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욱의 법으로 보는 중국 <96>] 판화, 흐드러지게 핀 아름다운 꽃들

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2024. 3. 1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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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푸강을 따라 펼쳐진 상하이의 와이탄과 교차하여 연결되는 한국의 명동 거리와 비견되는 난징동루가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도시 봉쇄라는 극단적인 방역 조치를 경험하며 상하이인이라는 자존감에 한껏 흠이 간 상하이인, 나아가 중국인에게 이 드라마는 1990년대의 끝 모르고 번성하던 시절에 대한 추억을 통해 그 상처를 치유해 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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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푸강을 따라 펼쳐진 상하이의 와이탄과 교차하여 연결되는 한국의 명동 거리와 비견되는 난징동루가 있다. 이 난징동루의 끝자락에는 국제호텔을 시작으로 지금은 담담하게 과거의 영화를 추억하며 상념에 잠겨 있는, 적막하나 가볍지 않은 거리가 있는데 그곳이 황허루(黄河路)다. 1978년 덩샤오핑이 개혁·개방 정책을 선언한 이후에 1990년 선전을 필두로 중국은 자본주의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증권거래소가 생겨나고 사람들은 주식 투자를 통해 하루아침에 거부를 손에 쥐게 된다. 황허루는 그 당시의 영광을 상징하는 곳으로, 그를 배경으로 부와 사랑, 권력을 놓고 경쟁하고 좌절하는 인간 군상들의 분투와 눈물이 펼쳐진다. 홍콩 누아르 영화를 대표하는 감독인 왕자웨이는 이러한 모습을 흐드러진 핀 아름다운 꽃에 빗대어 드라마의 이름을 ‘판화’라고 했다.

2023년 말에 방영된 이 드라마는 중국 국민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특히 코로나19로 도시 봉쇄라는 극단적인 방역 조치를 경험하며 상하이인이라는 자존감에 한껏 흠이 간 상하이인, 나아가 중국인에게 이 드라마는 1990년대의 끝 모르고 번성하던 시절에 대한 추억을 통해 그 상처를 치유해 주는 듯했다.

한편 드라마의 공전의 히트에 편승한 왕서방의 사업 마인드는 제작사로 하여금 변호사를 통해 공개 성명을 반포하기에 이른다. 즉, 제작사는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드라마의 명칭, 배우들의 성명, 대사, 배경, 소도구, 포스터와 관련한 여러 디자인 등을 무단으로 상적 용도로 사용하여 소비자에게 혼동을 야기하지 말 것을 경고하며 침해자들에게는 부정경쟁행위를 즉시 중지하고 시장에서 철시할 것을 요구했다.

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이에 대해서는 주인공들이 드라마에서 애용하여 시청자의 침샘을 자극한 음식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상하이 지역에서 보편화된 음식들로, 이를 ‘판화’에서 주인공들이 먹었다고 단순히 소개하는 행위만을 두고 부정경쟁행위라고 단죄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반론도 있지만, 단순한 소개를 넘어서서 드라마의 스틸 사진, 캡처 화면을 상업적으로 이용하여 자기 식당의 음식을 광고한다면 이는 합리적인 사용의 범위를 넘어서서 저작권 침해 내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부정경쟁방지법(反不正當競爭法)’ 은 “사업자는 다른 사람의 상품 또는 다른 사람과 특정한 관계가 있는 것같이 사람들에게 혼동을 유발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되며(제6조), 자신의 상품의 성능, 기능, 품질, 판매 상황, 소비자의 평가, 수상 등의 상황을 속이거나 사람들로 하여금 오해를 유발할 수 있는 광고를 통해 소비자를 기망하거나 오도해서는 안 된다(제8조)”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드라마를 한극(韓劇)이라 하여 중국 사람들이 열광하는 데 비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드라마 같은 중국의 문화 콘텐츠를 접할기회가 많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얼마 전에 역시 상하이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세 젊은 여성의 트렌디한 삶을 그린 ‘겨우 서른(三十而已)’이라는 드라마는 우리나라에서도 또래 시청자로부터 많은 공감을 끌어내기 도 했다. 드라마 같은 문화 상품은 우리가 중국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창이다. 대책 없는 혐중(嫌中) 운운하며 중국을 위아래로 훑어보려고만 하지 말고 그들이 열광하는 드라마를 우리도 함께 공감하며 중국과 함께하는 상중(相中)으로의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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