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자 유치 절차 투명화·간소화·반부패, 지속 가능 발전 기여
배경 설명│
세계무역기구(WTO) 제13차 각료회의(MC13)가 2월 26일(이하 현지시각)부터 29일까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렸다. 이번 각료 회의에서 초미의 관심사는 2023년 11월 WTO 내 123개 회원국이 최종 확정한 ‘개발을 위한 투자 원활화(IFD) 협정’을 WTO 협정으로 공식 승인하는지 여부였다. 123개 회원국이 타결한 IFD 협정이 WTO 협정으로 공식 편입되려면 WTO 164개 회원국 전체의 동의가 필요했다. 그러나 인도 등 일부 국가의 반대에 부딪혀 난항을 겪었다.
IFD 협정은 각국 투자 조치의 투명한 공개와 함께 관련 절차 간소화를 통해 투자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걸림돌을 해소해, 개발도상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IFD 협정은 ① 공동 성명 이니셔티브(Joint Statement Initiative)라는 협상 방식을 통해 WTO 정식 협정으로 승인을 추진한 보기 드문 사례다. 2023년 7월 123개 WTO 회원국의 합의를 거쳐 그해 11월 협정문이 확정됐고, 이번 ② WTO 각료회의에서 최종 표결에 부쳐졌다.
필자는 이번 회의 개최 전 쓴 글에서 “개발도상국에 대한 투자 촉진을 위해선 (무역과 관련한) 투자 전반에 대한 보편적이고 통일된 규칙을 마련해야 한다”고 IFD 협정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모든 국가는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를 열망하는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FDI는 자본 유입을 촉진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기술 개발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또 기술이전도 촉진해 경제성장을 가속화하고 수혜국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순기능을 한다. FDI를 받기 위한 세계적인 경쟁이 치열해진 이유다.
FDI를 유치하기 위해 전 세계 각국 정부는 외국인 투자 유도 정책을 수립하고 투자 유치 기관을 설립하고 있다. 또한 다국적기업에 다양한 인센티브도 제공하고 있다. 이제 WTO는 FDI 흐름을 촉진하기 위한 새로운 메커니즘인 IFD 협정 도입(승인)을 앞두고 있다.
IFD 협정의 투자 촉진 메커니즘 개념은 2015년 처음 제안됐다. 수년간의 준비 끝에 WTO 회원국은 2020년 9월부터 개발도상국이 주도하는 협상을 시작했고, 123개 회원국이 2023년 11월 IFD 협정 문안을 최종 승인했다. 개발도상국이 ③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달성하기 위해선 FDI 유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합의 배경이었다. IFD 협정은 개발도상국에 비즈니스 환경을 개선하고 FDI 유입을 촉진하기 위한 실용적인 도구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FDI를 유치하는 주요 결정 요인을 살펴보면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 범주에는 국내 시장 규모, 국내총생산(GDP) 성장 속도, 현지 인프라의 질 같은 중요한 경제적 요인이 포함된다. 두 번째 범주는 외국 기업을 유치하는 동시에 투자 유치국의 개발 이익을 보호할 수 있도록 충분히 허용돼야 하는 법률(규제)로 구성된다. 세 번째 범주는 투자 기회를 촉진하고 국제 투자자의 프로젝트 관리를 지원하려는 노력을 포함한다.
경제 여건을 개선하는 것은 장기적인 과정인 경우가 많다. 반면 FDI 결정 요인인 규제 프레임워크의 효율화와 투자 기회 촉진은 비교적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다. 결정적으로 IFD 협정은 시장 접근, 보호,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 절차 같은 민감한 문제는 피한다. 대신 투명성, 행정 절차, 국내 규제, 지속 가능성이라는 네 가지 핵심 영역에 초점을 둔다.
예를 들어, 투명성을 개선하기 위해 그 협정은 참여국이 FDI 관련 법률과 규정을 게시할 수 있는 단일 정보 포털을 만들도록 권장한다. 이렇게 하면 이해관계자와 잠재적 투자자가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IFD 협정은 규제-허가 과정, 항소 및 주기적 검토 같은 특정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고 신속하게 처리하도록 해준다.
또한 협정 당국 간 협력을 장려하고 모범 사례를 홍보하기 위한 글로벌 포럼을 진행해 국가 간 협력을 촉진한다. 지속 가능한 투자를 장려하고 개발도상국이 SDGs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IFD 협정은 책임 있는 비즈니스(사업) 행동과 부패 방지 조치에 초점을 맞춘 조항도 포함하고 있다. IFD 협정을 채택한 참여국 정부는 자국 내 개혁을 추구하고 투자처로서의 매력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과 같다.
IFD 협정문이 2023년 11월 123개 회원국 합의로 확정됐지만, 이 협정을 WTO 규범에 정식 통합하는 중요한 단계가 아직 남아 있다. 이를 위해선 WTO 각료회의에서 164개 WTO 회원국 전체의 만장일치 동의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IFD 협정은 비참가국(IFD 협정에 참여한 123개 회원국을 제외한 WTO 회원국)에 어떠한 의무도 부과하지 않고 참여국이 시행하는 투자 촉진 조치의 혜택을 누릴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IFD 협정에 참여하지 않은 회원국이 협정 채택에 반대할 실질적인 이유는 없다. 따라서 WTO는 2024년 2월 각료회의에서 IFD 협정을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 전반에 대한 보편적이고 통일된 규칙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WTO 협정으로 승인해야 한다고 본다.
IFD 협정은 WTO에 있어 중요한 시험대다. WTO가 회원국, 특히 개발도상국 같은 과반을 차지하는 회원국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 다자 질서가 점점 더 압박받고 있는 이 시기에 WTO가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까. 이번 아부다비 회의는 좋든 나쁘든 이러한 나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할 것이다.
TIP
① 164개 WTO 회원국 전체가 참여하는 방식 대신 협상에 관심 있는 회원국이 따로 모여 논의하는 새로운 협상 모델로, 2017년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제11차 WTO 각료회의(MC-11)에서 처음 도입됐다.
② WTO가 2년마다 개최하는 통상 부처 장관급 회의다. 1996년 싱가포르에서 1차 각료회의가 열린 이후 지금까지 총 13번의 각료회의가 개최됐다. 각료회의는 WTO 모든 회원국으로 구성되며, 최소 2년에 한 번 이상은 개최되는 게 원칙이다. 각료회의에서는 회원국 대표들이 협의를 통해 주요 사안을 결정하여 공식 선언문을 채택하고, 다음 회의 장소를 결정한다. 각료회의 결정 사안에 대해선 상설 조직인 WTO 일반 이사회가 집행한다.
③ 지속가능발전목표는 2015년 제70차 유엔(UN)총회에서 192개 회원국 전체 동의로, 지속 가능 발전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채택된 인류 공동의 목표를 말한다. 유엔은 인간, 지구, 번영, 평화, 파트너십이라는 5개 영역에서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17개 큰 목표로 제시했다. 한국도 지속가능발전법,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국제개발협력기본법 같은 법 제정을 통해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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