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방사성 유출’ 안전입증… 냉정 되찾아야[기고]

2024. 3. 1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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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미국 TMI 원전 2호기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전 세계 원자력인들은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

원전의 다중 안전장치가 하나만 제대로 작동했다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사고는 원자력 산업에도 큰 영향을 주었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원전 중대사고에도 대처를 하는 것으로 연구와 안전규제의 방향이 바뀌게 됐다.

물론 이 사고에서는 TMI 원전 2호기 사고와 달리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유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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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쿠시마 원전사고 13주년 -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1979년 미국 TMI 원전 2호기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전 세계 원자력인들은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 이 사고를 전후로 원자력 안전연구의 방향이 완전히 바뀔 정도로 큰 영향을 받았다. 원자력발전소에서는 원자로심이 녹는 중대사고는 절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던 것이다. 원전의 다중 안전장치가 하나만 제대로 작동했다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쨌든 사고는 발생했다. 이 사고는 원자력 산업에도 큰 영향을 주었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원전 중대사고에도 대처를 하는 것으로 연구와 안전규제의 방향이 바뀌게 됐다. 그 후 지난 40년간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은 크게 향상됐다. 이후 원전 건설이 중단됐던 미국에서 지난 40년간 원자력 전공자가 먹고살 수 있었던 방법이 누구도 생각하지 못하는 사고 시나리오를 찾아내는 것이 됐다. 그렇게 해서 연구비를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일반인들이 우려하는 것 중 하나가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설마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인데, 원전업계는 그런 사고 시나리오 찾기를 40년간 해온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사고의 충격이 컸다는 것과 사고의 영향이 컸다는 것은 다른 얘기다. TMI 원전 2호기 사고에서 대규모 방사선 유출은 없었다. 격납용기가 버텼기 때문이다. 충격은 원자력 종사자들이 심리적으로 받은 것이지, 대중과 환경이 물리적으로 받았다는 뜻은 아니다.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이 사고에서는 TMI 원전 2호기 사고와 달리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유출됐다. 대기 중으로 유출됐고 오염수는 바닷물로 유출됐다. 정화처리를 할 여유는 없었고 노심 냉각이 최우선이었다. 당시 우리나라 원자력 안전규제기관은 매일 언론에 나왔다. 일일 보고를 통해 국민에게 실시간으로 후쿠시마 현지 상황을 전했고, 해양과 대기를 통해 방사성이 유입되는지 감시한 결과를 국민에게 알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세계 최초로 원전 사고가 실시간으로 생생하게 전달되면서 비디오를 본 모든 사람이 무기력함을 느꼈고 충격을 받았다. 이후 13년이 흘렀다.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없다. 방사성 물질이 대규모 유출됐지만 과도한 방사선 피폭을 받은 사람은 없다. 우리나라에도 유의미한 방사성 물질이 넘어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나라 전역에 설치된 130여 곳의 환경방사능 자동 측정장치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전후로 특이한 방사선이 측정되지 않았다. 해양방사성 측정치에서도 유의미한 수치가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와 관련해서도 엄청난 사회적 이슈가 제기됐는데,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위험하지 않다는 과학적 사실을 덮었다. 지난 13년간 우리나라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방사선에 피폭된 사람은 없다. 해산물을 통해 방사선을 섭취한 피해도 없다. 일부는 앞으로 300년간 고등어를 먹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이처럼 거짓 주장을 한 사람들에 대해 관대하다. 악선전 때문에 에너지 정책이 바뀌고 원전 건설이 중단됐는데도, 이로 인해 경제적 타격을 입은 업계에 대해선 또 무관심하다. 이런 사실을 감안할 때 후쿠시마 사고 이후 13년이 지난 지금이라도 우리 사회가 빨리 불합리를 딛고 냉정을 되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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