중요하다”고 했다.
프로야구 신인들은 회사로 치면 신입사원이다. 요즘은 MZ세대 신입 사원들은 자신의 할 말을 다 한다고 하지만 프로야구 선수들은 다르다.
전준표는 서울고를 졸업한 뒤 202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8순위로 지명을 받은 유망주다. 그는 스프링캠프를 마친 후 “목표는 필승조로 들어가고 싶다. 기회를 줄 때 잡으려고 최선을 다하고 싶다”라고 당찬 각오를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자신의 장점으로 “빠르게 스트라이크 카운트를 잡는 것과 적극적인 승부가 저의 장점”이라고 자신을 어필하기도 했다. 개막 엔트리에 들려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야되기 때문에 아프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홍원기 감독은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상태를 알려야한다고 보고 있다.
키움은 이미 시범경기에 들어가기 전부터 부상 소식이 전해져오고 있다. 이주형이 왼쪽 허벅지 근육 부상으로 대만 스프링캠프에서 조기 귀국해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선발 한 자리를 맡을 것으로 예상되었던 장재영은 팔꿈치 부상으로 통증을 털어내는데 집중하고 있다.
홍 감독은 부상 선수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다. 그는 “이주형은 본인이 제일 힘들 것이다. 마음은 지금 계속 야구장에 있을 것”이라면서 “지금 개막전이 중요한게 아니고 시즌 끝까지 건강한 몸으로 완주하는게 더 중요하다. 시작도 중요하지만 과정, 그리고 마무리가 더 중요하니까 완벽한 몸으로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장재영에 대해서도 “부상이라는 건 본인이 뜻하지 않게 오는 거기 때문에 본인들이 힘들고 가슴 아플 것”이라며 “누구보다 올시즌 도약을 위해서 준비를 많이 한 친구들이라 더욱 신경 쓰인다. 이것 또한 선수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경험이기 때문에 큰 공부가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홍 감독은 물론 코칭스태프도 이제 더 면밀히 선수들을 살펴볼 계획이다. 그는 “지금은 가벼운 부상 신호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현장에서 좀 더 선수 관리를 하거나 선수들에게도 부상에 대한 경각심을 이야기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연륜이 있는 선수들은 느낌이 왔을 때 멈추는데 지금 전준표 같은 선수들은 의욕이 너무 앞서 있는 상태다. 그런 것들 때문에 현장에서 좀 더 관심있게 관찰을 하고 주의 깊게 보면서 (무리다 싶을 땐) 현장에서 좀 더 브레이크를 먼저 밟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계획을 밝혔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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