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입학하는 새내기 청년에게
지난 십수 년간 오로지 대학 입학을 위해 힘든 시간을 참고 견뎌 준 신입생 여러분의 입학을 축하하며 이 글을 써본다.
지금까지 여러분이 경쟁한 입시는 여러분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단지 등수를 가리기 위한 시험 틀에 여러분을 억지로 끼워 맞췄다. 그럼에도 여러분은 잘 견디며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수능 시험은 기억력과 수리력, 논리력을 시험하는 문제다. 정답이 분명한 문제를 출제해 이 정답을 잘 골라낸 순서로 1등부터 50만 등까지 등수를 매기는 시험이다. 그러나 세상에서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정답이 없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책임감, 인내력, 공감력, 협동력과 희생정신을 요구한다. 그리고 인간 노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운도 크게 작용한다. 불행을 막아주는 겸손한 인성은 더욱 평가하지 못한다. 수능 시험은 이런 인간의 탁월한 덕성을 평가하지 못한다. 이런 이유로 수능 성적이 최고인 사람들만 모아놓는다고 그 집단이 최고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수능 시험 성적순으로 부자가 되지도 않는다. 수능 성적 최상위 순서대로 더 성공한 장래를 보장해 주지도 않는다. 협력하고, 참여하고, 희생하고 공감해 나로 인해 내가 소속한 팀과, 내가 소속한 조직과, 내가 소속한 사회와 국가의 경쟁력을 향상할 수 있는 나의 능력을 수능 시험은 평가하지 못한다. 결국 여러분이 받은 수능 성적은 지금부터 여러분의 인생 성적에 아무 영향도 끼치지 못한다.
많은 수험생이 더 안정적이고 더 수입이 보장되는 전공을 선택하고 싶어 한다. 이는 부모의 바람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수능 시험 고득점자는 의사와 변호사 같은 힘든 자격증을 획득해 평생 생업에 종사할 수 있는 전문직을 가질 수 있는 전공을 택한다. 그러나 과거에 고수입 전문직이 10년 후에도 그런 우월한 직업이 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가장 큰 장애물은 인공지능(AI)이다. 스스로 학습하고 발전하는 AI는 인간의 정보 해석 능력을 쉽게 능가한다. 전문직은 대부분 특정 정보를 획득하고 분석해 옳게 판단하는 일이다. 이런 일은 AI에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는 가장 취약한 직업이다. 전문직 집단이 아무리 단합해 버틴다 해도 대세를 되돌릴 수는 없다. 결국 AI와 로보틱스로는 대체할 수 없는 마지막까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육체노동이 가장 고수입 직업이 될 것이다.
대학에 입학한 여러분은 이제 많은 선택권이 있다. AI로 인한 엄청난 전환의 시기인 만큼 어떤 전공도 여러분의 장래를 보장해 주지 못한다. 그러기에 부모 시대에 더 많은 수입, 더 큰 안정성을 보장했던 직업을 억지로 선택하기보다는 내 본성이 과연 무엇을 원하는지 탐색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사는 것에 만족하거나 부모를 포함한 타인이 기대하고 원하는 모습에 맞춰 사는 것은 불행의 시작이다. 여러분의 내면이 무엇을 하라고 하는지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 이제 누구도 시간이 다 됐다고 종을 치지 않는다. 이제 나답게살아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 내가 정말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무슨 일을 할 때 행복한지 여러분 안에 있는 본래의 나를 찾아야 한다. 여러분 각자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존재다. 누구도 여러분과 똑같지 않고 여러분도 누구를 똑같이 모방할 수 없다. 나는 나일 뿐이다.
책임감, 공감력, 인내력, 희생정신, 협동력, 절제력 등 인간의 훌륭한 덕성 가운데 나는 어떤 장점을 가졌는지 스스로 찾아야 한다. 누구나 한 가지 이상은 갖고 있다. 나만의 장점을 발견해서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확인해 가야 한다. 단순히 남과 달라 보이고, 튀고 싶어서, 억지로 개성 있는 척하는 것은 시간 낭비다. 사랑하는 신입생 여러분! 화창한 봄날 캠퍼스를 오르내리면서 외쳐보라. ‘나는 나대로 산다. 나는 자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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