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서울서 유래가 가장 재미있는 필동[이기봉의 우리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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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천만 관객을 넘은 영화 '서울의 봄'에서 수도경비사령부를 필동이라 부르는 대목이 나온다.
필동의 원래 이름이 붓골이고, 그것의 한자 표기에 筆(붓 필)이 들어가니 누구든 먹물을 묻혀 글씨를 쓰는 붓과 관련된 유래가 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그러다 남붓골에서 왔다는 것을 알면 놀라움의 또 다른 선물을 받지 않을까? 한자 표기 지명의 유래를 한자의 뜻으로 풀이하면 낭패 보기 쉬움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사례 중의 하나가 바로 필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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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천만 관객을 넘은 영화 ‘서울의 봄’에서 수도경비사령부를 필동이라 부르는 대목이 나온다. 1989년 남산 제모습 찾기 사업에 따라 서울시가 그 부지를 인수했고, 1998년 남산골 한옥마을로 재탄생하면서 서울을 찾는 국내외 수백만 관광객의 주요 명소 중의 한 곳이 됐다. 필동의 한자는 筆洞이고, 사람들이 부르던 지명인 ‘붓골’을 한자 筆(붓 필)과 洞(골 동)을 써서 표기했던 것이 일제강점기를 지나면서 아예 필동으로 불리게 됐다.
필동의 원래 이름이 붓골이고, 그것의 한자 표기에 筆(붓 필)이 들어가니 누구든 먹물을 묻혀 글씨를 쓰는 붓과 관련된 유래가 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붓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 유래를 따라가다 보면 ‘지명이 이렇게도 바뀔 수가 있구나’ 하는 놀라움을 만나게 된다. 누군가 필자에게 서울에서 유래가 가장 재미있는 동명이 뭐냐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필동을 들고 싶다.
조선의 수도 한성부는 요즘의 구(區)에 해당되는 중부·동부·서부·북부·남부의 5부(部)로 나누고, 부 밑에는 요즘의 동(洞)에 해당되는 방(坊)을 두어 도시의 행정을 운영했다. 그중 남부의 관청이 있는 곳을 ‘남붓골’이라고 했는데, 언젠가부터 이를 줄여서 ‘붓골’로 불렀다고 한다. 이 붓골이 한자 표기 筆洞을 거쳐 일제강점기부터는 아예 한자의 소리 필동으로 읽고 부르게 된 것이다.
붓골은 작은공줏길과 곤담골길 못지않게 무한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지명이니 필동 어딘가의 도로명 주소에 붓골길을 붙여주면 참 좋지 않을까? 만약 이런 소망이 이뤄진다면 그 길을 걷는 어떤 이는 글씨를 쓰던 붓을 상상할 수도 있겠고, 또 어떤 이는 아름다운 붓꽃을 연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남붓골에서 왔다는 것을 알면 놀라움의 또 다른 선물을 받지 않을까? 한자 표기 지명의 유래를 한자의 뜻으로 풀이하면 낭패 보기 쉬움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사례 중의 하나가 바로 필동이다.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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