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신동주 모빌린트 대표 | “NPU는 100년 갈 AI 반도체 기술…지금이 절호의 기회”

황민규 조선비즈 기자 2024. 3. 1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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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망처리장치(NPU) 같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봐도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중앙처리장치(CPU)는 이미 100년 된 기술이며 그래픽처리장치(GPU)도 수십 년이 됐습니다. NPU 역시 50년에서 100년 이상 갈 기술이며, 지금이 시장 초기부터 딥다이브(Deep Dive)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신동주 모빌린트 대표는 최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모빌린트는 설립 5년을 맞은 NPU 팹리스(반도체 설계) 스타트업으로, 카이스트 박사 출신인 35세 신동주 대표가 이끌고 있다. 모빌린트는 올해 초 교보증권, 유니온투자파트너스 등으로부터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며 누적 투자 유치액이 300억원을 돌파했다. 올해 첫 시제품 양산을 앞두고 있으며, 현재 주요 고객사에 샘플을 보내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신 대표는 “카이스트 박사까지 마친 뒤 실리콘밸리행을 고민했고, 실제 애플 같은 기업의 오퍼(제안)를 받았지만 결국 창업을 결정했다”면서 “미국에서 박사후연구원을 하거나 빅테크에 입사하는 것이 안정된 미래였지만, (AI) 알파고의 등장을 지켜보며 머지않은 미래에 AI 반도체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AI 반도체가 선두 그룹에서 처음으로 연구되기 시작한 건 2014년쯤이며 이후 활발하게 연구개발(R&D)이 이뤄졌고 상용화도 어느 정도 진행됐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아직 초기다. CPU가 등장한 지 100년, GPU도 상용화된 지 수십 년이기 때문에 NPU 역시 앞으로 50년에서 100년 이상 갈 기술이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대표는 “현재 AI 반도체 시장의 맹주인 엔비디아는 동반자이면서 동시에 경쟁자”라며 “엔비디아가 만드는 생태계의 확장이 모빌린트 같은 AI 반도체 스타트업에 기회다. 그들보다 더 빠르고, 낮은 가격, 전력 절감 효과를 내야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NPU 시장이 열리지 않은 건 제대로 된 공급 사례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 NPU는 엔비디아 GPU 대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전성비(소비 전력 대비 성능)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큰 혜택을 제공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모빌린트는 연말에 양산되는 칩을 전력, 가격 측면에서 최소 네 배 이상 엔비디아 제품보다 뛰어난 성능으로 구현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는 “공교롭게도 2017년부터 국내에 NPU를 전문으로 하는 AI 반도체 스타트업이 잇달아 등장했고, 이 기업들은 모두 올해와 내년부터 시제품 양산에 돌입해 시장의 검증을 받게 된다”며 “K팝 아이돌과 비교한다면 지금까지 수년간의 연습생 기간을 거쳤던 것이고 향후 1~2년간 시장의 평가를 받는 데뷔 무대에 오르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신동주 모빌린트 대표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 학·석·박사

카이스트에서의 경험이 어떻게 창업으로 이어지게 됐나.

“카이스트에서 반도체를 전공한 사람들은 보통 미국 실리콘밸리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 ‘로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고 할 정도로 합리적인 선택이기도 하다. 매사추세츠공대(MIT)나 하버드대에 가서 박사후과정을 밟는 경우도 많다. 애플 같은 빅테크의 오퍼가 있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그게 안정적인 선택이겠지만, 내가 연구했던 NPU 기술을 한국에서 하면 더 큰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AI 반도체가 선두 그룹에서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한 것이 2014년쯤부터다. R&D가 활발히 이뤄졌고, 일정 부분 상용화도 됐지만 아직 초기 단계다. CPU 시장이 100년, GPU가 수십 년 된 것처럼 NPU도 50년에서 100년 갈 기술이라고 본다. 이런 시장에 초기에 딥다이브해 볼 수 있는 건 다시는 오지 않을 기회였다.”

창업을 결심하게 된 가장 결정적인 기회가 있었을 것 같은데.

“2016년 등장한 알파고였다. 당시 첫 칩의 디자인을 끝내고 한숨 돌리고 있을 무렵 알파고의 등장이 국내외에 충격을 줬다. 그 이후로 AI가 더 대중화됐고 전 세계적으로 떠오르게 됐다. 그때 내가 연구하고 있는 아이템이 5~10년 뒤가 아니라 바로 지금 해야 하는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창업하게 됐다.”

지금까지는 NPU가 반도체 시장에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고 보긴 어렵다.

“엄밀하게 말해 B2B(기업 대 기업) 비즈니스에서 아직 성공한 NPU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일부 IT 대기업이 필요에 의해 자체 개발한 NPU가 있지만, 대규모 공급 사례는 없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건 가성비 측면에서 기존의 엔비디아 같은 기업들이 제공하는 제품 대비 이점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엔비디아가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학습용 GPU 시장은 (엔비디아를 따라잡는 것이) 몇 년 안에 힘들 것으로 보이지만, 에지(edge) 같은 특정 분야에서는 가성비, 안정성, 범용성을 만족하는 NPU 제품이 선택될 수 있다. 고객사들의 선택 문제다. 가격, 전력 등 여러 가지 면에서 NPU의 효용성이 입증되는 레퍼런스가 쌓이면서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생각한다.”

모빌린트의 NPU ‘MLA100 MLX-A’. 모빌린트

시장 지배자인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로드맵에 시의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그렇다. 엔비디아 역시 NPU를 만들 수 있지만 만들지 않는 것이라고 본다. 몇 수를 남겨놓고 있는 것이라고 해야겠다. 현재 엔비디아의 GPU는 학습용, 추론용을 따로 분리하지 않는다.

엔비디아는 학습과 추론을 동시에 지원하는 제품을 높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중요한 건 고객사들의 수요다. 많은 전력과 비용이 드는 학습용 AI 반도체보다는 가성비, 전성비 측면에 포커스를 맞춘 추론용 칩을 따로 접근하는 것이 지금으로선 중요한 전략이다.”

어느 정도의 가성비, 전성비를 갖춰야 한다고 보나.

“감사하게도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시장을 넓히면서 높은 가격대로 반도체를 판매하고 있다. 모빌린트가 생각하는 목표치는 가성비 관점에서 엔비디아가 제공하는 제품의 네 배 수준의 이점을 제공해야 시장 파이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 두 배 이상의 성능을 두 배 이하의 가격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그 정도가 되어야 고객사들이 엔비디아 생태계를 떠나 새로운 NPU를 선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격뿐만 아니라 범용성도 중요하다. 최신 AI 알고리즘이 돌아갈 수 있도록 높은 범용성을 가진 NPU를 제공하는 것이 가격 못지않게 중요하다. 딥러닝 알고리즘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1년 전 알고리즘보다 동일한 코스트(비용)에서 성능이 두 배씩 나온다. 이게 지원이 안 되면 하드웨어가 두 배 좋아져도 의미가 없다. 알고리즘이 문제없이 돌아가도록 SDK(소프트웨어개발도구)를 지원하고, 자유롭게 변형해서 쓸 수 있는 유연성을 고객사에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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