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H지수 ELS, 배상비율 0~100% 차등…이복현 원장 “판매사·투자자 책임 종합 반영”
80대 노인 75% vs 50대 0%
[마이데일리 = 구현주 기자] 금융감독원이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이하 ELS) 손실액에 대해 투자자별로 0~100%까지 배상하는 차등 배상안을 내놨다.
투자자별 배상비율은 연령, 투자경험, 불완전판매 정도 등에 따라 판매사 요인(기본배상비율+공통가중=23~50%)에 투자자별 가감 요인(±45%p)을 더하고 빼는 방식으로 정해진다. 이외에 기타 조정요인(±10%p)이 반영된다.
11일 금융감독원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홍콩 H지수 ELS 검사결과(잠정) 및 분쟁조정기준(안)’을 발표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손실 배상비율은 검사 결과 확인된 판매사 책임과 투자자별 특성을 고려한 투자자 책임이 종합적으로 반영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판매사 측면에서는 판매원칙 위반 정도가 크거나 소비자보호체계가 미흡할수록 배상비율이 높아진다”며 “고령자 등 금융취약계층, 예·적금 가입 희망 고객 등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경우 배상비율이 가산되는 반면, ELS 투자 경험이 많거나 금융지식 수준이 높은 고객 등에 대한 판매는 배상비율이 차감된다”고 설명했다.
이 금감원장은 “각 판매사는 이 조정기준(안)에 따라 자율적으로 배상(사적화해)을 실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판매사 고객피해 배상 등 사후 수습 노력은 관련 법규 및 절차에 따라 과징금 등 제재 수준 결정시 참작할 방침이다”고 덧붙였다.
ELS는 개별 주식 가격에 연계돼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투자상품이다. 올해 홍콩H지수가 하락하면서 은행이 2021년 판매한 홍콩H지수 ELS에서도 원금 손실이 1조원가량 발생했다.
이에 금감원은 올해 1월 8일부터 두 달간 KB국민, 신한, 하나, NH농협, SC제일은행 등 은행 5곳와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ELS 판매사의 무리한 실적경쟁 조장으로 인한 소비자보호 관리체계 미흡이 확인됐다.
판매사는 홍콩H지수 변동성 확대에도 영업목표를 상향하고, 영업점에서 ELS 판매를 확대하도록 성과지표를 설계해 전사적으로 판매를 독려했다. 일부 판매사는 동 상품 판매한도를 상향하도록 리스크관리기준을 변경하고, 비예금상품위원회를 형식적으로 운영하는 등 금융소비자 보호에는 소홀히 했다.
또한 위험상품 투자에 적합하지 않은 고객에게 상품판매가 가능하도록 상품판매 기준을 임의조정한 사례도 확인됐다.
일부 판매사는 투자자 성향분석시 필수 확인 항목을 누락했다. 손실감내수준 20% 미만, 단기투자희망 등 고난도 장기위험상품에 부적합한 투자자에게 판매가 가능하도록 판매시스템을 설계했다. ELS 상품 판매시 설명해야 하는 손실위험 시나리오, 투자위험등급 유의사항 등을 누락하거나 왜곡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아울러 판매정책과 판매시스템이 고객 최우선 원칙이 아닌 판매사 이익을 우선하도록 설계·운영됨에 따라 영업점 개별 판매과정에서 다양한 형태 불완전판매가 발생했다.
안정적 성향 투자자에게 투자성향을 상향하도록 유도하거나, 청력이 약한 고령투자자에게 ‘상품내용을 이해했다’라고 답하도록 요청했다. 영업점 방문이 어렵다는 투자자를 대신해 투자성향진단설문지, 상품가입신청서 등을 대리 작성·서명하는 사례도 발견됐다.
이에 금감원은 판매사와 투자자 책임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배상기준안을 마련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은행의 경우 모든 투자자에 대해 20~30% 기본배상비율이 제시됐다. 사실상 판매분 전체를 적합성원칙 또는 설명의무 위반 등 불완전판매 소지가 있다고 본 것이다. 부당권유 등 판매원칙 위반이 확인된 개별사례는 기본배상비율이 40%까지 올라간다.
증권사는 일괄 지적사항이 확인되지 않아 개별 투자자에 대한 판매원칙 위반이 확인되는 사례를 중심으로 20~40% 기본배상비율이 적용된다.
여기에 불완전판매를 유발‧확대한 내부통제 부실 책임을 반영해 은행은 10%p, 증권사는 5%p 수준의 공통가중이 적용된다. 온라인 판매채널은 내부통제 부실 영향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을 감안해 이보다 낮은 은행 5%p, 증권사 3%p를 적용한다.
판매사 요인에 더해 개별 투자자 상황에 따라 ±45%p 수준 배상비율 조정이 이뤄진다. 예적금 가입목적 고객(10%p)이나 금융취약계층(5~15%p), ELS 최초투자자(5%p), 자료 관리와 모니터링콜이 부실한 경우(5~10%p), 비영리 공익법인(5%p) 등에 대해서는 배상비율이 가산된다. 반면 ELS 투자경험(2~25%p), 매입규모가 큰 경우(5~15%p), 금융상품 이해능력이 있는 경우(5~10%p) 등은 차감요인이 된다.
이밖에 일반화하기 곤란한 내용이 있는 경우에는 기타 조정요인(±10%p)으로 반영된다.
일례로 80대 초반 J씨는 2021년 1월경 예·적금 가입목적으로 甲(갑)은행 OO지점을 방문해, 은행직원 권유로 ELS 상품 2500만원을 가입했다. 올해 1월 만기 도래로 손실이 확정됐다.
甲(갑)은행은 ELS 상품을 설명하면서 투자위험 일부를 누락하거나 왜곡된 내용을 전달하는 등 설명의무 위반과 내부통제 부실 소지가 있었다. 영업점 창구 등에서 개별적인 적합성 원칙 위반, 부당권유 금지 위반 및 고령자 보호기준을 준수하지 않았다. 이 경우 손실에 대한 배상비율은 75% 내외 수준이다.
과거 ELS 상품을 62회 가입한 경험과 함께 손실 경험이 1회 있는 50대 중반 S씨는 지난 2021년 1월 癸(계)은행 OO지점을 방문했다. 은행직원으로부터 ELS 상품을 권유받아 1억원을 가입했고 올해 1월 중 만기가 도래해 손실이 발생했다.
그간 ELS 가입경험이 총 62회에 이르고 과거 ELS 투자로 얻은 누적이익이 이번 손실규모를 초과하는 등 다수 ELS 투자경험이 있다. 癸(계)은행은 ELS 상품을 설명하면서 투자위험 일부를 누락하는 등 설명의무 위반, 내부통제 부실 소지 및 투자권유자료를 보관하지 않은 사실이 있다.
이 경우 손실에 대한 배상비율은 0% 내외 수준으로 예상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결과 확인된 위법부당행위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 및 절차에 따라 엄중 조치할 예정이다”며 “해당 판매사 고객피해 배상, 검사 지적사항 시정 등 사후 수습 노력에 대해서는 관련기준과 절차에 따라 참작할 방침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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