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주민규 전격 발탁' 황선홍 감독 "임시 감독 피해가고 싶지 않았다, 이강인, 손흥민과 통화 후 선발 결정"[일문일답]
[신문로=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금쪽이' 이강인(23·파리생제르맹)이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득점왕' 주민규(34·울산)은 감격의 첫 승선에 성공했다.
황선홍 임시 A대표팀 감독은 11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임시 체제의 처음이자 마지막 엔트리를 공개했다. 64년 만의 아시아 정상 도전에 실패한 A대표팀은 2026년 북중미월드컵 체제로 전환한다. 21일과 26일 홈과 원정에서 태국과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3, 4차전을 치른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전격 경질한 한국은 황선홍 올림픽대표팀 감독 임시 체제로 2연전에 나선다. 2전 전승을 기록 중인 한국은 이번 태국 2연전에 승리하면 최종예선행을 사실상 확정짓게 된다.
객관적 전력에서 한국이 절대 우위에 있기는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황 감독 앞에는 새판짜기라는 중책이 놓였다. 클린스만 감독이 남긴 흉터가 너무 많다. 임시 신분에도 황 감독의 발걸음에 관심이 모아진 이유, 그 치유의 첫 발이기 때문이다. 황 감독은 K리그 개막과 함께 전북-대전, 광주-서울, 전북-울산, 수원FC-전북, 서울-인천전을 관전했다. 전임자와는 180도 다른 '광폭 행보'였다. 마이클 김, 정조국 등 새롭게 구성된 코치진들도 울산과 포항의 개막전을 필두로 백방으로 움직였다.
황 감독은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사 "대한민국 축구가 큰 위기에 처해 있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기술위원회에서 도움을 요청했을 때 상당히 고심이 많았다. 14년 동안 대표 선수 생활을 하면서 많은 혜택을 받았다. 축구인 한 사람으로서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심 끝에 결정했다. 어려울 땐 피해가고 쉬울 땐 하고, 여태까지 축구해오면서 그렇게 축구하지 않았다. 그래서 결단을 내렸다. 머릿 속에는 어떻게 위기를 극복할까 생각하고 있다. 최선을 다해서 두 경기를 치를 생각"이라고 했다.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이강인은 결국 선발됐다. 이강인은 지난 한달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요르단과의 아시안컵 4강전을 앞두고 '캡틴' 손흥민(32·토트넘)과 충돌했다. 이강인은 한순간에 '밉상'으로 전락했다. 이강인은 결국 영국 런던으로 날아가 사과했고, 손흥민도 이강인을 품에 안았다. 이강인은 다른 선배, 동료들에게도 연락해 고개를 숙였다. 팬들에게도 거듭 죄송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강인을 향한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았다. 선발 여부를 두고 팽팽한 찬반 양론이 벌어진 가운데, 황 감독은 정면돌파를 택했다.
황 감독은 "두 선수와 직접 소통을 했다. 이강인은 축구팬 여러분과 팀원들에게 진정성 있게 사과를 하고 싶어한다. 손흥민은 그런 이강인을 보듬고 화합해서 나가야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전했다. 그래서 선발을 했다. 이런 일들이 두 선수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안에 있는 팀원들, 코칭스태프 지원스태프 모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책임감을 가져야 하고 축구인의 한사람으로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다. 태국 2연전을 하나된 모습으로 속죄한다는 마음으로 치러야 한다. 선수들이 같은 마음이길 기대하고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했다.
새 얼굴도 대거 이름을 올렸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해 9월부터 아시안컵 본선까지 같은 얼굴을 선발했다. 당연히 팀내 경쟁 구도가 사라지고, 선수들의 동기부여 역시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황 감독의 분주한 움직임에 관심이 쏟아진 것도 클린스만호와는 다른 선수들이 선발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었다. 주민규가 마침내 이름을 올렸다. 주민규는 파울루 벤투 전 감독에 이어 클린스만 체제에서도 '뜨거운 감자'였다. 그는 2021년 제주에서 22골을 터트리며 득점왕에 올랐고, 지난해 울산에서 17골을 기록, 또 한번 '득점킹'이 됐다. K리그 최고 공격수라는 평가에도 단 한번도 태극마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아시안컵에 나섰던 조규성(26·미트윌란)과 오현규(23·셀틱)가 현재 폼이 좋지 못하고, 황의조(32·알란야스포르)는 불법촬영 문제로 여전히 징계 중인만큼, 황 감독은 전격적으로 주민규를 택했다.
황 감독은 "축구는 여러 요소들이 있지만 득점력은 다른 영역이다. 3년간 리그에서 50골 이상 넣은 선수는 전무하고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핫가이' 정호연(24·광주)도 처음으로 A대표팀과 연을 맺었다. 지난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황 감독과 금메달을 합작한 정호연은 올 시즌에도 놀라운 활약을 펼치고 있다. 현재 대표팀 중원이 약점으로 꼽히고 있는만큼, 황 감독은 '페르소나' 정호연을 픽했다. 고민이었던 풀백 자리에 이명재(31·울산)도 첫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명재는 지난 전북과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 골을 넣는 등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황 감독은 "K리그 관찰해서 현재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염두에 뒀다. 대표팀은 최고의 선수들이 들어오고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야하는 팀이다. 면밀히 검토한 결과 내린 결과"라고 했다.
벤투 시절과 달리 클린스만 체제에서 외면 받던 선수들이 대거 발탁됐다. 영국 챔피언십(2부리그) 버밍엄으로 이적한 중앙 미드필더 백승호(27·버밍엄시티), 카타르 무대에 연착륙한 오른쪽 풀백 김문환(29·알두하일), 센터백 조유민(28·샤르자), 국내로 돌아온 권경원(32·수원FC) 등 카타르월드컵 멤버들도 대표팀에 재승선했다. 골키퍼 이창근(31·대전)은 2020년 이후 4년만에 다시 부름을 받았다.
개막 후 2경기 연속골을 쏘아올리며 기대를 모았던 '코리안메시' 이승우(26·수원FC)는 이번에도 대표팀에 뽑히지 못했다. 황 감독은 "경기장에서도 확인을 했고, 어제 상암 경기를 보기 전에 코칭스태프와 미팅을 했을 정도로 이승우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2선 조합이나 측면으로 봤을때 여러가지 고려하지는 못했다. 아쉽게 생각한다. 이승우 등 K리그에 활약하는 선수에 대해서는 대표팀의 문이 열려 있다. 포기 않고 실망 않고 정진했으면 한다.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황재원(대구) 양현준(셀틱·이상 22) 배준호(스토크시티) 김지수(브렌트포드·이상 21) 등 올림픽대표 연령 선수들은 17일 소집되는 올림픽대표팀에 선발됐다.
이들 외에 기존 핵심 자원들은 어김없이 이름을 올렸다. '캡틴' 손흥민을 필두로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인범(즈베즈다·이상 28) 이재성(32·마인츠) 홍현석(헨트) 정우영(슈투트가르트·이상 24) 김영권(34) 조현우(33) 설영우(26·이상 울산) 등 카타르아시안컵을 누볐던 선수들도 변함없이 선발됐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임시 감독직 수락 배경과 선수 선발 배경은.
▶대한민국 축구가 큰 위기에 처해 있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기술위원회에서 도움을 요청했을 때 상당히 고심이 많았다. 14년 동안 대표 선수 생활을 하면서 많은 혜택을 받았다. 축구인 한 사람으로서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심 끝에 결정했다. 어려울 땐 피해가고 쉬울 땐 하고, 여태까지 축구해오면서 그렇게 축구하지 않았다. 그래서 결단을 내렸다. 머릿 속에는 어떻게 위기를 극복할까 생각하고 있다. 최선을 다해서 두 경기를 치를 생각이다.
시간이 많이 없어서 코칭스태프 선임 후에 그동안 쌓아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55명 예비 엔트리를 정했다. 2주에 걸쳐 코치진과 K리그,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를 관전했다. 해외에 있는 선수들은 직접 볼 수 없기 때문에 영상을 통해 컨디션과 포지셔닝 등 여러가지를 확인했다.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부상 선수를 제외한 23명을 선발했다.
-이강인을 선발했는데.
▶두 선수와 직접 소통을 했다. 이강인은 축구팬 여러분과 팀원들에게 진정성 있게 사과를 하고 싶어한다. 손흥민은 그런 이강인을 보듬고 화합해서 나가야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전했다. 그래서 선발을 했다. 이런 일들이 두 선수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안에 있는 팀원들, 코칭스태프 지원스태프 모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책임감을 가져야 하고 축구인의 한사람으로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다. 태국 2연전을 하나된 모습으로 속죄한다는 마음으로 치러야 한다. 선수들이 같은 마음이길 기대하고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
-여전히 이강인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
▶공감한다. 전적으로 이 결정은 감독인 내가 했다. 어쨌든 이강인을 부르지 않고 다음으로 넘기면 위기는 다음으로 넘길 수 있다. 다음에 부른다고 이 문제가 다해결될 것은 아니다. 이강인이 한국에 들어오면 문제는 계속 생길 수 있다. 내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가 감독의 이유도 있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을거다. 이 결정까지 두 선수와 의사소통을 했고, 선수의 경험으로 봤을때 팀내의 문제는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런 것들이 얼마나 풀어지고 모아지면 더 단단해질 수 있는 요소기에, 그런 경험을 선수생활에 했다. 운동장에서 일어난 일은 운동장에서 최대한 빨리 푸는게 최대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대표팀 내부 문제에 대해서는.
▶고참 선수들과 몇몇 선수들 통화해서 상황을 들었다. 우리가 오해를 하는 부분도 있을거다. 아직 그 안에 있지 않았기에 면밀이 파악하기 어려웠다. 짧은 기간이라도 들여다 보고 싶다. 어려워 하는 부분을 정리해야 한다. 말이라는 것은 스태프에서도 만들 수 있기에, 가이드라인을 정해서 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
-올림픽대표팀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큰데.
▶우려스럽고 걱정되는 부분 있는게 사실이다. 기존의 발전시켜야 하는 부분이고, 한두 포지션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런 것들을 미리 공유하고 첫 경기하고 두 세번째 경기 라인업도 정하고 경기 콘셉트도 정하고 확인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준비해 놓고 있다. 영상을 통해서 경기를 확인할꺼고 피드백 확인할거다.
-배준호 선발에 대해서는.
▶터키 전훈 끝나고 유럽 출장이어서 하면서 셀틱, 스토크시티, 세인트미렌 방문을 했다. 배준호 관련해서 예선에 참여하는걸로 합의를 했는데, 말을 바꿀수도 있다. 그런 부분에서 약속을 받았기에 최종적으로 체크를 할 예정이다. 양현준도 마찬가지고, 김지수도 마찬가지다. 구단 차출을 방문해서 허락을 받은 상황이다. 4월에 본선에 나가서 변수는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렇다.
-선수 선발 기준은.
▶K리그 관찰해서 현재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염두에 뒀다. 대표팀은 최고의 선수들이 들어오고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야하는 팀이다. 면밀히 검토한 결과 내린 결과다.
-주민규를 발탁했는데.
▶축구는 여러 요소들이 있지만 득점력은 다른 영역이다. 3년간 리그에서 50골 이상 넣은 선수는 전무하고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다고 생각한다.
-이강인의 올림픽대표팀 차출은.
▶예선전은 차출이 불가한 상황이다. 예선 통과 후에는 PSG와 논의할 생각이다. 우리가 선택권이 없기에 어려움이 있는게 사실이다.
-이승우가 제외됐는데.
▶경기장에서도 확인을 했고, 어제 상암 경기를 보기 전에 코칭스태프와 미팅을 했을 정도로 이승우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2선 조합이나 측면으로 봤을때 여러가지 고려하지는 못했다. 아쉽게 생각한다. 이승우 등 K리그에 활약하는 선수에 대해서는 대표팀의 문이 열려 있다. 포기 않고 실망 않고 정진했으면 한다.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전술적 변화는.
▶구상은 돼 있지만 이 자리에서 말하기는 무리가 있다. 밸런스적인 측면에서 공격이나 수비에서 불균형이 많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시간이 짧기에 모든 것을 만들고 경기하기는 어렵다. 밸런스가 좋아야 좋은 경기할 수 있다. 이 부분에 집중해서 할 계획이다.
◇황선홍호, 태국 2연전 명단(23명)
▶GK=조현우(울산) 송범근(쇼난) 이창근(대전)
▶DF=김민재(바이에른 뮌헨) 김영권 설영우 이명재(울산) 조유민(샤르자) 권경원(수원FC) 김진수(전북) 김문환(알두하일)
▶MF=손흥민(토트넘) 이강인(PSG) 이재성(마인츠) 정우영(슈투트가르트) 박진섭(전북) 홍현석(헨트) 황인범(즈베즈다) 백승호(버밍엄) 정호연(광주) 엄원상(울산)
▶FW=조규성(미트윌란) 주민규(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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