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소타 와타나베 아스타재단 CEO | “블록체인 핵심은 기술이 아닌 대중화”
“월드와이드웹(WWW) 통신 프로토콜(https) 기술을 이해하고 있어야 인터넷을 사용하는 게 아니다. 관련 지식이 부족해도 손쉽게 인터넷을 사용하고, 이제 인터넷 없는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 블록체인도 마찬가지다. 관련 기술을 몰라도 일상에서 누구나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대중채택(Mass Adoption)을 이루는 게 블록체인 혁신이다.”
일본 내 블록체인 업계 1위인 아스타재단의 소타 와타나베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서울 강남 해시드 본사에서 만나 블록체인의 이상적인 미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대중채택은 대중이 블록체인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일상생활에서 활발하게 이용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블록체인 기술이 발전하면서 영지식(ZK), 가상머신(EVM), 가스비(GasFee), 파라체인 등 가상자산 업계 종사자가 아니라면 쉽게 이해하기 힘든 용어가 생겨나고 있다. 소타 CEO는 이러한 기술혁신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이 블록체인을 사용하게 만드는지가 중요하다고 봤다. 블록체인의 대중화로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 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진정한 블록체인 혁신이라는 것이다.
소타 CEO는 블록체인을 비즈니스적 관점으로 바라본다. 블록체인의 기술적 가치가 탈중앙화이고, 블록체인을 활용한 탈중앙화 웹서비스인 웹 3.0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스타재단이 제도권에 있는 일본 대기업과 협력을 강조하는 이유다. 그는 “현재의 웹 3.0은 인터넷이 처음 탄생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이 기술을 만들고 있는 형태다”라며 “산업 초기인 만큼 돈이 많이 모여야 한다”고 했다. 현재 아스타재단은 일본에서 손꼽히는 블록체인 기업이다. 코인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월 26일 오후 6시 기준 아스타재단이 발행하는 ‘아스타 코인’의 시가총액은 9억814만달러(약 1조2000억원)로 코인마켓캡에 있는 8859개 가상자산 중 62위다. 아스타재단은 도요타·도코모·소프트뱅크 등 일본의 전통적인 대기업과 협업을 하면서 주목을 받았고, 최근에는 소니와 함께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에 나선 상태다. 소타 CEO에게 블록체인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대해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블록체인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수두룩 하다. 블록체인 기반 웹 3.0에 정말 미래가 있다고 보나.
“조부모는 인터넷이 어떠한 기술인지 정확히 모르지만, 필요한 게 있으면 구글링하는 등 인터넷을 사용한다. 마찬가지로 블록체인에 어떤 기술적 배경이 있는지 몰라도 모든 사람이 자연스럽게 블록체인으로 효용을 누릴 수 있다. 이게 대중채택이다. 혁신은 사람의 행동과 사고방식을 바꾼다. 스마트폰이 탄생해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꾼 것처럼 말이다. 블록체인의 대중화가 이뤄지면 혁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블록체인이 대중화되면 무엇이 어떻게 바뀌는 것인가.
“현재의 웹 3.0 수준은 1990년대의 구글· 아마존·애플을 보는 것 같다. 초기 형태로 특별한 사례를 당장 찾기는 힘들다. 하지만 미래에는 사람들의 모든 자산이 토큰화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디에서든 24시간 내내 자산에 접근할 수 있고 거래까지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최근 아스타 스타테일 랩스가 삼성넥스트 등으로부터 46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일본 대기업 소니와 한국 대기업 삼성으로부터 동시에 투자를 받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아시아 대기업들로부터 투자를 받아 아시아를 선도하는 웹 3.0 회사가 되는 게 목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중채택이다. 대기업들과 협업해야 블록체인이 일상생활에 더 많이 사용될 수 있다.”
대중화를 위한 아스타의 역할은 뭔가.
“현재 인터넷 기반 웹 2.0 사용자가 99%, 웹 3.0 사용자는 1%에 불과하다. 웹 3.0 사용자들은 기존의 것을 배척하고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있다. 무작정 웹 3.0으로 넘어오라고 하는 건 불가능하다. 웹 2.0도 나름의 장단점이 있다. 웹 2.0과 웹 3.0이 서로 손을 잡아야 한다. 그래서 아스타가 일본 내 웹 2.0 기업인 소니·도요타·도코모·NTT와 협력하는 것이다. 웹 2.0과 웹 3.0의 연결 다리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대기업과 협업 측면에선 가장 성공한 사례라고 생각한다.”
웹 2.0과 웹 3.0의 연결 다리라는 의미가 정확히 뭔가.
“가령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만 하더라도 사용자가 엄청나게 많다. 여기에 블록체인을 도입하면 많은 이용자가 아스타에 의해 활동하게 되고, 대중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 그러면 이용자들이 웹 2.0에서 웹 3.0으로 넘어올 수 있게 된다. 웹 3.0을 개발하는 관점과 사업적 관점이 다르다. 이 간극을 이어주는 중간 다리 역할을 위해 대기업과 협업하는 것이다.”
한국의 블록체인 시장은 어떻게 평가하나.
“일본은 인터넷 기반 웹 2.0 시장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기회를 놓치지 말고 웹 3.0 투자를 하자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삼성·SK·LG 등 훌륭한 대기업이 있고, 네이버·카카오 등 웹 2.0 기업이 크게 성장했다. 일본 입장에선 한국 시장을 매력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한국 기업과도 협업을 했으면 좋겠다.”
정부의 역할은.
“반도체나 원자력 분야를 발전시키려면 막대한 비용이 든다. 그런데 웹 3.0은 상대적으로 준비 비용이 적다. 정책만 바꾸면 변화를 시킬 수 있으니, 가성비가 좋은 셈이다. 그래서 일본에선 기업이 토큰을 보유하면 과세하지 않는 정책 등을 반영했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이 블록체인 업계에도 영향이 있나.
“대중화를 이루고 싶은 입장으로 바라보자면 기관의 자금이 가상자산으로 유입되는 것이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블록체인의 큰 가치는 무신뢰성이지만, 비즈니스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신뢰가 필요하다. 기술적 특징은 탈중앙화지만 나머지 부분은 중앙화가 되어야 사업이 굴러간다. 비트코인이 제도권으로 들어오면서 이런 신뢰성이 생겨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계획은.
“한국 사람이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삼성 광고를 보며 자부심을 느끼는 것처럼, 일본의 혼다·소니 등 일본 대기업에 자부심을 느껴왔다. 그런데 이제 시대가 변했다. 새로운 흐름에 맞춰 나 같은 젊은 세대가 글로벌 혁신에 나서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블록체인 업계에선 아시아를 대표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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