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앤디 셔먼 돌비 래버러토리스 법무총괄부사장 | “韓, IP 기반 산업 육성하려면 국가가 강력·공정하게 보호해야”

김우영 기자 2024. 3. 1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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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재산권(IP) 투자에서의 핵심은 ‘확실성’이다. 만약 국가가 IP 권리를 적극 보호해 주지 않으면 기업들은 IP 투자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영상 및 음향 기술 기업 돌비 래버러토리스(Dolby Laboratories·이하 돌비)의 앤디 셔먼(Andy Sherman) 법무총괄부사장(EVP)은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의 IP 기반 산업이 발전하기 위한 필수 조건에 대해 이렇게 강조했다. 삼성과 LG를 비롯해 많은 국내 기업이 IP 라이선스 사업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국가가 확실하게 IP를 보호해 준다는 ‘시그널(신호)’을 주지 못하면 기업들이 기술혁신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매출의 상당 부분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돌비는 자사의 IP를 지금의 자리에 오르게 해 준 핵심 성공 요인 중 하나로 꼽았다. 셔먼 EVP에게 돌비의 기술력과 IP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앤디 셔먼 돌비 래버러토리스 법무총괄부사장(EVP)미 퍼시픽대 법학 박사, 전 CBS인터랙티브 법무수석부사장(SVP), 전 CNET네트웍스 법무수석부사장(SVP), 전 그레이캐리 웨어 앤드 프라이덴리치(현 DLA 파이퍼) 변호사

돌비는 어떤 회사인가.

“돌비는 창업주 레이 돌비(Ray Dolby)가 개발한 획기적인 ‘음향 잡음 억제(audio noise suppression)’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1965년 설립한 영상 및 음향 기술 선도 업체다. 돌비의 기술력은 콘텐츠를 더욱 몰입감 있고, 사실감 넘치며, 창작자의 의도와 가깝게 구현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를 통해 기기의 성능과 사용 경험을 향상할 수 있다. 덕분에 창작자들은 청중과 더욱 깊이 교감하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고, 관련 기업들은 작품이 주는 감동적인 경험을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돌비의 기술력이 적용된 곳은.

“TV, 사운드바 같은 일반 가전제품부터 음악 및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모바일 폰, 영화관과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음향과 영상 기술이 사용되는 곳이라면 거의 모든 기기에서찾아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삼성과 LG 등 가전 기업부터 통신 3사, 플랫폼 기업, 국내 스트리밍 기업 등과 협력해 세계적인 음향 및 영상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메가박스와 제휴를 맺어 한국에서 7개의 돌비 시네마관도 운영하고 있다.”

돌비가 오늘날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초기 돌비의 음향 잡음 억제 기술은 주로 전문가용 제품에 사용됐다. 그러다가 점점 소비자 제품에 적용해 달라는 요구가 늘어났다. 소비자 제품을 직접 제조하는 것을 고민했지만, 최종적으로는 ‘라이선스 모델’을 선택했다. 이 결정이 돌비의 성공에 핵심 요인이 됐다. 제품의 대량생산과 유통, 마케팅을 전문가에게 맡김으로써 돌비는 기술혁신이라는 핵심 역량에 집중할 수 있었다. 또한 라이선스 모델을 통해 돌비 기술이 모든 가전제품 제조사의 기기에서도 사용될 수 있게 됐다.”

라이선스 사업 모델의 성공에 IP가 큰 역할을 했을 것 같다.

“물론이다. 돌비의 성공 스토리에서 IP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창업주도 IP의 가치를 알고 회사 초창기부터 자신의 발명품을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심지어 아시아를 여행하는 중에 돌비의 첫 특허증을 직접 작성했을 정도였다. IP의 가치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돌비의 DNA가 됐다. 만약 IP가 전 세계 법원에서 보호받을 것이라는 확신이 없었다면 돌비는 라이선스 모델을 채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돌비의 지속적인 기술혁신 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것도 IP다. 돌비는 매년 매출의 상당 비율을 R&D에 투자하고 있다. R&D 투자는 돌비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핵심 요인으로, 음향 및 영상 분야에서 최첨단 기술을 발전시키고 새로운 플랫폼에도 기술을 제공하는 배경이다.”

돌비의 라이선스 모델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준다면.

“돌비는 다양한 라이선스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그중 한국에서는 아마도 소비자용 전자 기기 제품에 초점을 맞춘 기술 라이선스 프로그램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한마디로 TV부터 셋톱박스, 모바일 폰에 이르기까지 파트너사가 돌비 기술을 적용한 소비자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돌비는 이러한 관계를 장기적인 파트너십으로 보고 있다. 성공적인 협업을 위해 라이선시(licensee·라이선스 사용 업체)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기술 구현을 위한 지원도 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협업적인(col-laborative)’ 특허 라이선스 비즈니스도 운영하고 있다.”

2024년 세계 최대 정보기술·가전 박람회 CES에 설치된 돌비의 전시 부스.

협업적이란 게 무슨 뜻인가.

“기술 문제에 대한 집단적인 산업 솔루션에 중점을 둔다는 뜻이다. 이를 ‘기술 표준’이라고 부르는데, 일반적으로 독립적인 표준화 기구 관리 아래 기업들이 모여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도출된다. 기술 표준은 일단 정의되면 업계 전반에 걸쳐 폭넓게 채택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결과 중 하나는 다양한 기업이 기본 IP 권리의 일부를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권리를 사용자가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돌비가 일반적으로 특허 풀을 활용하는 이유다. 특허 풀은 여러 소유자의 권리를 취합하고 단일 거래로 한꺼번에 라이선스를 부여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들이 IP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명심할 것은.

“우선 혁신을 지속하는 것이다. 때때로 기업은 특허 경쟁에 휘말려 특허 출원 및 시행 전략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할 수 있다. 혁신이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결국 문제를 겪게 될 것이다. 또한 글로벌 IP 시장은 같은 플레이어를 반복해서 만나게 되는 생태계다. 돌비는 모두가 성공할 수 있도록 라이선시 및 생태계의 다른 참여자들과 협업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달리 말하면 돌비와 파트너 모두가 돌비의 혁신으로 혜택을 누려야 한다고 본다. 이것이 올바르게 될 때, 파트너는 돌비와 함께 계속 일할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되고 이것이 미래의 성공을 위한 씨앗이 된다. 마지막으로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도 중요하다. 돌비는 우리의 IP를 사용하는 모두가 동등한 대우를 받는 공평한 경쟁의 장을 보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돌비는 명확하게 의사소통을 하고,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그리고 최후 수단으로만) 우리의 권리를 행사하려고 한다. 또한, 장기적인 성공을 염두에 두고 일하며, 신뢰를 기반으로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한국의 IP 기반 산업에 조언한다면.

“국가가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IP를 강력하고 공정하게 보호하는 것이다. 정부가 정치적 부담 때문에 국내 기업을 보호하려고 외국 기업을 차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는 근시안적이다. IP 투자에서 핵심은 ‘확실성’이다. 만약 IP 권리를 행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징후가 있다면 외국 기업이나 국내 기업 모두 IP 투자를 주저하게 된다. 긍정적인 소식은 한국에서도 IP 보호와 관련된 좋은 사례가 종종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삼성과 LG 같은 기업들도 IP를 기반으로 자사의 혁신 기술을 보호하고 있다. 특히 이들 기업도 이제는 소비자 제품만 판매하는 게 아니라 돌비처럼 점점 더 ‘순수’ IP 라이선스 비즈니스로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Plus Point
“계약상 권리 행사 위한 정당한 조치”

돌비는 2023년 7월 6일 서울고등법원에서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이긴 행정소송을 통해 라이선싱 방식을 국내에서 법적으로 인정받은 바 있다. 이는 몇 년 간 진행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마침표를 찍은 것으로, 돌비가 계약상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실시한 조치가 국내법상 정당했다는 판결이다. 당시 법원은 돌비의 라이선시 파트너가 기록을 제대로 보관하고 감사에 협조하는 등 계약 의무를 마땅히 이행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러한 의무를 저버린 라이선시 파트너는 라이선스 기술을 더 이상 제공받을 권리가 없다고 판시했다. 돌비 관계자는 “당시 판결은 돌비의 오랜 라이선싱 및 감사 관행을 전적으로 뒷받침해준 사례이자 한국 사법 체계의 성숙함과 공정성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IP 소유자가 한국에서 자신의 권리를 보호하고 시행할 수 있다는 점을 법원이 명확히 함으로써 기업이 혁신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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